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대해부

'정치권 새 저승사자’ 출동에 숨죽인 정치권 '나 지금 떨고 있니?'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지난해 폐지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하 중수부)를 대신해 굵직한 특수사건을 담당하게 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이하 특수부)의 칼끝이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특수부가 수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다. 특히 여야 현직 의원 5명이 줄소환되며 정치권은 초긴장 상태다. 새로운 정치권 저승사자로 떠오른 특수부를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했다.

과거 대검 중수부는 권력 핵심층과 재벌들에 대한 과감한 수사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패 척결에 앞장섰다. 그러나 무리한 수사·기소, 정치권 개입 의혹 등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다가 지난해 4월 결국 간판을 내렸다. 그리고 중수부의 역할은 중앙지검 특수부가 대신하게 됐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기존 특수1·2·3부에 더해 특수4부를 신설하고, 올초 법무부 검찰 중간인사를 통해 인선을 완료하며 명실상부한 '포스트 중수부' 체제를 갖췄다.

'포스트 중수부'
관피아 수사 올인

이로써 특수1·2·3·4부는 소속 검사만 25명 안팎에 이를 정도로 중수부 못지않은 수사력을 발휘할 인적 토대를 갖게 됐다. 또한 필요에 따라 대검과 다른 검찰청의 최정예 인력도 언제든 데려올 수 있어 인력 면에서는 중수부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특수부의 모든 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불거진 관피아 척결을 위한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철피아(철도+마피아) 민관유착 비리,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교피아(교육+마피아) 입법로비 및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다.  

특수3부(부장검사 문홍성)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국가보조금 유용 혐의, 특수4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이동통신설비 사업에서의 민관유착 비리 등 통피아(통신+마피아)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특수부가 총동원된 전방위적 관피아 수사가 이뤄지고 있던 상황에서 특수1·2부는 여야 현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7·30재보선 이후 이들에 대한 사실상의 공개수사를 선언했다.

대검 중수부 대신하는 정치권 새 저승사자 활동 개시
정치권으로 옮겨온 관피아 수사…'위기의 검찰' 출구전략?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유병언 수사' 실패 등으로 인해 검찰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상황에서 정치권에 대한 수사로 여론의 초점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역 의원에 대한 수사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효과는 확실하다"며 “이번에는 관피아 척결이라는 명분도 있는 만큼 위기에 몰린 검찰이 국면을 전환할 절호의 기회다. 이를 검찰이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여, 해운·철도 비리
야, 교육 비리 연루?

구체적으로 특수1부는 최근 철피아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있는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 운전기사와 지인 등을 전격 체포, 압수수색한 데 이어 조 의원에 대해서도 지난 6일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한 뒤 다음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 출신인 조 의원은 2008년 8월~2011년 8월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낸 뒤 2012년 4월 제19대 총선에서 경남 의령·함안·합천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회 국토해양·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수1부는 조 의원이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과 퇴직 후 국회에 입성해 철도 관련 상임위인 국회 국토해양·국토교통위원으로 활동하며 철도 부품 납품업체 삼표이앤씨에 특혜를 주고 1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의원 소환에 앞서 특수1부는 그의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와 지인들을 통해 "삼표이앤씨로부터 금품을 받아 조 의원에게 그대로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2부는 철피아와 함께 대표적 관피아로 지목되는 교피아(교육+마피아)에 대한 수사 도중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이하 서예종) 임직원들이 교비를 빼돌려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 등에게 입법로비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재보선이 끝난 이후 이들 측근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실시한 특수2부는 당사자에 대한 소환도 통보했다. 또한 전현희 전 의원에 대해서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통합당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 전 의원은 신계륜·김재윤 의원과 김민성 서예종 이사장, 장모 서예종 겸임교수와 함께 '오봉회'라는 친목모임을 만들어 활동한 바 있다. 그러나 전 전 의원 측은 김 이사장이나 장 교수와는 안면만 있을 뿐 친분은 깊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수2부는 신계륜 의원이 지난해 9월 직업학교에서 '직업'이라는 이름을 삭제할 수 있는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후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지난 4월29일)하는 과정에서 김재윤·신학용 의원 등이 힘을 쓴 대가로 김 이사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신계륜 의원이 법안 통과 과정을 주도했지만,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라는 점에서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입법 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입법로비 수사와 관련해) 현재 수사대상은 야당 의원 3명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당사자들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 나서서 "조현룡·박상은 의원 등 새누리당 비리 의원들 수사에 대한 '물타기' 아니냐"며 강하고 반발하고 있다.

당사자 강력 부인…
정치권 반응 엇갈려

이외에도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을 지난 7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의원 소환에 앞서 그의 운전기사 김모씨가 지난 6월 박 의원의 승용차 뒷자리에 있던 뭉칫돈 3000만원을 들고 인천지검에 신고하며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제기했고, 주변인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박 의원의 아들 집에서 현금 6억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해운업체 수십 곳으로부터 쪼개기 형식의 후원금을 수수한 의혹과 특별보좌관의 임금 대납 및 비서에게 후원금을 강요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 같은 검찰의 정치권 수사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수사 기간에 비해 결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1부가 지난 5월말 철피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 2개월 이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 최근에야 정치인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수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지만 수개월간 별다른 진척이 없다가 최근에야 속도를 내고 있다"며 "권력형 비리 수사는 신속성이 중요한데, 수사 개시 후 수개월이 지나 이뤄진 압수수색, 소환은 늦은 감이 있다. 특수부도 중수부와 마찬가지로 권력 핵심층의 눈치를 보면서 권력층에게 휘둘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품수수 사건의 경우 신속하게 범죄혐의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계좌추적·압수수색·소환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수사의 ABC이지만, 특수부가 뒤늦게 수사에 착수해 범죄혐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얘기다. 특히 관련된 의원 모두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은 무리한 수사라는 시각도 있다.

여, 조현룡·박상은 비리 혐의 소환…김무성호 새출발에 '찬물'
야, 신계륜·김재윤·신학용·전현희 줄소환 예정…'물타기' 반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새누리당은 '김무성호'가 갓 새출발을 한 시점에서 불거진 소속 의원들의 비리 의혹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사실 재보선 이전부터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얘기지만, 혁신을 강조하며 '김무성 대표' 체제가 이제 막 출범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겨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특수부 수사에 대해 '물타기' '국면전환용 야당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검찰이 새누리당의 조현룡·박상은 의원 수사에 쏠리는 국민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꺼내든 물타기용 수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법조계 일각에서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실패로 궁지에 몰린 검찰이 국면전환용으로 정치권 사정을 기획하고 나섰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고 꼬집었다.

특수3·4부
통피아 수사

한편 특수3·4부는 통피아(통신+마피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수3부는 정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민간업체 간의 유착정황을 포착, 지난달 17일 진흥원을 압수수색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특수4부도 다음날인 18일 이동통신설비 사업에서의 민관유착 비리 의혹과 관련,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공용무선기지국 전문업체인 한국전파기지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재 진행상황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상당부분 실체를 확인했고, 향후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추가 의혹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9월 정기국회와 이어지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강도 높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8월 중으로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으로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정에 나선 특수부가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그 결과에 따라 위기에 빠진 검찰의 미래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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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