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두산위브 키즈스쿨 공방전

학원? 어린이집? “누구냐 넌?”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분양 초기부터 분양가, 시행사의 비리 등 많은 논란 사이에서 시끄럽게 지어진 아파트 경기 고양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이번에는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 유아교육시설 ‘제니스 키즈스쿨’을 둘러싸고 싸움이 벌어졌다. “키즈스쿨은 불법시설”이라는 입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입주민 대표단은 "사실무근"이라며 상반된 주장을 펴고 나서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제니스 키즈스쿨’은 국내 최초로 입주민들이 유아교육시설을 직접 개원한 유아교육시설이다. 입주자 대표단에 따르면 키즈스쿨은 주민들이 직접 원장과 강사를 모집해 함께 운영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입주민들은 키즈스쿨이 불법 교육시설이라고 강력 주장했다.

무조건 불법?

입주민들은 “주민공동시설인 키즈존에 대표단이 키즈스쿨을 불법으로 운영해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키즈스쿨이라는 불법 교육시설을 운영하면서 월70만원 가량의 원비를 통해 수익창출을 하고 있어 사실상 사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장과 강사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알 수 없다”며 “세금조차 내지 않으면서 적자가 났다고 주장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키즈스쿨은 학원인지 어린이집인지 정체가 애매모호한 곳”이라며 “제니스 아파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키즈스쿨은 주택법 및 영육아보육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입주민들의 의견은 이렇다. 이달 초까지 두산건설은 에듀케이션존(키즈죤 포함)에 6000만원 한도 내의 운영비를 지원해줬다. 이 비용 중 일부를 대표단이 키즈스쿨 관리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대표단은 두산건설에 공동관리비를 쓰게 해달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입주민들의 반발을 예상해 대표단이 공동관리비에 손대는 것을 반대했다. 입주민들이 모은 공동관리비가 키즈스쿨 운영에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모든 책임은 두산건설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입주민 운영…불법시설 논란

두산건설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다. 지난 2012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시 조례개정 과정에서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석연찮은 로비 의혹과 얽혀 온갖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2월에는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입주예정자 100여명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두산건설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입주예정자들은 두산건설 본사 앞에서 “두산건설에 대한 종합적인 세무조사와 정밀감사를 촉구한다”며 “허위, 사기 분양으로 인한 계약 해제를 요청한다”고 항의했다.

이후 입주예정자들은 두산건설에 책임을 물으며 줄줄이 계약을 취소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분양률은 떨어졌다. 당시 골머리를 앓던 두산건설은 예비입주자들과 단지 가치를 함께 회복해보자며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과 협상 후 적극 항의했던 입주자들 중 일부는 태도를 바꿔 떨어진 분양가를 회복하기 위해 교육시설 운영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스스로 교육시설을 만들어 모든 수익을 아이들을 위해 재투자하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입주민들은 “당시 항의했던 예비입주자들 중 일부가 현재 대표단에 있다”면서 “이후 두산건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제니스 관리를 타워PMC센터에 떠넘겼고, 타워PMC센터장과 대표단으로 인해 단지 내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익 챙기기 위한 수단”
          [vs]
“입주민 위한 비영리기관”

그러나 제니스 관리업체와 대표단 및 키즈스쿨 관계자의 의견은 달랐다. 키즈스쿨은 입주자들을 위한 시설일 뿐 불법 운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공동관리비를 쓰려고 했던 점은 시인했지만 두산건설의 반대로 키즈스쿨 사용자들이 낸 비용으로만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키즈스쿨 원장은 “입주율을 높이고 홍보차원에서 입주민들을 위해 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절대로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입주민들의 사용비로만 운영되다 보니 도구, 교구 등을 구입하는 금액에 비해 많이 모자라서 적자가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용비가 높다는 의견에 대해 그는 “직장 다니는 부모들을 위해 마련한 종일반의 경우 사용비가 60만원 정도 되지만 키즈스쿨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들이 내는 비용이 월 70만원이라는 주장은 부풀려진 것”이라며 “발생비용은 철저히 사용자가 부담하는 구조라 입주민에게 관리비가 전가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제니스 관리를 맡은 타워PMC센터장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이전에는 제니스에서 운영된 피트니스, 골프존, 에듀존, 키즈존 등의 주민공동시설 대부분은 두산건설의 지원으로 관리 운영됐다”며 “입주민과 두산건설이 체결한 공용관리비 지원 특약과 별개의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입주자대표단은 이달 초 제니스 키즈스쿨과 관련된 논란에 해명하는 글을 공지했다.

대표단은 공지를 통해 “공동육아의 목적을 가지고 한시적으로 운영한 것”이라며 “논란 끝에 지난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키즈스쿨을) 어린이집으로 외부 위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보건복지부 유권 해석 및 주택법시행령 제51조 및 관리규약에 근거한 것”이라며 “공동주택의 주민공동시설의 운영은 행정관청에서도 폭넓게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시청과 일산서구청에서도 키즈스쿨의 주택법 및 영유아 보육법 위반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국내 최초로 입주민들이 교육시설을 운영하는 구조라 “판단하기 힘든 특이 케이스”라고 입을 모았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민원제기가 지속적으로 들어와 구두로 입주민들을 중재하고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대표단에) 경고를 했다”며 “다만 대표단이 요구에 따라 16일 ‘어린이집’으로 위탁 계약해 현재로서는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실 민원이 들어와서 조사는 했지만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도할 수 없는 부분이라 관의 입장에서도 골치 아픈 상황”이라며 “법률 자문을 구했는데 법인마다 의견이 달라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고양시청은 민원제기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리는 등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산서구청의 의견도 비슷했다. 일산서구청 관계자는 “16일 키즈스쿨을 ‘어린이집’으로 위탁해 이제 주택법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운영형태가 애매한 상태라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단지 내 운영되고 있는 두산동아의 ‘두 잇 잉글리쉬’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입주민은 ‘두 잇 잉글리쉬’에 대해 “불법 보육시설”이라고 밝혔고, 대표단 측은 “두산건설이 입주민을 위해 지어준 비영리 육아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관청 ‘골머리’


두산건설은 아파트 주민들만의 문제라며 답변을 꺼렸다. 일산 제니스를 담당했던 두산건설 관계자는 “입주자 대표단과 입주자 간의 일”이라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없고 홍보팀에 모든 내용을 전달했고 곧 전화가 올 것이니 그들한테 들어보라”고 회피했다. 

 

<dklo216@ilyosisa.co.kr>

 

[키즈스쿨은?]

‘제니스 키즈스쿨’은 입주민들이 지난해 10월 직접 개원한 유아교육시설이다. 국내 최초로 정부 교육정책을 바라보지 않고 입주자들 스스로 직접 운영하는 차별적인 운영형태로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키즈스쿨은 두산건설이 일산 탄현에 건설한 총 2700세대, 59층 8개 동으로 건설된 초고층 ‘일산 위브더제니스’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내에 자리했다. 입주계약자 대표단을 중심으로 모인 입주자들은 제니스 키즈 스쿨을 운영에 필요한 원장과 강사를 스스로 모집했다. 선발된 원장과 강사들은 놀이학교와 영어유치원 등의 교육을 입주자의 자녀에게만 제공하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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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