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대국민 사기극 파문

비싼 경품 안주고 고가 경품 뻥쳤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홈플러스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경품 사기극을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홈플러스의 도덕성은 도마 위에 올랐다. 파문이 커지자 홈플러스는 성난 소비자들이 겨누는 칼을 자신들이 아닌 개인 직원을 향하게 만들었다. 약관을 내세워 책임은 소비자에게 미루고 자신들은 깨알 같은 글씨 뒤로 숨어버렸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던 도성환 대표의 다짐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MBC <시사매거진2580> 보도팀이 홈플러스 경품사기 사건을 집중 취재했다. 그동안 홈플러스가 당첨자에게 경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오히려 경품을 미끼로 고객들의 정보를 모았고, 이 정보는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홈플러스 경품사기는 유통업계 최악의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품 줄게
정보 다오

방송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올 초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급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고 행사를 벌였다. 그런데 취재결과 이러한 행사 대부분의 1등 당첨자는 경품을 받지 못했다. 미지급 사례는 쏟아졌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은 “당첨사실을 몰랐다”며 놀랐다. 홈플러스는 공교롭게도 당첨자가 전화를 안 받아서 취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차첨자를 뽑은 것도 아니었다. 당첨 무효처리를 한 것이다.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링은 국내에 한 번도 수입된 적 없는 제품이었다. 이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경품으로 자사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며 “홈플러스 측이 다이아몬드에 대해 문의한 적도 없다”고 했다.

홈플러스의 소비자 속이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12년 3월 4500만원 상당의 외제 자동차를 1등 상품으로 내건 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했다. 실제로 홈플러스 한 직원은 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 당첨자로 만들었다. 경품으로 받은 승용차를 되팔아 3000만원을 챙겼다.


자신의 친구에게 경품이 돌아가도록 한 뒤 물건을 현금화해 나눠 가진 것이다. 보도가 나가자 홈플러스는 부랴부랴 상품을 받지 못한 당첨자들에게 경품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일부러 안 준 게 아니라 “지급보류”라고 주장했다.

1등 당첨 사실 모르고 그냥 넘어가
“연락 안 된다”시간 끌다 무효처리

특히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권에 고객이 기재한 개인정보를 제휴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경품 행사로 모은 개인정보는 보험사에 한 명당 2000∼2800원을 받고 넘겨왔다. 퍼미션DB는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다. 퍼미션DB는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고객에게 얻어낸 개인정보다. 어렵게 정보를 구한 고객들일수록 보험에 가입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퍼미션DB는 4200∼4500원으로 두 배 비싼 값에 팔린다.

보험사가 이를 통해 수익을 얻으면 그 일부를 돌려받기도 한다. 경품은 고객이 개인정보를 작성시키게 만들기 위한 미끼일 뿐 사실상 정보장사를 해온 셈이다.

홈플러스는 지난3년 동안 매년 300만명이 넘는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팔아넘겼다. 올해는 400만명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올해 네 번의 경품행사로 48억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경품 행사 1번에 10억원 이상 남길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응모권 뒷장에 동의를 받았으니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동의를 내세워 책임은 소비자에게 넘기고 자신들은 깨알 같은 글씨 뒤로 숨어버린 모양새다.

불매운동 조짐
임대매장 불똥

방송이 나간 뒤 홈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홈플러스는 “연락이 부족해 경품이 지급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최근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문자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염려로 당첨 고지에 대한 응답률이 낮아지면서 일부 경품이 지급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미지급 당첨자에게 이제야 경품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측도 경품사기 관련 논평을 냈다. 논평에서 노조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보도 이후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노동조합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내부감시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제보를 접수받고 있다”며 “이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경품지급을 조작한 직원을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자세한 언급은 자제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경품행사를 조작한) 해당직원 2명을 고소했다”며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지켜봐 달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책임은 은근슬쩍 미룬 모습이다. 성난 소비자들이 겨누는 칼을 홈플러스는 자신들이 아닌 개인 직원을 향하도록 만든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조직에 있는데 마치 개인 비리인 것처럼 봉합하기 급급했다.

이러한 홈플러스의 대응에 후폭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홈플러스 불매 운동을 벌일 조짐이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홈플러스 불매운동’ 카페부터 만들자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고객 정보 보험사에 팔아넘겨
직원 고소…또 ‘꼬리 자르기’

그런데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움직임에 홈플러스 테넌트 매장은 벌벌 떨고 있다. 테넌트 매장은 홈플러스 식품매장 바깥에 입점한 임대매장이다. 의류매장, 음식점, 커피숍, 안경점, 피부과 등의 업체들을 말한다.

테넌트매장 점주 및 직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지점에 입점한 의류매장 점주는 “잘못은 홈플러스가 저질렀는데, 테넌트 매장까지 싸잡아 욕먹고 있다”며 “요즘 매출도 안 좋은 상황에 소비자들이 홈플러스 불매 운동까지 벌인다니까 정말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고객정보 제공
당국 감시 시급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개인정보수집이다. 홈플러스가 금융사에 개인정보를 넘기면서 발생한 피해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천에 사는 주부 A씨는 지난6월 홈플러스에서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내면 핸드카트를 준다는 말에 개인정보를 써냈다. 가족들의 정보도 함께 적어냈다. 그런데 며칠 뒤 신한카드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건 카드사 영업직원은 “홈플러스 경품에 당첨되시길 바란다”며 “고객님이 동의해서 전화 드렸다”고 자연스럽게 카드신청을 유도했다. 영문도 모른 채 이 전화를 받은 A씨의 아들은 신용카드를 덜컥 신청했다. 카드가 오고 나서야 A씨는 당시 적어냈던자신의 가족정보가 카드사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홈플러스에서 고객 관리 차원에서 연락처를 요구했다고 생각했지 금융사에 내 정보를 넘길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이런 정보에 무지했던 내 잘못이 크겠지만 애초에 홈플러스가 카드사에 정보를 모두 제공한다고 충분히 알아듣게 공지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더이상 ‘착한기업’아니다
도성환 대표 윤리경영 흠집

금융소비자원은 마트가 행사를 통해 개인정보 수집하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경품만 생각하고 자신의 정보를 생각 없이 적어낸다”며 “마트는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들어 교묘하게 개인정보를 모아놓고 문제가 커지면 고객의 동의를 받았다고 핑계를 대곤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마트와 금융사는 동의만 받을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떤 용도로 수집하는지 이후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사실상 마트에서 보험가입을 목적으로 한 행사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당국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올 초부터 금융사의 개인정보가 큰 문제로 지적돼 왔는데, 아직까지도 마트에서의 금융사 개인정보 수집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이런 경품 행사를 미끼로 한 개인정보 수집 자체를 금지해야 하고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는 ‘봉’
상생은 ‘최악’

홈플러스는 ‘착한 기업’ 홈플러스를 내세워 신뢰성 있는 이미지를 표방해왔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는 ‘상생과 성장’을 다짐했다. 그런데 착한 얼굴 뒤로 소비자를 이용해 악덕 상술을 펼치고, 직원들에게는 등을 돌렸다. 노동자들과의 상생은 최악이다.


최근 발표된 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홈플러스는 3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다. 3년 연속 최하위는 재계에서 홈플러스가 유일하다. 그래서인지 대형 유통 업체 중 유독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마찰이 많았다.

협력업체에 불공정 행위, 자체브랜드(PB) 제품 하자, 키즈랜드 관련 ‘갑을논란’에 이어 매장 내 입점한 중소상인은 쉽게 내쫓았다. 이러한 불명예를 꾸준히 얻으면서 홈플러스는 숱한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불거진 노조와의 갈등은 도성환 대표의 도덕성에 커다란 흠집이 되고 있다. 조직관리 시스템 부재와 내부 감사 질서의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홈플러스와 노조의 갈등은 극에 치달은 상태다. 지난달 11일부터 노조는 “10년을 일해도 월급은 100만원이라는 기막힌 현실을 바꾸겠다”며 부분파업과 정시출퇴근, 집단휴가 등 쟁의행위를 하고 있다. 노조는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급여를 최소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임금 보장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요구 사항은 ▲2013년 도시노동자 평균임금(261만원)의 57%(148만원)를 기본급으로 지급 ▲상여금 400% 지급 ▲감정노동수당 지급 등이다.

홈플러스는 노조와 충분히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노조 측과 협의 진행 중에 있다”고 답했다.

노조의 의견은 달랐다. 노조는 논평에서 “임금교섭이 회사 설립 15년 만에 처음으로 열렸지만 수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사측은 책임 있게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종일관 ‘회사사정이 어려워 노동조합 요구안에 대해 사측 안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만 반복해 왔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반면 도성환 대표는 영국 테스코사에 엄청난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 본사에 대해서는 ‘해바라기 경영’을 펼쳤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로열티로 영국 본사에 61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전보다 약 20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이다. 도 대표가 한국 고객과 한국 시장보다는 영국 본사를 더 신경 쓰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영국 본사가 국내 홈플러스에 비용절감을 강하게 주문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테스코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영국 본사가 비용통제를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성환 대표 입장에서는 영국 본사의 요구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임금을 올려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고, 고가의 경품행사를 통해 고객정보를 모아 이상한 형태로 수익을 끌어 올린 것도 영국 본사의 요구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테스코는 지속적인 실적악화로 지난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 최고경영자 필립 클라크도 오는 10월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취임 2년차를 맞이한 도성환 대표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홈플러스 ‘로열티 퍼주기’논란
한국서 벌어 영국으로 송금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의 영국 본사를 향한 ‘해바라기’ 경영이 논란에 휩싸였다. 홈플러스가 영국 테스코 본사에 매년 30억원 안팎으로 지급해왔던 상표 수수료를 갑자기 616여억원으로 인상 지급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영국의 Tesco Stores Limited와 ‘TESCO’의 상표, 로고 및 라이센스의 사용에 대해 지난해 616억17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홈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 2509억여원의 25% 수준이다. 또한 홈플러스가 2012년 37억7000여만원을 상표 수수료로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6배가 넘는 규모다.

유럽의 경기 침체로 테스코 본사의 수익이 줄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상표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향후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내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급증한 로열티가 일시적 비용이 아닌 고정비용이기 때문이다.

상표 수수료 갑자기 16배 인상
갈수록 ‘등골 빼먹기’ 심해져

게다가 국내 홈플러스는 ‘TESCO’라는 상표명을 사용하는 곳이 없는데도 600억원이 넘는 상표 수수료를 지급했다. 법인명에서도 ‘테스코’는 빠졌다. 반면 중국·인도·말레이시아·체코 등에서는 국가명 앞에 ‘TESCO’라는 상표를 붙이고 있다. 따라서 도성환 대표가 영국 본사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홈플러스는 1999년 삼성물산과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가 출자한 네덜란드 법인 테스코 홀딩스가 1대 1로 합작해 만든 삼성테스코㈜가 모태다. 이후 2011년 3월 삼성과 테스코의 상호 계약기간이 만료돼 법인명이 삼성테스코㈜에서 홈플러스㈜로 변경됐다. 즉 간판만 국내 기업인 셈이다.

최근 발표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는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 정서를 외면하는 외국 기업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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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