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덮친 7·30쓰나미> ③김무성-나경원 신 밀월시대

비박 남녀의 절묘한 결합…"달리는 말(김무성)에 날개(나경원) 달았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전국 15개 지역에서 열린 역대 최대급 7·30재보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1대4로 대승을 거둔 것이다. 이로써 7·14전당대회를 통해 갓 출범한 '김무성호'는 순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주류 친이(친이명박)계의 대표적 여성정치인 나경원 의원이 최대격전지로 분류됐던 서울 동작을에서 살아 돌아온 것도 비주류 비박(비박근혜)의 좌장격인 김무성 대표에게는 상당한 호재다. 일각에서는 비주류를 대표하는 남녀 정치인인 김무성-나경원이 새로운 '밀월시대'를 열며 친박(친박근혜) 중심 당 재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난 7·30재보선으로 김무성 대표가 비주류 대표라는 부담을 떨쳐내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기반을 마련했다. 당초 '4석도 얻기 힘들다'는 암울한 전망을 깨고 당대표 취임 보름 만에 열린 재보선에서 11석을 얻는 대승을 거둔 것은 김 대표의 공이 크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평가다. 특히 나경원 의원의 당선은 김 대표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나경원 '화려한 재기'
김무성 '날개 단 격'

나 의원은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동작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접전 끝에 물리치고 당선됐다. 표차가 929표(1.21%p)에 불과할 정도로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정치인은 선거로 말하고 선거에는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다.

승자가 된 나 의원은 지난 2011년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패배한 이후 약 3년간의 정치적 공백기를 거쳐 3선의원으로 제도권 정치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새누리당 현역 여성의원 중 3선 이상 중진급 의원은 나 의원이 유일하다.

앞서 나 의원은 17~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변인과 최고위원을 지냈고,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출마했다. 이번 재보선 승리로 한층 체급을 올린 그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와 그간의 정치적 경험을 바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잇는 차세대 여성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차기 대선주자급 반열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까지 나온다.


김무성, 당 장악·차기 대권행보 탄력
나경원, 여성 현역 최다선 '화려한 복귀'

정치권에서는 7·14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김 대표가 새누리당의 새 수장으로 선출되는 등 친박에서 비주류로 당권 이동이 이뤄진 가운데 친이계의 대표적 여성정치인인 나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며 당의 친박 색채가 더욱 옅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전당대회 압승에 이어 재보선까지 대승을 거두며 입지가 탄탄해진 김 대표와 나 의원이 손을 잡을 경우 친박계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동작을 야권단일화 이후 선거 막판에 사흘 연속 이 지역을 방문해 "나 후보를 박 대통령의 뒤를 잇는 여성지도자로 키워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3년여 만에 당에 복귀하는 나 의원도 김 대표와 손잡을 경우 단기간에 당내 기반을 다지고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나 의원은 새로 출범한 김무성 대표 체제 지도부와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며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김 대표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상징성까지 두루 갖춘 이들의 결합은 당내 역학구도 변화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 남녀 대표주자 결합…최상의 윈윈 전략?
체급 키운 '김-나' 친박 주도 당 재편 나설 듯

김 대표도 재보선 지원유세 과정에서 독자적 정치행보를 할 가능성을 종종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4일 전라남도 나주시 삼도동 목사고을시장에서 열린 김종우 후보 지원연설에서는 "그동안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의 잘못을 자꾸 보호하고 감추려고 했는데 이제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러지 않겠다"며 "국민 여러분 앞에 잘못된 것은 확실히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사과할 것은 빨리 사과드리고 책임자는 엄벌에 처할 것을 대통령께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정부의 무능을 감싸기보다는 앞장서서 책임자 엄벌을 요구하겠다며 현 정권과 선긋기를 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게다가 김 대표는 앞선 선거까지 새누리당이 '박근혜 마케팅'에만 의존했던 선거전략에서 벗어나 '혁신' '경제살리기' '지역일꾼론'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대승을 이끌어내 김무성 스타일 정치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이와 관련해 친박계 일각에서는 김무성 체제가 힘을 받을수록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대통령 스타일상 당·청 관계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김무성-이정현
관계설정 주목

한편 김 대표와 친박 핵심인사로 '호남의 기적'을 일군 이정현 의원과의 관계설정도 주목된다. '박근혜의 입' '박근혜의 복심' 등으로 통하는 이 의원은 당직자 출신으로 김 대표와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즉, 박 대통령과 수평적이면서도 원만한 관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과제를 가진 김 대표에게 이 의원은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차기 대권을 꿈꾸는 김 대표 입장에서 보수정당 후보로는 26년 만에 처음으로 호남에 자리를 잡은 이 의원의 확장성은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이 의원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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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