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화> ‘장기매매’ 공포의 택시괴담 경험담

기사가 건넨 사탕 ‘먹어? 말어?’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 청년이 부산에서 일정을 마치고 복귀하는 길에 아찔한 경험을 했다. 부산역을 향하던 택시기사가 갑자기 의문의 사탕을 청년에게 건네고는 목적지와 다른 엉뚱한 곳에 차를 세운 것이다. 이후 벌어진 상황은 더욱 미심쩍었다. 마치 인터넷에 떠도는 ‘택시괴담’ 같았다. 장기매매를 위한 포석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이런 오싹한 경험은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장기매매가 의심되는 실제 경험담과 갖가지 괴담, 과연 소문의 진실은 무엇일까.

지난 6월, 업무 차 수일 동안 부산에 머물렀던 A씨는 일을 잘 마무리한 뒤, 미리 예약한 서울행 KTX를 타기 위해 늦은 밤 택시를 잡았다. A씨는 택시기사에게 목적지인 부산역을 말하곤 피곤한 몸을 반쯤 눕혔다.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이 바닥에 떨어질 정도로 잠에 곯아떨어졌다. 5분에서 10분 정도 잤을까. 진작 도착했어야 정상인 거리인데, 택시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어두워서 밖은 잘 보이지 않았다.

기사가 건넨
의문의 사탕
 
A씨가 정신을 차리고 두리번두리번 거리자 택시기사가 알사탕을 건넸다. “많이 피곤하죠? 이거 먹고 정신 차려요. 거의 다 왔어요.” 갑작스러웠지만 택시기사의 호의에 마음이 안정됐다. 그러나 평소 원체 단 음식을 멀리 했던 터라 바로 먹지는 않고 가방 주머니에 넣었다. 그더런 중 시계를 바라보니 택시를 탄 지 벌써 20분이나 지나 있었다. 뭔가 수상함을 느끼고 정신을 차린 A씨는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기사님 도대체 어디로 가시는 거죠?” 택시기사는 덤덤한 말투로 거의 다 왔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부산역은 보이지 않았다. 흔하디 흔한 건물 간판도 없었다. A씨는 확실히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택시기사가 요금을 더 받기 위해 빙빙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어이없는 상황에 화가 난 A씨는 “택시 승차 지점에서 부산역까지 5분에서 10분 거리에 불과한데, 20~30분 걸리는 게 말이 되냐”며 당장 세워달라고 소리쳤다.
 

똥 밟은 셈 치고 다른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순간 택시가 급정차했다. 그리고 택시기사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손님, 차량에 문제가 생겼어요. 요금은 받지 않을 테니 저기 옆에 있는 택시로 갈아타세요.” 이에 A씨는 문제의 원인을 물었지만 뚜렷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사실상 택시 환승은 강요였다.
 
KTX열차 시간이 다가와 점점 초조해진 A씨는 시간이 지체돼 불쾌했지만, 택시기사의 점잖은 태도에 크게 화를 낼 순 없었다. 그래서 그의 말대로 인근 도로가에 정차돼 있는 택시로 군말 없이 옮겨 탔다. 이때까지 A씨는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차된 택시로 갈아탄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갈아탄 택시를 탄 지 불과 5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택시기사가 길이 막힌다며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또 A씨는 전 택시에서 건네받은 사탕과 유사한 사탕을 환승한 택시에서도 받았지만, 먹지 않고 손에 쥐었다. 불안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던 ‘택시괴담’이 떠올랐다.
 
괴담의 주 내용은 택시 납치 후 장기매매까지 이어진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머리 속에는 이미 수많은 시나리오가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이미지트레이닝으로 최악의 상황을 면하고자 했던 것. 게다가 A씨는 태권도4단에 합기도1단, 육상과 수영으로 다져진 만능 체육인이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온다 해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수상한 움직임
의문의 수신호
 
이때 A씨는 자신의 처한 실제 상황을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나 부산역 갈려고 택시 탔는데, 택시 기사가 사탕을 줬어. 그러고는 옆 택시로 갈아타래. 갈아탔더니 똑같은 사탕을 또 받았어. 그러더니 자꾸 엉뚱한 곳으로 돌아간다. 나 장기 팔리는 건가?” A씨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작성한 글이었지만, 친구들은 이 글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반응 대부분은 ‘장기 탈탈 털려라’ ‘심판의 날이구나’ ‘네가 싱싱해 보였나봐’ ‘꼭 살아 돌아와라’ 등이었다. 물론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빨리 내려’ ‘사탕 절대 먹지마라’ ‘경찰에 신고해’ ‘무사히 돌아와’ 등 실시간 댓글이 달렸다. A씨는 이를 통해 그나마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을 다스리던 중, 갑자기 택시기사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를 받은 택시 기사는 “어” “아니” “그러니까” “맞아” “빨리” 등 단답형의 대답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뭔가 다급해보였다. A씨는 앞서 받은 사탕과 지금 쥐고 있는 사탕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먹으면 잠드는, 미끼라고 판단했다. 택시기사끼리 통화를 주고받은 것 자체가 ‘플랜B’를 가동했다고 본 것.
 
갑자기 정차한 택시, 기사의 수상한 움직임
불길한 직감에 기겁하며 살기위해 전력질주
 
택시의 움직임을 의심하던 A씨는 이들의 꾀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택시 탈출을 결심했다. 그러나 달리고 있는 택시에서 내릴 순 없었다. 그래서 차가 서서히 서행할 때 문을 열고자 했다. ‘덜컥’ 문이 잠겨 있었다. 이내 옆으로는 여러 대의 택시가 따라 붙으면서 택시를 감쌌다. 그리고 기사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이 와중에도 택시기사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계속 주변을 빙빙 돌기만 했다. 
 
A씨는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이대로 있다간 서울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얼굴은 창백해졌다. A씨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아저씨 내려주세요!” 택시기사는 말이 없었다. A씨는 언성을 높이며 급히 세워달라고 외쳤지만, 택시기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엑셀을 더 세게 밟았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한 A씨는 순간 이성을 잃고 택시 내부에서 온 힘을 다해 문을 걷어찼다. 저항이 거셌던 탓일까. 택시기사는 급정거했고, 이내 A씨는 택시에서 급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고, 택시를 등진 채 앞으로 전력 질주했다. 1분 정도 달렸을까. 따라붙던 택시들은 시야에서 멀어졌고 A씨는 금세 지쳐 그 자리에 주저 않았다. 머리 속이 하얘지며 흥분이 가셨고 가로등 불빛 아래 덩그러니 남게 됐다. 신고할 틈도 없이 ‘택시괴담’을 온몸으로 느낀 채 뒤늦게 부산역에 도착했다. 
 
A씨는 이 같은 일을 겪기 전 SNS를 통해 ‘택시괴담’을 접했었다. 택시에 타면 특정 화약물질의 냄새에 취해 기절하게 되고, 가짜 택시기사가 장기를 적출해가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근거 없는 괴담이지만, 이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불안 심리를 부추겼다. 

장기 건강한
청년들이 표적
 
그런데 A씨의 경우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서울에 거주 중이던 B씨는 천안에 볼 일이 있어 새벽에 일어나 신림역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서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B씨의 옆구리를 쿡 쿡 찔렀다. 옆을 돌아보니 키 작은 아저씨가 휴대폰을 쥐고 찌른 것이었다. 아저씨는 뜬금없이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혔고, 수사 때문에 급하니 전화를 받고 현재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
 
아침이슬이 마르지 않은 새벽에, 경찰이 혼자 와서 위치를 물어본다는 자체가 의아하긴 했지만,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의 말에 따라 전화를 받아 신림역 7번 출구에서 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돌려주니 아저씨는 횡설수설했다. “이렇게 알려줘도 길을 못 찾으니, 같이 좀 가서 그 사람한테 길을 알려줍시다.” 황당했다.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길을 알려주고 말고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B씨는 아저씨가 경찰이라고 주장하는 게 의심됐다. 불편한 직감이 들어 서울역으로 가는 버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먼저 오는 버스를 급하게 탔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버스를 따라 탄 것. 그러더니 아저씨는 B씨를 향해 소리쳤다. “이 사람 안 되겠네 이거. 나 경찰인데 급하다니까 같이 가서 위치 좀 알려달라고.” 범죄자 같은 행색으로 새벽에 동행하자는 아저씨를 보니 한숨만 나왔다.
 
B씨는 확실히 하기 위해 아저씨에게 경찰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당황하며 “나 경찰인데 못 믿나? 허 참‥” 혀끝을 찼다. 그러더니 태도가 바뀌어 “내가 사실은 경찰이 아니고 지금 전화 받고 있는 사람이 경찰이야. 이런 거까지 말해야 하나. 이 경찰한테 위치 말하면 아마 나 잡으라고 할 텐데‥” 조용히 공포 분위기를 잡은 것이다.
 
결국 B씨는 불안한 마음에 두어 정거장 가서 내리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에 섰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또 따라 내려 B씨를 쫒아왔다. 그러던 중, 불 꺼진 택시 한 대가 섰다. 조수석에는 이미 손님이 타 있었지만 택시기사는 “이 손님 저 앞에서 내릴 거니까 타요”라며 B씨를 택시에 태웠다. B씨는 상황 자체가 수상함을 느꼈지만, 경찰을 사칭하던 아저씨를 떼어 냈기 때문에 안심했다. 이 아저씨는 택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길 좀 알려주세요” 안내해주니
골목길에 불쑥 칼든 괴한 나타나 
 
그런데 택시 문을 닫으려는 순간, 꺼져있는 미터기를 발견했고 순간 소름이 돋았다. 문득 ‘택시괴담’이 떠올랐다. B씨는 닫혀가던 뒷좌석 문을 걷어차고 빠르게 내렸다. “저 택시 안타니까 그냥 가세요.” 그러자 택시기사는 왜 내리냐면서 B씨를 붙잡았다.
 

이 와중에 경찰을 사칭하던 아저씨가 다가왔다. B씨는 흥분하며 본능적으로 반대편으로 재빨리 뛰었다. 그리고 인적이 많은 도로에서 다른 택시를 잡고 서울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B씨에게는 1년 같은 1시간이었다. 근처에 경찰서가 있었지만 신고할 정신이 없었다. B씨는 자신이 겪은 일이 하마터면 장기매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남부럽지 않은 건장한 몸을 갖고 있었지만, 죽음의 공포 앞에선 한없이 작아졌던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C씨는 예비군을 마친 뒤 술을 한 잔 걸치고 구파발역에서 내리고 담배를 피면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체구가 왜소한 아버지뻘 되는 한 남성이 다가와 담배 한 대를 부탁했다. C씨는 거리낌 없이 담배와 함께 불을 붙여줬다. 같이 담배를 피다가 슬슬 가려던 찰나, 이 남성은 자신의 이야기를 C씨에게 토로했다.
 
“아들과 단둘이 사는데, 아들이 술만 먹으면 집안을 다 부수고 나를 때리려고 해서 도망 나왔어.” 이 남성은 군복을 입은 C씨가 듬직하다고 했다. 같이 좀 가줄 수 있냐는 부탁이 이어졌다. 그래서 C씨는 이 남성과 함께 어두운 골목길을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길에 남자 2명이 걸어왔다. 그러더니 담배를 빌리던 남성이 갑자기 C씨의 입에 천 조각을 쑤셔 넣고 칼을 들이댔다. “너 그거 뱉으면 배에 구멍 난다?”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이들은 C씨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것이 장기매매인가’ 이대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온 몸에 힘을 줬다. 그리고는 휴대폰으로 이들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어수선해진 사이 C씨는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달렸다. 이들은 계속 C씨를 쫒아왔지만, 대로변의 한 편의점으로 들어가면서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 다행히 편의점에는 남자 손님 1명과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C씨는 거친 숨을 내쉬고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자신을 위협했던 남자들이 사라진 것을 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운명의 밧줄로
가까스로 모면
 
장기 이식을 위해 금전 수수를 수반하고, 인간의 장기를 알선해 제공하는 행위를 장기매매라 부른다. 아직 정확한 실체는 밝혀진 바 없지만, 세계 곳곳에서 장기 브로커를 통해 비밀리에 또는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알려진다.
 
2012년, 경기도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280여 조각으로 나눈 오원춘이 붙잡히면서 장기매매 의혹이 증폭됐다. 당시 유가족은 “오원춘 범행동기는 인육제품 생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인터넷에는 ‘오원춘 인육 살인설’이 떠돌아다녔다. 이후 장기매매와 관련된 괴담이 난무했다. 그중에는 거짓된 루머도 포함됐다.
 
캐스 선스타인의 <루머>에서는 루머의 발생요인을 ‘사회적 폭포효과’와 ‘집단 극단화’로 소개한다. 폭포효과란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의미하고, 집단 극단화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루머의 진실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은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다.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루머 수용정도가 다른 것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불신, 불안, 불만과 같은 부정적인 심리상태가 괴담의 확산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괴담이 성행하는 이유를, 각종 사회적 위험, 미래의 잠재위협에 비춰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우선과제는 ‘신뢰 회복’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매 장기 얼마? 시세 보니…위 57만원…신장 3억원
 
장기매매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신체부위별 거래가격도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전문사이트 <메디컬트랜스크립션> 자료에 따르면 장기매매 부위별 가격은 신장(2억9560만원), 간(1억7000만원), 심장(1억3420만원), 소장(280만원), 심장동맥(170만원), 쓸개(137만원), 두피(68만원), 위(57만원), 어깨(56만원), 손과 팔(43만원), 혈액 0.473ℓ(38만원), 피부 평방인치당(1만1000원)으로 거래된다. 국내에서는 국제 가격 기준보다 2∼3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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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