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개그맨, 배우 등 각 분야의 연예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연예인의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외국계 유명 캐릭터 상품을 도용한 옷과 ‘짝퉁’ 명품 등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인기 여가수 등 3명이 가짜 상표 직접 제작 팔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초상권 제공 연예인도 많아
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9일 외국계 유명 상표가 부착된 옷 등을 판매한 유명 여가수 A씨, 탤런트 B씨, 방송인 C씨 등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름만 빌려주기도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만화 캐릭터 ‘도널드덕’과 ‘코카콜라’ 등 유명 상표권을 도용한 시가1500만원 어치의 옷 135점을 판매해 200만원의 부당 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탤런트 B씨와 방송인 C씨는 샤넬 액세서리와 유명 캐릭터를 도용한 옷 등을 판매해 각각 150만원과 5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연예인은 동대문시장의 노점 등에서 ‘짝퉁’ 의류 등을 낱개로 구입한 뒤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정품인 것처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A씨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9일 오후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 초기화면에 공지 글을 올리고 “현재 각종 언론매체의 ‘짝퉁명품 판매관련’ 방송 및 기사는 저희와 무관한 내용임을 알린다. 언론매체의 오보로 인해 고객 여러분의 오해 없길 바란다. 이런 부분에 심려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이들 연예인 외에도 자신이 직접 운영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돈을 받고 인터넷 쇼핑몰에 초상권 등을 제공한 유명 가수 D씨 등에 대해서도 상표권 위반 혐의가 있는지 R계속해서 수사하고 있다.
사실 연예인들의 짝퉁 명품 판매행위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2007년에도 탤런트 K씨가 쇼핑몰에서 가짜 명품 모자를 팔아 원수입사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가수 D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교복 제조업체가 중국산 원단을 국산 명품원단으로 속여 팔았다가 비난을 샀다.
모델, 개그맨, 배우 등 각 분야의 연예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너무나 많은 쇼핑몰이 생겨나 일반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인터넷 쇼핑몰이 한 물 가는 추세’라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대박 사업’으로 통하며 유명 스타는 물론 무명 연예인들도 인터넷 쇼핑몰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 의하면 현재 국내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알려진 것만 60여 개가 넘는다. 이처럼 우후죽순처럼 쇼핑몰이 생기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연예인들이 우후죽순으로 동일한 아이템의 쇼핑몰을 개설하는 이유는 사이버상의 공간 이외에는 특별한 임대료 없이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쇼핑몰 운영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덜 받는 작업이라 규칙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연예인에는 좋은 부업이 된다. 여기에 연예인의 인지도와 개성을 이용해 쇼핑몰을 손쉽게 홍보할 수 있다는 점도 달콤한 유혹이 된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이라고 해서 항상 ‘대박 쇼핑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리 없이 문을 닫는 쇼핑몰도 있다. 스타들이 연예인과 사업가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도전했으나 결과는 시원찮다.
대부분 쇼핑몰의 콘텐츠가 비슷하며 판매중인 옷들도 직접 디자인하거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편집하기보다는 최신유행 스타일을 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들 쇼핑몰사이에 차별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연예인이 운영한다는 것 외에는 일반인의 쇼핑몰과 큰 차이를 찾을 수 없어 곧 네티즌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는 한 직장 여성은 “옷 잘 입는 연예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이지만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만 팔기도 한다. 직접 디자인을 한다든가 도매시장에서 옷을 자주 골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쇼핑몰을 운영한 적이 있는 배우 L씨는 “1년여 정도 쇼핑몰을 운영하다 문을 닫았다. 쇼핑몰은 지속적으로 상품을 업데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쇼핑몰이 인기가 높아질수록 손이 많이 가게 된다. 도와줄 사람이 없어 방송 활동에 지장을 줄 것 같아 결국 쇼핑몰 운영을 그만두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소비자 피해는 ‘나 몰라라’
연예인이 직접 운영을 하는 경우가 아닌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쇼핑몰 운영자가 연예인의 유명세를 이용하기 위해 연예인에게 수익 일부를 나눠주고 이름만 빌리는 것이다.
상품성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쇼핑몰도 많다. 쇼핑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제품의 품질과 배송, 환불, 교환 등 기본적인 보장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대 여성 L양은 “연예인이 운영 중인 한 쇼핑몰에서 옷가지를 구입한 뒤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을 요구했지만 해당 쇼핑몰 측이 ‘수제품을 비롯한 몇몇 제품은 상세 설명에 반품이 안되기 때문에 신중한 구매를 당부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기 때문에 환불이 안 된다’고 해 환불을 포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