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하는 '세월호특별법' 핵심쟁점 완벽해부

애꿎은 생명들은 아직 바다 속에
만든단 특별법은 아직 국회 안에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국회의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실효성 있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희생자 유족들은 하나둘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고 있다. 정치권이 희생자와 유족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아직도 10명의 실종자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잠들어 있으며 참사가 발생한 원인조차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당연히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미미한 수준이다.

외면 받는 세월호 참사

국회 세월호국정조사는 관련기관들의 자료제출 거부와 자질 미달 특위 위원들로 인해 '세월호의 진실'에 접근하지 못하고 마무리될 기세다. 희생자 유족들과 수백만명의 국민들은 최후의 보루로 실효성 있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는 당리당략과 정쟁에 파묻혀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각계의 요구에 국회 교섭단체(새누리당, 새정치연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합의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의 ▲자료제출 요구권 ▲개선사항 권고 권한만을 가진 6개월 기한(3개월 연장 가능)의 진상조사위원회 출범 주장과 새정치연합의 '수사권'을 가진 진상조사위의 1년을 기한(1년 연장 가능)으로 하는 조사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 ▲유가족이 추천하는 인사 과반 진상조사위 참여 ▲수사·기소권 가진 실효성 있는 진상조사위 출범 등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안을 국민 350만명의 서명을 받아 입법청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수사·기소권 부여에 난색을 표하며 지난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약속한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두 달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조사권만 가진 진상조사위가 꾸려질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국정조사나 앞선 진상조사위의 선례들처럼 실체적 진실규명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권을 침해하는 것은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아닌 곳에서 수사권을 가진 전례가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수사의 강제성을 가지게 하는 권한인 영장청구권이 검사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검사에 대한 자격규정에 대한 내용은 없다. 즉, 국회에서 제정하는 특별법을 통해 얼마든지 검사 이외의 인사에게 검사의 자격과 지위를 부여하고 수사·기소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례가 없다는 주장도 앞서 10차례 이상 실시된 '특별검사제도'에 비춰보면 어불성설이다.

이처럼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새누리당이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은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 정부기관과 청와대에 대한 수사·기소권을 가진 진상조사위 조사가 이뤄질 경우 사고 발생 이후 대처에 실패한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될 것을 우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버티기가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형참사 100일…대한민국 제자리걸음
여야, 진상조사위 수사·기소권 놓고 대립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당 쪽 몇몇 분들에게 들어보니 청와대의 지시가 안 떨어졌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굉장히 많은 압력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단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고 누구도 결단을 못 내릴 일"이라고 청와대의 지시가 없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새정치연합이 지난달 4일 당론으로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희생자 전원과 피해자를 의사상자로 인정해 예우하도록 한다 ▲피해자 및 피해지역의 지원에 소요되는 예산은 전액 국비로 충당한다 ▲희생자 유족들의 생활비를 포함한 교육·건강·복지·고용 등을 지원한다 등의 내용을 담아 새누리당이 공세를 취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내용들은 여야의 '세월호 입법 테스크포스(TF)'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주장이지만,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희생자 유족들이 과도한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다.

유언비어의 확산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세월호국정조사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를 국가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세월호특별법의 주장이다.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개인회사의 잘못으로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해달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낸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참사특별위원회 법률지원단 소속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심 의원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여야의 공동책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새누리당의 책임이 더 큰 셈이다.

심지어 새누리당이 세월호특별법 제정 자체를 못 마땅해 한다는 기류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홍문종 의원은 "세월호 사건은 해상 교통사고다"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세월호 교통사고론'은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사과한 박 대통령의 발언과 모순된다. 또 검·경이 교통사고 책임자에 불과한 유병언 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해 수사한 것과도 이율배반적이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 버티기, 새정치 속수무책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위한 여야 4자 회동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특검 지명권을 야권에 준다고 약속했으나, 실무협상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이 "우리와 상의해서 했던 제안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버티기에 새정치연합은 속수무책 끌려 다니는 모양새다.

결국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이 눈물의 사과와 함께 외쳤던 국가대개조, 여야의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은 유명무실해져가고 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만나 지난달 16일까지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겠다던 약속은 이미 기한을 넘겼고, 언제 제정이 이뤄질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의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는 갈수록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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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