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아이 사고파는’ 불법입양 실태

“생후 7개월 딸 팝니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까다로운 입양절차를 피해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주고받는 ‘불법입양’이 암암리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입양 아동들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입양특례법’이 본래 취지와 달리 오히려 불법입양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안이 시행된 이후 사실상 비밀입양이 금지됐고 국내 입양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입양의 현주소와 입양특례법의 문제는 무엇일까.

 
A(20)씨는 푸른 꿈을 안고 충북의 한 캠퍼스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생이 되니 모든 게 자유로웠다. 만남도 마음껏 즐겼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이성친구에게 구애를 펼쳐 아름다운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뜨거웠던 탓일까. A씨는 여자 친구와 동거를 결심하고 시내의 한 자취방에서 사랑을 불태웠다.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돈 받고
아이 건네
 
A씨는 여자 친구와 동거를 하면서 피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한 순간의 실수로 A씨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하게 된 것.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아이를 지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임신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긴 채 지난해 10월, 아이를 몰래 출산해 조용히 키웠다.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자취방 전세기간이 끝나자 A씨는 여자 친구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 이후 A씨는 약 7개월 동안 모텔을 전전하며 아이를 키웠다. 지친 A씨는 딸을 부양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입양을 결심했다. 딸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입양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딸을 입양 보내기까지의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난 4월, A씨는 고민 끝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생후 7개월 된 친딸을 입양 보내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올린 지 얼마 안 됐을 때, 30대 여성 B씨의 댓글이 달렸고, 이 둘은 메신저를 통해 며칠 간 입양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며 입양에 합의했다.
 
그런데 A씨는 처음에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동거녀가 암에 걸렸다며 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더 받기 위해 흥정까지 했다. 그리고 A씨는 B씨로부터 60만원을 건네받은 뒤 자신의 친딸을 넘겨줬다. A씨는 친딸의 출생 신고도 하지 않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딸을 B씨에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B씨로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를 지울 수 없었다. 이내 연락을 취했지만 B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수상해 B씨를 만났던 사이트 내 입양 문의 글을 검색해보니 B씨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B씨는 또 다른 입양을 원한다는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 A씨가 B씨를 이상하다고 느낀 이유는 그의 행색 때문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있어 부유하게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던 여인은 막상 부유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게다가 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친아들 4명과 입양한 딸 1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이런 점들을 미뤄볼 때 A씨는 B씨가 자신의 딸까지 키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고, 딸을 돌려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B씨의 이야기는 달랐다. 자신은 단지 아이가 좋아서 입양하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입양 제도의
현실적 벽
 
B씨에게 갑자기 아이가 생긴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변 사람이 경찰에 이런 사실을 제보해 범행이 밝혀졌다. 지난 2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60만원을 받고 생후 7개월 된 딸을 판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A씨의 딸을 입양한 B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어려운 형편의 B씨가 아이를 또 입양하려는 것에 의심을 품었지만 별다른 범죄행위 의심점을 찾지 못했다.
 

입양됐던 여아는 현재 청주의 한 아동시설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고교생 딸이 낳은 손녀를 보육원에 두고 달아난 C(54·여)씨가 영아유기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는 입양은 전국의 22곳의 입양 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유명 포털 사이트에 입양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자신의 아이를 입양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과 입양을 원한다는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입양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입양의 중심에는 미성년자가 있다. 아이를 낳아 입양을 보내길 원하는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인터넷 입양을 선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불법입양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단속할 마땅한 근거가 없고, 불법입양이 적발된다 해도 처벌할 기준이 정확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해진다. 입양 기관들과 협조해 입양과 관련된 글을 모니터링하고 적법한 입양을 홍보하는 정도의 노력이 최선인 상황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 매매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불법입양 시 매매 행위를 부인하면 조사가 어렵다.
 
줄어드는 입양…알고보니 음지서 성행
까다로운 절차 피해 인터넷 거래 기승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입양 절차와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숨기고 입양한 사실을 문서로 남기지 않으려는 양부모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채로 양부모에게 입양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이는 불법이지만 서류상으로라도 자신이 낳은 아이로 만들기 위해 이러한 일들이 오래 전부터 행해져왔다. 입양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절차를 밟지 않고 합법적인 입양대신 친부모와 양부모가 직접 입양을 하거나 아동을 유기하는 등의 부작용이 종종 드러나고 있다. 기관을 통한 합법적인 입양이 아닌 음성적인 입양과 유기가 나타나는 데에는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영향이 지배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본래 취지는 입양아가 성장한 뒤에 친모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출생신고 의무, 법원 입양허가, 친·양부모 입양 동의, 출산 후 일주일간 입양숙려, 국내 이양 우선추진, 입양정보 공개, 입양가정 사후관리 강화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건들이 친부모와 가족 등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 탓에 미혼·학생 또는 나이가 어린 부모들은 출생신고를 하면 기록에 남는다는 점에서 이를 꺼리고 있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입양아동 수는 계속 줄어 국내 전체 입양아동 수는 2011년 1548명에서 2012년 1125명, 2013년 686명으로 줄었다. 반면 불법입양은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꾸준히 제기된
새 제도의 맹점
 

국내 최초의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는 입양특례법이 국내입양을 막고 있다고 본다. 이종락 목사에 따르면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2012년 8월 이후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되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입양특례법 시행 전에는 한 달 평균 2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5명 정도가 베이비박스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종락 목사는 “입양특례법은 아이들을 보호하거나 미혼모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대기 중인 아동의 수가 많아 입양이 안 되고 있다”라며 “예전에는 신고제도였지만 허가제도로 바뀌면서 재판까지 1년이 넘도록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입양의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출생신고 할 수는 없고, 아이는 살려야겠으니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를 찾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베이비박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찬성과 반대로 첨예하게 갈린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버려지는 생명을 살린다”는 측과 “아이를 버리는 행위를 오히려 조장한다”는 반대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는 행위가 유기인지도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입양원 관계자에 따르면 합법적인 입양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혹은 그 이상이 걸린다. 특히 남아의 경우 여아선호 때문에 더 오래 걸린다는 것. 입양 절차를 밟는 도중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모든 문제가 입양특례법에서 비롯됐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입양이 줄어드는 이유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홀트 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입양이 줄어든다. 예전에 비해 실질적으로 미혼모들이 양육을 좀 더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입양기관들도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특례법 때문에 입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입양기관이 미혼모들에게 6개월에서 1년 동안 아기 분유나 기저귀 등을 지원하고 육아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독려해 과거에 비해 입양보단 양육이 늘고 있다고 전해진다. 
 

입양아 위한 입양특례법 
오히려 불법 조장 지적
 
한 미혼모 관계자는 입양특례법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입양특례법과 관련한 논란 자체가 어이가 없다. 입양특례법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가족관계등록법을 고쳐야지 왜 입양특례법이 문제인가. 모든 아이는 출생신고를 하고 법원을 통해서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입양특례법은 기본을 지키기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돈을 받고 아이를 거래한다는 점에서는 기관을 통한 입양과 불법입양 간 차이가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베이비박스를 옹호하면서 입양특례법의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우려를 나타낸다. ‘신생아의 생명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실상 익명출산 제도를 도입하여 출산모의 선택에 의해 법적 모자관계의 성립을 부정하고 부모로서의 권리·의무를 포기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것이므로 그 당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우선 과제
사회적 편견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우려하는 이들은 두 가지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자녀가 자신의 출산모를 알 수 없게 하는 것은 자녀의 혈연을 알 권리를 침해한다. 둘째, 재개정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출생신고 의무만 없애면 출산 사실에 대한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어 출산모들이 베이비박스 대신 합법적인 입양기관을 선택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즉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양육포기를 줄이기 위한 각종 지원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의 입양문제는 미혼모들 인권 문제, 즉 미혼모의 사회적·경제적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국내외 가정에 입양되는 아동 대다수는 미혼모의 아이들이다. 개정 입양 특례법의 논란 문제 해결의 출발은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신이 낳은 아기를 포기하거나 유기해야만 하는 미혼모의 문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모의 A급 매춘녀
잡고 보니 트랜스젠더 
 
지난 16일 광주 동부경찰서는 트랜스젠더 남성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성매매를 한 혐의로 업주 박모(38·여)씨와 전 업주 김모(42)씨, 트랜스젠더 종업원 정모(22)씨 등 6명을 붙잡았다. 박씨 등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광주 동구와 서구의 모텔을 임대해 업소를 차려놓고 트랜스젠더 남성 3명을 고용해 손님들에게 1시간에 13만원의 화대를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다.
 
남성들 고용…1시간에 13만원 화대
 
트랜스젠더 종업원인 정씨 등은 같은 기간 수십명의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한 뒤 광고를 내 트랜스젠더 남성을 모집해 사이트 방문자를 상대로 성매수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박씨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광주지역 경찰관 23명의 전화번호를 블랙리스트로 관리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손님으로 위장해 성매매 현장에서 박씨 등을 붙잡았다. 성매매를 한 남성 손님들은 호기심에 인터넷 사이트를 찾았다가 성관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성매수 남성들을 수사하기 위해 박씨가 임대한 모텔에서 컴퓨터 본체와 영업장부 등을 압수했다. 성매수 남성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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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