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대학 학과들 '열전'

황당한 전공…취업 직행?

[일요시사=사회2팀] 이광호 기자 =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각 대학들이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몇몇 대학의 이색 학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운 전공도 더러 보인다.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이색전공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선문대학교(충남 아산) 순결가정문화학과는 순결한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며 순결운동을 펼쳐서 온 인류가 순결하게 살도록 함으로써 순결한 개인, 가정, 사회를 토대로 자유와 평화로운 세계의 실현에 이바지하는 역군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졸업 후에는 순결전문강사, 건강사정사, 보육교사 자격증이 자동적으로 부여된다.

입시생도 잘 모른다

영남이공대(경북 대구) 박승철헤어과는 국내 최초의 브랜드학과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박승철헤어과는 세계적인 뷰티 산업 인재육성을 위해 박승철 헤어 스튜디오의 체계적인 현장실무 경험을 반영한 교육 인프라 구축과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함으로써, 국제적 감각을 지니고 국내 헤어디자인을 선도할 박승철헤어디자인 전문가, 두피관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졸업 후에는 박승철헤어 스튜디오 현장실습 및 취업이 이뤄진다. 또는 스타일리스트, 미용관련 분야 강사, 두피 클리닉 및 관리실로 취업하기도 한다.

진주보건대(경남 진주) 관광과 외식산업미스터피자 전공은 한국미스터피자와 산학협력을 통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현장 맞춤형 인재육성을 통한 피자 조리 및 매장 경영 전문인 양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졸업 후에는 미스터피자 본사 및 직영점, 지역점 매니저, 피자점 운영 등 외식업에 종사한다.

전남과학대(전남 곡성) 호텔조리김치발효과는 최고의 김치발효기능사 교육을 위해 조리이론과 기능습득 등의 교육을 통해 외식산업의 발전과 국민의 보건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조리 분야의 유능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적인 취득 자격증은 김치, 고추장, 된장, 식효소, 전갈 조김치발효기능사 자격인증제제과, 제빵 기능사 등이다. 졸업 후엔 김치관련 기업체의 김치생산 및 품질관리, 제품개발 분야 등 식품관련 쪽으로 진출하게 된다.

두원공과대(경기 안성) 자동차손해보상과는 자동차 사고로 생긴 손해에 대한 피해금액을 결정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며 해결해 주는 손해사정사를 육성한다. 기본적으로 기초자동차공학·금융보험학·교통사고 조사 및 분석·기초 의학지식 등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교육을 받은 뒤, 졸업 후 대형 손해보험회사 등에서 일하게 된다.

극심한 취업난…이색 ‘과’ 눈길
독특한 교육과정으로 단기간 승부


부산여대(부산 부산진구) 보석감정딜러디자인과는 주얼리 산업의 인재양성을 위해 국가가 인증한 국내최초의 보석감정 디자인 전문학과다. 보석의 원산지나 천연보석 여부를 구별하는 등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한다. 우리나라 보석시장은 현재 5조원에 육박하지만, 이에 비해 보석전문가는 많이 부족해 취업 전망이 밝은 편이다.

영동대(충북 영동) 와인발효식품학과는 와인을 비롯한 커피, 칵테일, 제과제빵, 양조 등 외식 식음료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국내 최초의 4년제 대학 학과다. 포도의 본고장인 충북 영동의 지역적 특성과 관련된 전문적 교육을 위해 현직 소믈리에와 바리스타가 실무중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졸업 후엔 호텔, 외식, 서비스 관련 기업 등으로 진출한다.

원광디지털대(전북 익산) 요가명상학과는 심신일체적인 건강에 대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전인교육체계전반인 요가를 학문화시켜 인도 전통 요가의 철학적 기반과 실천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졸업 후엔 공공기관 및 기업 등에서 요가를 지도하게 된다.

포항대(경북 포항) 말산업레저스포츠과는 말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마사회, 부산경마공원 등 산학연계를 통해 현장실습위주의 실질적인 전문지식 교육과 전문승마인, 승마교관, 재활승마교관, 수의사, 장제전문인으로 교수진을 구성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졸업 후엔 전문 승마인, 승마교관 등 말산업에 종사하게 된다.

이외에도 아웃백스테이크과, 망고식스디저트카페과, 풍수명리학과, 장례지도과, 카지노과, 미용분장과, 애완동물과, 조리부사관과, 민족문화과, 박물관 큐레이터과, 바둑학과 등 다양한 이색 전공의 비교적 명확한 진로가 취업난을 타개할 매력적 요소로 입시생들을 사로잡고 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에 따르면 2·3년제 대학의 이색 학과는 현장 중심의 교육을 하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하지만 본인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김희동 소장은 “학과 명칭을 바꾸는 것이 입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말하면서 “학과명은 특이하지만 커리큘럼엔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짜 있는 거 맞아?


서울 시내 주요대학들이 신입생 유치를 위해 특이한 학과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대학 설립자인 스크랜튼 선교사의 이름을 따서 자유전공학부와 비슷한 성격의 ‘스크랜튼 학부’를 만들었다. 한국외대는 언어와 통상을 함께 배우는 ‘Language & Trade 학부’를 신설하고 영어통번역과를 ‘국제 회의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영어’라는 의미의 ‘EICC(English for International Conferences and Communication)’로 바꿨다.

서강대는 지식융합학부에 ‘Art & Technology 학과’를 만들었고, 성균관대는 ‘글로벌리더학부’를 신설했다. 경희대는 호텔관광학부를 나눠 ‘Hospitality 경영학부’를 만들었다. 대학 입시생들은 특이한 학과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굳이 학과명을 영어로 만들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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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