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건설 빅7 짬짜미 전말

3조6000억짜리 사다리타기 ‘누가 고자질?’

[일요시사=경제1팀] 건설업계 사상 최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담합 때문이다. 담합 건설사에는 국내 빅7 건설사가 모두 포함돼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담합 방식도 낱낱이 드러났다. 매우 치밀하게 짜고 쳤다. 각 회사 관계자들은 카페에 모여 '사다리타기' 게임을 하며 '나눠먹기'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달 27일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과징금 4355억원을 부과하고 건설사 법인과 주요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짜고 친 고스톱

4355억원의 과징금은 역대 전체 담합사건 중 두 번째, 역대 건설업계 담합사건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과징금 최고액 기록은 지난 2010년 4월 6개 LPG공급회사의 담합에 매긴 6690억원이다. 고발 대상 임원들은 담합을 주도한 7개사인 대림산업, 대우건설, 삼성물산, SK건설, GS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빅7' 소속이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과 광주광역시 송정동을 잇는 길이 184.5km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사업비는 8조3500억원에 달한다. 2006년부터 추진돼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입찰담합 규모는 3조5980억원에 이른다. 전체 사업비의 43%에 이른다.

업체별 과징금은 삼성물산이 835억8800만원으로 가장 많고, 대림산업(646억5000만원), 현대건설(597억5900만원), SK건설(247억8400만원), 동부건설(220억3200만원), 한진중공업(205억5600만원), 포스코건설(199억9800만원), GS건설(193억2700만원), 현대산업개발(166억4700만원), 롯데건설(168억9300만원), 두산중공업(166억100만원), 두산건설(126억300만원), 대우건설(122억2700만원), KCC건설(118억600만원)순이다.

경남기업, 고려개발, 극동건설, 남광토건, 삼부토건, 쌍용건설, 풍림산업 등 7개사는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극동·남광·풍림·쌍용은 법정관리, 고려·금호·경남은 워크아웃으로 각각 과징금을 감경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21개 회사는 호남고속철 공사 1차 입찰공고일인 2009년 7월31일 이전에 13개 공구를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에 배정될 공구수를 정하고, 추첨을 통해 공구별로 사전 낙찰예정자를 정했다. 입찰가격도 설계금액 대비 76% 수준으로 맞췄다.

추첨에 탈락한 입찰참가자들은 다음 사업에 우선권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들러리를 섰다. 들러리가 모자라자 빅7은 계룡건설과 고려개발, 극동건설, 두산중공업, 풍림산업, 포스코건설, 한신공영 등 7개 회사를 추가로 들러리를 세웠다.

입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3개 공구에 대한 낙찰률은 78.53%로 다른 최저가공사 낙찰률보다 5% 이상 높았다. 13개 공구의 공사 예정가격인 3조1700억원의 5%에 해당하는 1500억원 이상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얘기다.

28개 건설사 호남고속철도 입찰 담합
시정명령 내리고 과징금 4355억 부과

대안공구(1-2/2-3/4-2공구)와 턴키공사로 진행된 차량기지 입찰에서 이뤄진 담합행위는 '애들 장난'까지 동원됐다. 3개 공구는 각각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쌍용건설이 낙찰을 받았는데 1-2공구에서는 SK건설과 경남기업이, 2-3공구에서는 동부건설이, 4-2공구에서는 현대산업개발과 고려개발, 경남기업, GS건설이 들러리를 선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기지 공사 입찰 전에는 '사다리 타기' 게임이 동원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삼성물산은 지난 2010년 3월경 서울 광화문역 근처 카페에서 만나 사다리타기를 통해 낙찰자를 추첨했다. 낙찰자는 대림산업, 낙찰률은 94.79%(3018억원)에 달했다.

건설 빅7은 올해 적발된 주요 입찰 담합 사건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1322억85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인천도시철도 2호선 사업과 991억2100만원이 부과된 경인운하 사업, 401억9700만원이 부과된 대구 도시철도 3호선 사업에 건설업체 빅7이 모두 참여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부산 지하철 1호선 연장(과징금 122억3900만원) 사업에는 빅7 중 대우건설, SK건설,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이로써 건설업계에 부과된 과징금 누계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와 업계는 과징금 규모가 대폭 늘어난 것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덕분인 것으로 보고 있다. 리니언시는 담합에 연루된 기업이 위법 사실을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 검찰 고발 등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가장 먼저 신고한 1순위 기업은 과징금의 100%, 2순위는 50%를 각각 깎아준다. 지난해 리니언시로 적발한 담합 사건은 총 23건으로 전년보다 7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리니언시로 감면된 과징금은 1654억원을 넘는다.

이번 호남고속철 담합에서도 리니언시 건설사는 있었다. 그룹계열사인 A사와 B사는 각각 리니언시 1순위·2순위 혜택을 받았다. A사는 최저가공사와 턴키공사 과징금 전액을 감면받았고, B사는 2순위 자격으로 턴키공사 과징금의 절반인 100억원 가량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는 "비밀보호를 전제로 이뤄지는 리니언시에서 명단이 유출된다면 누가 리니언시를 활용하겠느냐"며 "확인할 수도 없고 설령 안다고 해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대도 건설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보다는 고자질을 한 건설사를 '왕따'를 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공정위 담합조사가 시작되면 오히려 똘똘 뭉치는 의리를 발휘했다"며 "담합으로 혜택은 혜택대로 입고 혼자만 쏙 빠져나가겠다는 심보"라고 토로했다.

리니언시 유출 논란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입찰담합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는 첩보를 입수하면 각 건설사들은 오토바이 퀵까지 동원하면서 '누가 먼저 담합 증거를 공정위에 제출하나'를 놓고 웃지 못할 경쟁을 벌인다"며 "이번 호남고속철 담합 조사에서 리니언시 혜택을 받은 건설사 보다 간발의 차이로 증거 제출이 늦어 혜택을 받지 못한 건설사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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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