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살인적 구조조정 실상

“사장님 악명대로 피바람이 불고 있다”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보험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는 정문국 ING생명 사장. 그는 올 초 ING생명 사장이 되면서 직원들을 위한 경영을 약속했다. 구조조정은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정 사장의 약속은 반년도 되지 않아 깨졌다. 그의 악명대로 임원들은 줄줄이 나갔다. 직원들은 퇴직압박에 시달렸다. 정 사장이 취임하고 나서부터 ING생명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노조는 정 사장의 취임을 막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지난달 29일 희망퇴직 기간이 끝났다. 그동안 수많은 ING생명 직원들이 퇴직면담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 갔다. 임신 중이었던 한 여직원은 면담을 받다 쓰러졌다. 또 다른 직원도 ‘차라리 자살을 하고 싶다’고 호소하다 실신했다.

구조조정 전문가
거짓말도 전문가

지난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PEF)에 인수된 ING생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정문국 사장이 지난2월 ING생명 사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당시 노동조합은 정 사장의 취임을 강력 반대했다. 그는 보험업계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 사장은 알리안츠생명 사장으로 재직했던 때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원들을 폭행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정 사장은 이러한 꼬리표를 떼기 위해 취임 전부터 먼저 노조에 손을 내밀었다. ‘노사 간 상호신뢰와 협력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취임식 직전에는 이명호 노조위원장을 따로 만났다. 그렇게 정 사장은 노사 화합을 위해 적극 노력했다. 이때만 해도 정 사장의 태도에 노사 분위기는 훈훈했다. 그런데 그의 약속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깨졌다. 정 사장은 6월부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우선 임원 및 부장급부터 대폭 감축했다. 정 사장은 임원 32명 중 16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중복 부서를 통폐합했다. 이 과정에서 75명에 달했던 부서장급 인력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희망퇴직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정 사장은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메시지를 보내 직원들로부터 한바탕 욕을 먹었다. 그는 사내인트라넷의 CEO메시지를 통해 “희망퇴직 시행이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회사 또한 새롭게 변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냈다.

이와 함께 희망퇴직 교섭을 제안하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정 사장은 “회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모든 직원들과 미래를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변화만이 모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고,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한 성의를 다해 희망퇴직 제안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러한 정 대표의 메시지에 ING생명 노조는 분노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정문국 사장이 말하는 ‘희망퇴직’은 과연 누구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인가”라며 “바로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의 간절한 희망일 뿐, 노동자들에겐 ‘퇴직보상금’이라는 일시적인 당근을 제시해 절망적인 선택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합법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쓴 ‘희망퇴직’ 과정에서 조직내부의 갈등과 불안감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노조는 지난해 12월 ING생명을 인수할 당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던 MBK파트너스가 반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겼다고 규탄했다. 경영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희망 없는
희망퇴직

ING생명은 희망퇴직 대상을 정해놓고 면담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희망퇴직 대상은 5년차 이상, 차장급 이하의 직원들이다. 2011년 1월1일 이후부터 입사한 직원은 제외됐다.


정 사장은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직원들에게 근속연수의 1.25배에 해당하는 퇴직금에 10개월치 월급을 얹어주는 ‘1.25N+10’ 패키지를 제시했다. 예컨대 급여가 400만원이고 10년차 직원이 희망퇴직을 하면 1.25 곱하기 10에 10을 더해 22.5개월치 평균 급여로 9000만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희망퇴직자는 예상보다 많이 나타나지 않았다.

‘구조조정 전문가’정문국 사장 진두지휘
노조에 먼저 손 내밀더니…뒤돌아 뒤통수

오히려 면담진행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ING생명 두 직원이 면담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후 노사 갈등은 최고조에 치달았다. ‘찍어내기’ 논란이 이어졌다.

ING생명 한 직원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임신 6주째였던 여직원은 면담 당시 퇴직의사가 없음을 밝혔는데도 사측이 3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그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온 끝에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에 따라 노조는 사측이 육아휴직 중이거나 임신 중인 여성 직원에게 주로 퇴직강요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신한 여직원이 실신한 뒤 노조 측은 ‘면담을 통해 퇴직을 압박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사측은 용어 순화 등 압박 수위를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측의 직원들에 대한 면담은 이어졌고, 또 다른 직원이 쓰러졌다. 이 직원 역시 퇴직의사가 없음을 밝혔음에도 해당 부서장이 ‘너와는 같이 일 못 한다’ ‘우리 부서에 네 자리가 없다’며 8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그는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며 ‘차라리 자살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결국 지난달 25일 그는 실신해 병원에 실려갔다.

익명을 요구한 ING생명 직원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총 8회에 걸쳐 소위 ‘찍퇴’ 면담을 실시했다”며 “면담과정에서 과중한 스트레스로 이 직원은 동료들에게 한강에서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 중압감을 토로했음에도 불구하고 7차면담을 진행했다”며 “면담진행과정의 강압과 폭언에 근육 경직 및 호흡곤란을 일으켜 동료들이 119에 신고해 병원에서 긴급조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두 직원은 휴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ING생명은 해당 직원이 병원에 실려 간 것은 사실이지만 퇴직 강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희망퇴직 제도를 알렸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ING생명 관계자는 “5년 이상 근무자들이 주로 면담을 받았지만 특정 대상을 찍어서 면담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희망퇴직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정도였다”라고 해명했다.

직원 쫓아내고
설계사 늘리기

ING생명은 본사 인원을 감축하는 것과 반대로 설계사 조직은 늘리는데 혈안이다. 정 사장은 설계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파격적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 단기적 성과의 인센티브 제도에서 장기적 관점의 분할방식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ING생명이 도입하기로 한 인센티브 제도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형식과 유사하다. 1년 동안 설계사들의 업무를 평가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분기별로 분산해 지급하는 것이다.

새로운 인센티브를 얹어주면서 기존 설계사는 붙잡고 다른 곳 설계사들을 끌어들여 실적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2년여 동안 매각작업이 지연되면서 설계사들의 숫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 사장의 설계사 정책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모집인을 붙잡아 두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사 한 설계사는 “ING생명이 실적이 조금만 괜찮아도 ‘우수설계사 상금’을 주고 이번 여름에도 해외여행을 대거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설계사들을 붙잡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당장 ING생명 모집인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길게 보면 실적경쟁 때문에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설계사는 6000여명으로 파악됐다. ING생명 설계사는 2013년 4월 말 6700명에서 2013년 10월 6500명, 올해 1월 6100명, 4월말 현재 6000명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감소폭은 줄어들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내부 상황을 보면 실제 영업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소식이다.

이중에서도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설계사는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ING생명이 조직을 큰 것처럼 보이려고 영업을 하지 않는 설계사들의 자리를 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주주 MBK가 5년 후 ING생명을 재매각할 때 높은 가격을 부르기 위해 본사 조직은 줄이고 영업인원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생명보험사의 설계사 수당을 높이는 정책은 실적을 높이기 위한 낚싯밥 같은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설계사가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 상품을 판매하려다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연이다.

구조조정은 ING생명이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방식이라고 보았다. 이 관계자는 “외국계 사모펀드인 MBK는 국내 경제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라며 “인수 가격보다 더 비싸게 매각하는 것만이 목표이기 때문에 시세차익으로 수익을 남기기 위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설계사 정책으로 매각가를 높이기위한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외국계 자본에 먹거리를 떠안겨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희망퇴직? 임직원 줄줄이 잘려
설계사 키워 실적 올리기 복안

정 사장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ING생명를 인수한 직후인 올 2월에 취임했다. 사모펀드는 통상 5년 정도 안에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다음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남긴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정 사장에게 ‘실적 극대화’를 주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ING생명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이런 맥락일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사장은 희망퇴직 등의 인력 구조조정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ING생명이 지난 2008년 업계 4위에 있을 때 월납보험료가 100억원 수준이고, 임직원 수는 1000명이었다”면서 “현재는 월납보험료 26억원으로 월 매출액이 30% 수준으로 줄었지만 직원 수는 그때와 똑같다”고 희망퇴직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자살보험금
과징금 문제도

이런 와중에 ING생명은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400여건, 금액으로는 500억원이 넘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ING생명을 제재조치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ING생명이 재해사망 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관을 어기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한 것을 명백한 규칙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고의가 아닌 과실로 보고 제재 수위는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ING생명에 ‘기관주의’와 과징금 4900만원을 사전 통보했다.

문제는 당국의 제재 수위가 아니라 ING생명이 추가로 지급해야할 보험금 규모다. ING생명이 지급해야 할 자살보험금은 5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분의 1 수준이다.

ING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면 올해 순이익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ING생명의 순이익은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2409억원에서 2012년 1993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실적은 1878억원으로 2012년 같은 기간(1525억원)보다 늘었다.

ING생명은 일단 금융위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ING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의 과징금에 대한 통보는 아직 안 나왔다”며 “정식 통보 전까지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지면 법정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순이익이 줄어들수록 경영진의 성과급도 작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ING생명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카페베네 '점포 후리기' 백태, 실적에 눈멀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카페베네에 19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가맹점에 할인행사 비용 전액을 떠넘기고 인테리어 시공 등도 본사를 통해서만 하도록 강제한 이유에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2010년 8월 통신사 KT와 제휴해 KT 멤버십 회원이 카페베네에서 음식료품을 구매할 경우 가격의 10%를 할인해주는 계약을 맺었다. 할인 금액은 KT와 카페베네가 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당시 전체 가맹점 중 40%는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해 제휴할인 서비스 개시를 반대했다. 하지만 카페베네는 할인행사 진행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그해 11월부터 실시했다.

카페베네는 이후 본사의 비용분담분(50%) 전액을 가맹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카페베네는 당초 가맹사업자와의 계약서에서 판촉비용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나눠 내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공정위 측은 카페베네가 가맹본부의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에 불이익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가맹법 위반 역대 최고 과징금

 

또 카페베네는 새로 가맹점을 내려는 가맹 희망자가 매장 인테리어 시공과 장비·기기 조달을 모두 본사 또는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서 하도록 강제했다. 가맹 희망자가 시공 위탁 요구를 거부하면 아예 가맹계약을 맺지 않았다. 카페베네는 가맹 희망자에게 계약 체결 전 미리 점포를 확보하도록 했다. 그런데 가맹계약이 불발되면 예비 가맹점주는 점포 임대료를 날리게 된다. 이 때문에 가맹 희망자들은 본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아울러 카페베네는 지난 6월에도 블랙스미스에 축산물을 공급할 당시 ‘축산물판매업 영업·판매신고’를 하지 않아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 제재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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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