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카운트다운> 바빠진 재벌 총수들 '베팅열전'

일꾼 자처한 회장님 “후원 결실 맺을까”

[일요시사=경제팀] 한종해 기자 =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열리면 기업들 사이에서 이색 응원풍경이 펼쳐진다. 현대산업개발 직원들은 축구를, SK는 핸드볼을, 현대자동차는 양궁을 응원한다. 기업 총수가 해당 스포츠 단체장을 맡고 있어서다. 하반기 국내에서 가장 큰 행사인 ‘인천 아시안게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단체장을 맡고 있는 총수들은 선수들의 좋은 성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는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16일 동안 우리나라 하반기 최대 행사인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23개 종목에 42개국 6000여명의 선수 및 임원들이 참가해 열전을 펼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2위를 지키겠다”는 포부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지난달 태릉선수촌에서 ‘인천아시안게임 D-100’ 미디어데이를 열고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많은 격려와 관심 부탁드린다. 선수들은 국민께 힘을 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면서 “아시아 2위를 지키겠다. 메달 목표는 90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재벌 오너들의
스포츠 경영
 
국가대표 선수들은 찜통더위 속에서 좋은 성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선수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스포츠 단체장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특히 기업을 이끌고 있는 단체장들은 성적이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되기 때문에 선수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23개 종목 중 기업 총수 혹은 경영진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종목은 무려 16개다. 수영, 육상, 양궁, 사이클, 승마, 펜싱, 골프, 체조, 유도, 조정, 사격, 탁구, 레슬링, 요트, 볼링, 근대5종 등이다.
 
먼저 ‘BMX’ ‘MTB’ ‘도로’ ‘트랙’ 등 4개의 세부 종목으로 나뉘어 총 18개의 메달이 걸려있는 사이클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지원한다. 구 회장은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009년 제24대 연맹 회장을 처음 맡은 이후 2013년 재선임되면서 2017년까지 연맹을 이끌게 됐다.
 
구 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자전거 마니아다. 3000m 높이의 알프스 고지대를 7박8일 동안 650km 완주해야 하는 ‘트랜스 알프스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자전거에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 수차례 4대강 자전거 길을 완주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주중 두 차례 이상은 자전거를 즐길 정도다.
 
구 회장은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후원회도 만들었다. 대표팀 육성, 전지훈련 비용 등 필요한 예산 55억원 가운데 10억원을 후원회에서 책임졌고 나머지 비용의 상당 부분은 구 회장 사재를 털었다.
 
메달 획득은 당연하고 색이 문제일 정도로 세계 최정상급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양궁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후원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해 4차례나 연임할 정도로 양궁을 사랑해왔다. 지금도 명예회장 직함을 갖고 있을 정도다.
 
구자열 회장 남다른 자전거 사랑
양궁 버팀목 정몽구·의선 부자
 

정 회장은 주요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간식과 식사까지 챙겼다. 시끄러운 야구장과 경륜장에서 훈련하기, 최전방 철책선 근무, 다양한 극기 훈련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국민들의 기대에 항상 부응했다.
 
아들인 정 부회장은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겸임하면서 지난 8년간 양궁 발전을 위해 장비 지원, 저개발국 순회 지도자 파견, 합동훈련, 코치 및 심판 세미나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세계 양궁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양궁연맹에서 수여하는 황금화살상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가 한국 양궁에 투자한 금액은 약 300억원에 이른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수락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탁구협회장과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엔 국제탁구연맹 특별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탁구의 위상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피스 앤 스포츠’ 대사 활동 등을 통해 스포츠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 부분이 높게 평가된 것이다.
 
조 회장은 ‘피스 앤 스포츠’ 대사로 활동하면서 지난 2011년 11월 카타르에서 분쟁 국가 중심으로 10개국이 참여해 다른 국가의 선수와 팀을 이뤄 탁구경기를 치르는 ‘2011 카타르 피스 앤 스포츠 탁구컵’을 후원해 20년 만에 남북한이 탁구 단일팀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12년 12월에는 UN 사무국인 UNOSDP와 저개발 국가 청소년 대상 차세대 리더 양성 프로그램에 20만 달러 규모의 후원을 결정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대한탁구협회장 취임 후 선수육성 지원, 심판 및 지도자 양성 등 제도 개선으로 한국 탁구 발전 전기를 마련했으며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으로서 중국, 러시아, 스웨덴 등과 탁구 교류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박순호의 세정
요트 공식후원
 
이런 조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최고 후원 등급인 프레스티지 파트너로서 항공권, 수하물 등 항공과 관련된 부문에 대해 후원을 하기로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한민국선수단장으로 선임된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은 대한요트협회를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03년 11월 대한요트협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 회장직을 수행하며 요트를 중심으로 비인기종목 육성에 많은 지원과 애정을 쏟아 왔다. 
 
 
세정그룹의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은 지난 2012년 2월 대한요트협회의 공식 후원기업으로 선정되어 제15회 아시아 요트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10개 대회를 후원했으며 박 회장은 재임 기간 중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해마다 4억∼4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다.

조양호 회장 스포츠로 세계평화 기여
비인기 근대5종의 영원한 파트너 LH
 

박 회장의 노력 덕분에 2007년 옵티미스트급이 소년체육대회 시범종목으로 채택됐으며 전 세계 요트임원 500여명이 참가하는 ‘2009 세계요트연맹 연차회의’ 부산 개최를 유치해 우리나라의 요트 위상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은 인천아시안게임이 다가오면서 어깨가 무거운 단체장 중 한명이다. 허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골프협회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3연패를,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올해로 골프 구력 50년째다. 그의 부친은 대한골프협회와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등을 지낸 고 허정구 회장이다. 그 영향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골프를 쳤고 첫 라운드는 고교 시절부터다. 단순한 취미라고 하기에는 그의 실력이 뛰어나다. 한국남자프로골프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를 정도고 젊은 시절에는 7언더파 65타를 수차례 기록했다. 68세라는 골프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드라이버샷은 260야드 정도 나간다.
 
허 회장은 지난해 2년 연속으로 ‘한국골프계를 움직인 10대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허 회장은 취임 이래 2015 프레지던츠컵,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등의 국제대회 준비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아마추어 골프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다. 60년 동안 이어온 ‘허정구배’가 대표적이다.
 
2연패를 도전하는 남녀유도대표팀은 남종현 그래미 회장의 지원을 받는다. ‘여명808’ 개발로 유명한 남 회장은 지난해 5월 대한유도회장에 취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 강원 FC의 대표를 역임했을 정도로 체육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남 회장이 유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철원의 한 초등학교 유도부를 후원하면서다. 남 회장은 이후 2009년 대한 유도회와 함께 여명컵 전국유도대회를 만들었으며 선수촌부터 전지훈련까지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남 회장은 파벌과 심판 공정성 문제로 시끄러웠던 기존 유도계를 주류와 비주류를 떠나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집 있게 밀어붙이며 ‘정직한 유도’를 만들어 나가는 데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미는 남 회장의 이런 뜻을 받들어 유도뿐만 아니라 철원 DMZ국제평화마라톤 대회를 10년째 메인스폰서로 후원하고 있으며 K리그 공식 후원사로 16개 지역 축구장에서 무료시음회를 펼치는 등 비인기 종목이나 다른 스포츠에도 관심을 갖고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마추어 골프 캡틴
허광수 삼양인터 회장
 
근대5종의 영원한 파트너 LH는 1985년부터 대한근대5종연맹을 후원하면서 역대 LH 사장이 이 연맹의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현 LH 사장인 이재영 사장은 지난해 7월 제16대 대한근대5종연맹 회장과 제12대 아시아근대5종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LH는 근대 5종에서 4개 팀으로 구성된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양궁, 레슬링 스포츠단도 운영 중이다.
 
이밖에 이기흥 우성산업개발 대표이사는 대한수영연맹을, 최진식 심팩 회장은 대한조정협회를, 임성순 아로마소프트 대표이사 겸 위피진흥협회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를, 김길두 다이아몬드호텔 대표이사는 대한볼링협회를 각각 이끌고 있다.
 
 
<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