<광역단체장 릴레이 대담> ⑧‘일 잘하는 서민도백’ 이시종 충북도지사

“도민 삶의 질 높여 행복도민시대 열겠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지방선거가 여야의 격전 끝에 절묘한 무승부로 끝이 났다. 여야 어느 쪽의 손도 확실하게 들어주지 않은 선거결과는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당선된 각 광역단체장들은 일제히 민선6기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들이 보낸 경고장을 받아든 그들은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전국 신임 광역단체장들과의 릴레이 대담을 준비했다. 이번 호에는 ‘일 잘하는 서민도백’ 이시종 충북도지사를 만나봤다.

6·4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시종 충북지사는 제10회 행정고시(1971년)에 합격해 충북도청에서 공직의 첫걸음을 시작한 이후 43년간 청와대, 국무총리실, 내무부 등 중앙부처와 충북·충남·강원·부산 등 전국 4개 시·도의 행정을 두루 경험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종합행정 전문가’다.

또한 이 지사는 충주시장 4회(관선22대, 민선1·2·3기), 국회의원 재선(충주, 17·18대), 충북지사 재선(민선5·6기)을 역임하며 공직생활의 절반 이상을 충북에서 보낸 ‘충북도정의 달인’이기도 하다. 아울러 7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어 ‘선거의 달인’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화려한 이력은 이 지사가 가진 진정성과 성실성, 그리고 행정·정치가로서의 탁월한 능력이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민선5기 충북지사를 역임하며 ‘일 잘하는 서민도지사’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그는 정치인들이 흔히 즐기는 골프도 배우지 못했고, 보리밥과 칼국수를 즐기는 소탈한 행정가·정치가의 표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농가소득 증가율 전국 1위, 농가부채 전국최저 달성, 도 채무 증가율 마이너스(2010~2012년 -10.1%)라는 업적을 남기며 다시 한 번 충북도민의 신임을 얻었다. 충북도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 이 지사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


- 충북도지사 재선을 축하드립니다. 재선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무엇을 꼽고 계신가요?
▲ 지난 민선5기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캐치프레이즈로 생명산업과 태양광산업, 뷰티산업을 충북의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육성해 왔습니다. 민선6기는 이를 그대로 이어 나가면서 그 기반 위에 안전·복지·문화·교육 등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도민 행복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다음 달로 다가온 2014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 개최입니다.

충북은 지난 십여년간 바이오산업 선두주자로서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해왔습니다. 식약처 등 6대 보건의료국책기관 이전, 오송생명과학단지 완공, 오송제2단지 착공, 오송첨복단지 조성 등 바이오산업 연구개발·임상·생산·인허가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원스톱체제를 갖췄습니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그간 정성껏 가꾼 열매들을 세계에 선보이고 ‘세계적 바이오메카 충북’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혀 나갈 계획입니다.

- 내달 열릴 예정인 오송바이오엑스포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큰 것 같습니다. 현재 행사 준비상황은 어떤가요?
▲ 오송국제바이오산업엑스포는 9월26일부터 10월12일까지 KTX오송역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당초 223개 기업, 70만명의 관람객 유치가 목표였으나 현재까지 국내외 334개 기업이 참가 신청을 하며 예상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암젠, 스위스의 노바티스, 독일의 지멘스, 유한양행, 셀트리온 등 바이오관련 글로벌기업들도 다수 참여할 예정입니다.

엑스포 기간 동안 기업 맞춤형 산업관을 운영하는 한편 700여명의 바이어를 초청해 8회에 걸쳐 수출상담회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바이오미래관, 건강·뷰티체험관 등 다양한 전시관도 마련했습니다.

- 오송바이오엑스포가 지역에 미칠 파급효과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이번 엑스포 사업비가 약 232억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엑스포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효과가 2383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088억원 등 총 347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엑스포를 통해 ‘세계적 바이오메카 충북’의 이미지를 확실히 굳히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엑스포를 통한 대내외 신뢰도 제고로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화장품·뷰티·유기농 등 바이오 연관 산업 육성과 청주국제공항 활성화, 충북경제자유구역 조기 활성화 등 지역경제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외에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안들이 있으시다면?
▲ 지난 7월1일 68년 만에 통합청주시가 출범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통합청주시가 중부권 핵심도시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우선 통합시청사 등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충북도는 통합청주시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청주시장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인구·재정 등 충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통합청주시와 비청주권의 균형발전도 큰 과제인데, 균형발전 재원을 확충하고 지역별 특화전략으로 11개 시·군이 함께 성장하는 충북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내달 바이오엑스포 개최…충북, 세계적 바이오메카 이미지 굳힐 것”
“영충호 시대, 충청권 중심의 국민 화합·융합 시대로 나가는 신호탄”

- 이 지사께서 약속하신 공약과 도정 목표 중 ‘2020년까지 충북경제 전국 대비 4%실현’ ‘도민소득 4만불시대’ ‘투자유치 30조원 달성’ 등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 물론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러나 지난 십수년간 전국대비 3% 수준에 머물고 있는 충북의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는 충북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어렵지만 반드시 깨야 할 장벽입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이면 충북이 3.41% 수준까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좀 더 노력한다면 4%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투자유치 30조원, 일자리 40만개, 연간수출 200억불 공약은 4% 충북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입니다. 충북은 이미 민선5기에만 2302개 기업 21조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앞으로 비전을 갖고 도전해 나간다면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민선5기 충북지사를 역임할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의회 권력을 새누리당이 장악했습니다. 도정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도지사나 도의원 모두가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도민들께서 뽑아줬고 명령한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하고 있습니다. 도의원들도 정당보다는 지역주민의 대변인으로서 도민의 이익과 충북 발전을 위하는 일에 함께 힘을 모아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목표가 같은 만큼 도의회와 충분한 대화와 설득, 조율을 통해 충북발전을 함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 지사께서는 ‘영충호 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셨습니다. 이 단어를 만들어낸 배경과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면?
▲ 영남과 호남으로 양극화됐던 지방 패권구도가 영남·충청·호남의 삼극체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출범과 함께 600여년을 서울에만 머물던 국가권력이 충청권으로 이미 대이동을 시작했고, 건국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5월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추월하며 그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영충호 시대는 과거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진 오랜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충청권이 중심이 된 국민 화합·융합의 시대로 나가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축으로 자리한 충청권이 중심이 되어 앞으로 수도권·영남권·호남권의 중심에서 상호 균형과 조정자 역할로 국민 대통합을 이끌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지난달 25일 전국 17개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8대 회장으로 선출되셨습니다. 충청권 시·도지사 중에서는 처음인데, 소감과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 감투보다는 의무를 수행하는 자리여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방분권과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지방재정 문제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지방과 중앙정부가 어떻게 잘 조화를 이뤄 ‘윈-윈’ 하느냐가 핵심 과제인데 현재는 분권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에 의무와 부담만 늘어나고 실제 권한은 이양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례로 기초연금제도 시행으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내년도 추가부담금만 8000억원 정도입니다. 이외에도 중앙정부가 지방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만들어 지방비를 부담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포함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선출되며 충북도의 위상을 높이셨지만, 일각에서는 통합청주시의 출범으로 충북도의 위상이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 통합청주시는 청주시와 충북 전체의 공동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한 것입니다. 충북도는 통합시 출범으로 생긴 도정 여력을 비청주권에 더 쏟을 수 있게 됨에 따라 통합의 파급효과를 전 시·군으로 확대하고 공동 성장의 토대를 갖춰 나가는 데 도정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이 통합청주시 출범으로 도의 위상 저하를 우려하고 있지만, 신수도권시대에 우리 충북이 경쟁력을 갖추고 11개 시·군 모두가 더 큰 발전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통합은 필연적 선택이었습니다. 앞으로 충북도는 통합청주시가 세계적 명품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갈 뿐만 아니라 지역별 특화전략으로 11개 시·군이 함께 크는 충북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 도정의 교육행정 분야는 교육감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합니다. 김병우 교육감에 대한 간략한 평가와 김 교육감의 공약에 대한 지사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 충북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키우는 일에 충북도와 교육청의 협력과 공조는 매우 중요합니다. 김병우 교육감은 25년간 교육현장에 계셨던 분이고 ‘행복한 교육’을 모토로 여러 가지 좋은 공약들을 많이 제시하신 분입니다. 저의 공약 중 친환경급식, 냉골·찜통교실 추방, 중·고교 교복구입비 지원, 공공 학습준비물 지원 등 서로 유사한 공약들도 많습니다.


김 교육감의 무상급식 고교 확대 등의 공약에 대해선 그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도의 여러 가지 재정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충북 교육 발전을 위해 앞으로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 재선에 성공한 광역단체장들은 잠재적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부 재선 현역 단체장들은 공공연하게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역 단체장의 대권도전 의사 표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개개인의 소신과 생각에 따른 결정으로 존중합니다. 다만 주민들께서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믿고 뽑아주신 만큼 지금은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맡은 바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권도전도 주민들께서 선택해 주셔야 가능한 것입니다. 큰 뜻을 품었다면 최선을 다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권 노리는 단체장, 큰 뜻 품었다면 맡은 소임부터 최선 다해야”
“새정치 재보선 참패 전화위복 기회…국민의 편에 선 개혁 필요”

- 미니총선급 규모로 열린 7·30재보선에서 야권이 예상 밖 참패를 당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정부의 인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정권을 심판하기보다 야권을 심판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재보선 결과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7·30재보선 참패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민의 편에 선 개혁을 해야 합니다. 최근의 사태들이 불행하고 안타깝지만 모든 것은 하늘이 새정치민주연합에 기회를 주고 채찍과 함께 더 큰 새정치를 하라는 명령이라고 봅니다. 사람만 바꿀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갖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충북도민과 국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앞으로 4년간 우리 충북과 충청권에 더 많은 기회와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게 될 것입니다. 세종시의 정부기관 이전 완료로 신수도권 형성이 본격화될 것이고, 충청권의 위상 변화와 함께 영충호 시대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선6기 우리 충북은 ‘함께하는 충북, 행복한 도민’을 목표로, 그간 이뤄 온 경제 1등도의 성과를 바탕으로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완성하고 충북경제 4% 목표도 차질 없이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충북도정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carpediem@ilyosisa.co.kr>

 


<이시종 충북지사 프로필>

▲ 제10회 행정고시 합격
▲ 충청북도 세정과장, 강원도 영월군수
▲ 부산광역시 재무국장
▲ 충남·충북 기획관리실장
▲ 대통령비서실 건설교통 행정관
▲ 국무총리실 심의관
▲ 내무부 지방기획국장, 지방자치기획단장
▲ 광선 22대, 민선 1·2·3기 충북 충주시장
▲ 17·18대 국회의원
▲ 민선 5·6기 충북도지사
▲ 시·도지사협의회 8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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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