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관련자 '보은성 인사' 의혹

"그 입 다물라!" 입막음용 대가로 무더기 영전?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혐의와 관련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주요 관련자들이 무더기로 '영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군 정치개입'에 관련된 인사들을 해임·면직 등 징계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진급시키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이동시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군의 상식 밖 인사 조치에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한 '보은성 인사' 아니냐는 의혹이 뜨겁게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국회 국방위·정보위 소속)이 최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사이버사령부 인사명령'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의 주요 관련자들이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줄줄이 진급하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 대선개입 관련자
상식 밖 영전 '특혜'

김 의원이 지난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인사 10여명은 국방부 조사본부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급하거나 공기업 수장으로 '영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청와대 국방비서관(2010년 12월~2013년 1월)을 역임했던 윤영범 전 비서관은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나온 뒤 곧바로 한국철도공사 코레일테크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직무와 무관한 인사 조치에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전 비서관의 후임 국방비서관으로 임명된 연제욱 전 국방비서관(현 교육사 부사령관)의 거듭된 영전은 더욱 의구심을 자아낸다. 연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사 사령관(2011년 11월~2012년 11월)을 맡았던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인사다.


참여정부 말기 대령으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으로 파견되었던 그는 정권이 바뀐 후 이명박정부의 '노무현 색깔 지우기' 행보 속 세 차례나 장성 진급에 실패했다. 이럴 경우 통상 대령으로 군생활을 마치게 된다.

국기문란 관련자에 대한 상식 밖 인사조치
사이버사 대선개입 관련자 '진급 특혜' 지적

하지만 그는 김관진 국방부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취임한 이후인 2011년 10월 임기제(통상1년) 준장으로 진급하면서 사이버사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군 안팎에서는 김 장관이 연 전 비서관을 각별히 챙긴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독일 육사에 유학한 인연이 있다.

연 전 비서관은 사이버사 사령관 퇴임을 앞두고 임기제 준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소장으로 다시 한 번 진급한 후 국방부의 요직이자, 사이버사를 관리·감독하는 정책기획관을 거쳐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영전하는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가 7개월째에 접어든 지난 4월 교육사 부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는 했지만, 경질이라기보다는 본인 의사에 따른 인사이동이라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 전 비서관의 후임 국방비서관으로 임명된 장혁 국방비서관도 국방부 정책기획관 시절(2013년 4월~2014년 4월) 소장으로 진급한 뒤 청와대로 영전하는 유사한 코스를 밟았다.

핵심인사
처벌전무


이처럼 연 전 비서관이 사이버사 사령관을 맡은 후 정권을 달리하면서도 승승장구한 것은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으로 이득을 본 박근혜정부가 보답 차원에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이와 관련, 사이버사 고위 간부를 지낸 A씨는 "사이버사가 청와대, 국가정보원과 수시로 교류하면서 인터넷 정치댓글작업 전반을 공유했다"며 "사이버사 심리전단장, 사령관, 국방장관, 청와대 및 국정원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을 연 전 비서관, 김 장관은 물론 청와대와 국정원도 알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장관도 최장수 국방장관(2010년 12월~2014년 6월)을 지낸 후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박근혜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연 전 비서관의 후임으로 사이버사를 맡았던 옥도경 전 사이버사 사령관은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정책연수 중이다. 또 다른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인사인 이모 전 심리전단장은 지난해 12월 '정년퇴직'했다.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인사로 꼽히는 이들 중 군에서 불이익을 받은 인사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이외에도 사이버사의 핵심부서인 3·1센터장을 지냈던 신인섭 대령은 지난해 10월 준장으로 진급한 후 확대·신설되는 사이버사 부사령관에 내정됐다. 사이버사 대선개입 핵심부서인 심리전단 운영대장(2010년 1월~2013년 12월)을 맡았던 군무원 박모씨는 지난 1월 3급으로 진급한 뒤 심리전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명박근혜정권 관통한 승승장구
군 사이버사 정치개입 지속되나?

특히 박 심리전단장의 경우에는 심리전 성과 달성, 국정원과 정보사 등 유관기관 정보공유 활성화 공적으로 2010년 11월 국방부장관상 표창, 지난해 2월에는 국정과제 추진 및 숨은 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상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사 정보운영대 정보과장을 역임하며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글 350건을 게시한 군무원 정모씨도 지난 1월 4급으로 진급해 심리전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의 핵심부서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장을 역임했던 이모씨는 지난 3월 청와대 경호실 법무관으로 영전했다.

이와 같은 인사조치는 사이버사 대선개입과 수사 관련자들에게 ‘보은성 인사’로 특혜를 주는 한편, 사이버사의 정치개입을 지속할 의도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상식 밖 조치 불구
군 당국은 '침묵'

이에 대해 김광진 의원은 "국방부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관련자에 대해 진급과 정년을 보장해주는 행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상식 밖의 일로 국방부의 납득할 만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공식적인 해명, 11개월째 끌고 있는 사이버사 대선개입 수사결과 발표 등 어느 것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의 군에 대한 불신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 수사 진행상황
축소·은폐, 거짓말…시간끌기로 정치적 파장 최소화?

국군 사이버사령부(이하 사이버사)는 사이버 전쟁을 전담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월1일 설립된 국방부 직할 사령부다. 예하에는 연구개발을 하는 31단, 사이버전을 담당하는 510단, 대북심리전을 담당하는 530단(일명 심리전단),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590단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예하부대 중 인터넷 정치 댓글 작업과 국내정치 및 대선개입을 했던 조직은 심리전단이다. 이 사실은 지난해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사이버사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 즉 정부·여당에 비판적 인식을 가진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작을 했다는 사실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공개된 것이다.

당시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군 사이버사 요원들이 대선기간 댓글 작업을 했다" "국정원으로부터 예산을 받고 있다"는 등의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이에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대선개입은 있을 수 없고,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의 실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대응하는 활동을 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시 사이버사를 이끌던 옥도경 사령관도 "사이버사는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한 적도 없다"며 강하게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곧바로 사이버사 요원들이 인터넷에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리거나 SNS에 리트윗한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군 당국, '사실무근→개인적 일탈→조직적 개입' 말바꾸기
김관진, 사이버사 활동 보고받고도 형사처벌 대상서 제외

특히 새누리당의 댓글 알바단(일명 십자군 알바단)의 리더 격인 윤정훈 목사의 글을 리트윗한 사실과 국정원의 예산을 받으며 그들과 회의를 가진 사실도 드러났다. '사이버사-새누리당-국정원'이 정치와 관련한 편향적 인터넷 댓글 작업을 공유한 정황까지 드러난 것이다.

이에 일부 요원의 '개인적 일탈'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국방부 조사본부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는 말을 바꿔 편향적 정치 댓글 지시자로 이모 심리전단장을 지목하며 "더 이상의 윗선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KBS'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의 조직적인 정치개입이 있었다고 결론짓고, 형사처벌 대상 19명을 확정했다"고 단독보도 했다. 형사처벌 대상에는 연제욱·옥도경 전직 사령관을 비롯해 현 심리전단장인 3급 군무원 박모씨, 심리전단 예하 2·3대 대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당시 국방장관을 맡으며 대북 심리전 성과를 보고받았지만, 정치개입 활동에 대한 보고는 받지 않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KBS' 보도가 사실일 경우 군 당국이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불법적 정치개입에 이어 축소·은폐, 거짓말을 반복하다 뒤늦게 사이버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제외된 점과 수사를 지나치게 오래 끌었다는 점 등을 놓고 군 당국이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벌 대상자를 축소하거나 속도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현재까지도 국방부 조사본부는 공식적인 결과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야권관계자는 "군 당국의 축소·은폐, 거짓말을 이용한 시간끌기로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사건이 잊혀가고 있다"며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규모를 감안하면 국정원의 대선개입보다 군의 대선개입 규모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이 빈약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특검, 국정조사 등 추가적인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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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