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카운트다운> 바빠진 재벌 총수들 '베팅열전'

일꾼 자처한 회장님 “후원 결실 맺을까”

[일요시사=경제팀] 한종해 기자 =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열리면 기업들 사이에서 이색 응원풍경이 펼쳐진다. 현대산업개발 직원들은 축구를, SK는 핸드볼을, 현대자동차는 양궁을 응원한다. 기업 총수가 해당 스포츠 단체장을 맡고 있어서다. 하반기 국내에서 가장 큰 행사인 ‘인천 아시안게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단체장을 맡고 있는 총수들은 선수들의 좋은 성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는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16일 동안 우리나라 하반기 최대 행사인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23개 종목에 42개국 6000여명의 선수 및 임원들이 참가해 열전을 펼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2위를 지키겠다”는 포부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지난달 태릉선수촌에서 ‘인천아시안게임 D-100’ 미디어데이를 열고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많은 격려와 관심 부탁드린다. 선수들은 국민께 힘을 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면서 “아시아 2위를 지키겠다. 메달 목표는 90개 이상”이라고 밝혔다.

재벌 오너들의
스포츠 경영
 
국가대표 선수들은 찜통더위 속에서 좋은 성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선수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스포츠 단체장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특히 기업을 이끌고 있는 단체장들은 성적이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되기 때문에 선수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23개 종목 중 기업 총수 혹은 경영진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종목은 무려 16개다. 수영, 육상, 양궁, 사이클, 승마, 펜싱, 골프, 체조, 유도, 조정, 사격, 탁구, 레슬링, 요트, 볼링, 근대5종 등이다.
 
먼저 ‘BMX’ ‘MTB’ ‘도로’ ‘트랙’ 등 4개의 세부 종목으로 나뉘어 총 18개의 메달이 걸려있는 사이클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지원한다. 구 회장은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009년 제24대 연맹 회장을 처음 맡은 이후 2013년 재선임되면서 2017년까지 연맹을 이끌게 됐다.
 
구 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자전거 마니아다. 3000m 높이의 알프스 고지대를 7박8일 동안 650km 완주해야 하는 ‘트랜스 알프스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자전거에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다. 수차례 4대강 자전거 길을 완주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주중 두 차례 이상은 자전거를 즐길 정도다.
 
구 회장은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후원회도 만들었다. 대표팀 육성, 전지훈련 비용 등 필요한 예산 55억원 가운데 10억원을 후원회에서 책임졌고 나머지 비용의 상당 부분은 구 회장 사재를 털었다.
 
메달 획득은 당연하고 색이 문제일 정도로 세계 최정상급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양궁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후원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의 부친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해 4차례나 연임할 정도로 양궁을 사랑해왔다. 지금도 명예회장 직함을 갖고 있을 정도다.
 
구자열 회장 남다른 자전거 사랑
양궁 버팀목 정몽구·의선 부자
 

정 회장은 주요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간식과 식사까지 챙겼다. 시끄러운 야구장과 경륜장에서 훈련하기, 최전방 철책선 근무, 다양한 극기 훈련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국민들의 기대에 항상 부응했다.
 
아들인 정 부회장은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을 겸임하면서 지난 8년간 양궁 발전을 위해 장비 지원, 저개발국 순회 지도자 파견, 합동훈련, 코치 및 심판 세미나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세계 양궁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양궁연맹에서 수여하는 황금화살상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가 한국 양궁에 투자한 금액은 약 300억원에 이른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수락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탁구협회장과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엔 국제탁구연맹 특별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탁구의 위상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피스 앤 스포츠’ 대사 활동 등을 통해 스포츠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 부분이 높게 평가된 것이다.
 
조 회장은 ‘피스 앤 스포츠’ 대사로 활동하면서 지난 2011년 11월 카타르에서 분쟁 국가 중심으로 10개국이 참여해 다른 국가의 선수와 팀을 이뤄 탁구경기를 치르는 ‘2011 카타르 피스 앤 스포츠 탁구컵’을 후원해 20년 만에 남북한이 탁구 단일팀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12년 12월에는 UN 사무국인 UNOSDP와 저개발 국가 청소년 대상 차세대 리더 양성 프로그램에 20만 달러 규모의 후원을 결정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대한탁구협회장 취임 후 선수육성 지원, 심판 및 지도자 양성 등 제도 개선으로 한국 탁구 발전 전기를 마련했으며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으로서 중국, 러시아, 스웨덴 등과 탁구 교류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박순호의 세정
요트 공식후원
 
이런 조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최고 후원 등급인 프레스티지 파트너로서 항공권, 수하물 등 항공과 관련된 부문에 대해 후원을 하기로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대한민국선수단장으로 선임된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은 대한요트협회를 이끌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03년 11월 대한요트협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 회장직을 수행하며 요트를 중심으로 비인기종목 육성에 많은 지원과 애정을 쏟아 왔다. 
 
 
세정그룹의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은 지난 2012년 2월 대한요트협회의 공식 후원기업으로 선정되어 제15회 아시아 요트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10개 대회를 후원했으며 박 회장은 재임 기간 중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해마다 4억∼4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다.

조양호 회장 스포츠로 세계평화 기여
비인기 근대5종의 영원한 파트너 LH
 

박 회장의 노력 덕분에 2007년 옵티미스트급이 소년체육대회 시범종목으로 채택됐으며 전 세계 요트임원 500여명이 참가하는 ‘2009 세계요트연맹 연차회의’ 부산 개최를 유치해 우리나라의 요트 위상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은 인천아시안게임이 다가오면서 어깨가 무거운 단체장 중 한명이다. 허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골프협회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3연패를,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올해로 골프 구력 50년째다. 그의 부친은 대한골프협회와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등을 지낸 고 허정구 회장이다. 그 영향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골프를 쳤고 첫 라운드는 고교 시절부터다. 단순한 취미라고 하기에는 그의 실력이 뛰어나다. 한국남자프로골프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를 정도고 젊은 시절에는 7언더파 65타를 수차례 기록했다. 68세라는 골프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드라이버샷은 260야드 정도 나간다.
 
허 회장은 지난해 2년 연속으로 ‘한국골프계를 움직인 10대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허 회장은 취임 이래 2015 프레지던츠컵,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등의 국제대회 준비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아마추어 골프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다. 60년 동안 이어온 ‘허정구배’가 대표적이다.
 
2연패를 도전하는 남녀유도대표팀은 남종현 그래미 회장의 지원을 받는다. ‘여명808’ 개발로 유명한 남 회장은 지난해 5월 대한유도회장에 취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 강원 FC의 대표를 역임했을 정도로 체육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남 회장이 유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철원의 한 초등학교 유도부를 후원하면서다. 남 회장은 이후 2009년 대한 유도회와 함께 여명컵 전국유도대회를 만들었으며 선수촌부터 전지훈련까지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남 회장은 파벌과 심판 공정성 문제로 시끄러웠던 기존 유도계를 주류와 비주류를 떠나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집 있게 밀어붙이며 ‘정직한 유도’를 만들어 나가는 데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미는 남 회장의 이런 뜻을 받들어 유도뿐만 아니라 철원 DMZ국제평화마라톤 대회를 10년째 메인스폰서로 후원하고 있으며 K리그 공식 후원사로 16개 지역 축구장에서 무료시음회를 펼치는 등 비인기 종목이나 다른 스포츠에도 관심을 갖고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마추어 골프 캡틴
허광수 삼양인터 회장
 
근대5종의 영원한 파트너 LH는 1985년부터 대한근대5종연맹을 후원하면서 역대 LH 사장이 이 연맹의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현 LH 사장인 이재영 사장은 지난해 7월 제16대 대한근대5종연맹 회장과 제12대 아시아근대5종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LH는 근대 5종에서 4개 팀으로 구성된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양궁, 레슬링 스포츠단도 운영 중이다.
 
이밖에 이기흥 우성산업개발 대표이사는 대한수영연맹을, 최진식 심팩 회장은 대한조정협회를, 임성순 아로마소프트 대표이사 겸 위피진흥협회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를, 김길두 다이아몬드호텔 대표이사는 대한볼링협회를 각각 이끌고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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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