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잡아가는 수상한 요양병원 고발

'제2의 형제복지원' 또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인천 강화도에 있는 A요양병원이 거리 홈리스(노숙인)를 상대로 불법 유인과 감금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A요양병원은 노숙인을 강제 입원시켜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환자 수에 따라 병원 수익이 보장되는 일명 '일당정액제' 때문인데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을 무차별로 수용했던 형제복지원 사건과 그 배경이 유사하다.

지난달 26일 홈리스행동 등 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요양병원 대응 및 홈리스(노숙인) 의료지원체계 개선팀'은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보험급여를 목적으로 홈리스를 동원해 환자를 유치하는 요양병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진상조사 시급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인천 강화도 소재 A요양병원(이하 A병원)은 거리 노숙인을 상대로 불법 유인과 감금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병원은 서울지하철 서울역·영등포역 등 노숙인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환자 유인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병원은 노숙인을 병원 직원으로 고용한 뒤 평소 안면이 있던 다른 노숙인을 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홈리스행동은 전했다.

홈리스행동이 확보한 동영상에 따르면 A병원은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새벽이나 저녁시간을 활용해 서울역 인근에서 승용차로 환자를 유인하고 있다. 현행법(의료법 27조 3항)상 불특정 다수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여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A병원의 차량은 지속적으로 서울역 주변을 배회했는데 놀랍게도 이 차량의 운전기사는 거리에 있던 노숙인이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 함께 노숙하던 노숙인들을 상대로 면식을 활용해 유인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A병원의 직원들은 아프지 않은 사람에게 "질병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부추기는가 하면 일부러 술을 마시도록 하는 등 차트를 적극 왜곡했다. 치료가 불필요한 사람들까지 환자로 위장시킨 것이다.


A병원은 환자 모집책인 직원들로 하여금 평소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질환 증세가 없는 사람들을 '환자인 것처럼 위장하라'고 교육했다. 때문에 몇몇 노숙인의 경우는 입원 전 직원들이 건넨 술로 알코올 섭취량이 증가한 상태에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

A병원에 입원했던 김모씨의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입원 중 다른 여성 4명과 함께 숙식했는데 평소 생활에 지장이 없었으며, 알코올중독 또는 정신과적 질환이 없어서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윤모씨의 경우는 입원 전 병원 직원으로부터 '소주를 하루 5병 이상 먹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 불면증과 우울증이 있다고 얘기하라'는 말을 들었고, 원장 면담에서 체크리스트 작성 시 '가급적 (병세가) 위중한 쪽으로 작성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가짜 환자'였던 윤씨는 자신과 비슷한 경로로 입원한 7명의 환자들과 함께 약을 모아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외에도 A병원에는 소주를 사준다는 말에 운전기사를 따라나선 노숙인이 최대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인천 A병원 부랑자 불법 유인·감금 의혹
지원금 타내려…의료법 위반 행위들 포착

A병원은 이렇게 모은 환자들의 상대가치점수(병세의 위중한 정도 등)를 상향시켜 점수당 책정된 단가를 높이는 수법으로 진료비를 과다 청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머릿수가 돈인 A병원 입장에서 이중삼중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뿐만 아니라 A병원은 의료법상 '정신보건법'이 적용되는 정신병원에 해당하는데 정신병원에서 일하려면 국가가 인정하는 일정 수준의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럼에도 A병원은 노숙인 출신이나 환자(정신질환자) 출신을 보호사로 고용하여 병원을 운영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은 같은 노숙인 출신이었던 보호사들에게 뺨을 맞고, 손발이 묶인 채 폭행을 당하는 고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입원 경험자 김모씨는 "다른 환자와 함께 외출하고 돌아왔더니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나를 독방에 끌고 갔다"면서 "밧줄로 양손과 발을 침대에 묶인 채 6시간 동안 독방에 감금당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짧은 입원 기간 동안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감금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경험자 이모씨는 "자신의 지인 문모씨가 독방(CR)에 갇혔다"면서 "비명소리가 났는데 다음날 나온 문씨를 보니 밧줄 자국으로 양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고, 이 같은 폭력이 일주일 새 서너 차례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A병원은 누가 운영하고 있을까. 의료법상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으나 A병원이 소재한 토지 및 건물 등기사항을 봤을 때 병원 소유주 오모씨는 복수의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됐다.

오씨는 2013년 3월 토지를 매입한 뒤 같은 해 5월 병원을 개설했다. 관련 증언자들에 따르면 모 보호사는 오씨 소유의 A병원을 작은집, 또 다른 병원을 큰집으로 불렀으며, 타병원에 있던 환자가 A병원으로 교차돼 오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해당 병원의 과장은 A병원과 오씨의 병원에서 번갈아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손목이 빨갛게

A병원에 입원했던 몇몇 환자들은 "A병원이 퇴원할 때 병원비도 받지 않았다"며 의문스러워 했다. 이들은 건강보험료가 체납된 상태였는데 A병원 측은 이들의 건강보험료를 면제하면서까지 환자로 유치했다. 여러 정황상 영리를 목적으로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병원비로 흥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의 소지가 있다.

이날 홈리스행동 측은 "A병원을 철저히 조사하고 법률에 따라 응당한 처분을 받도록 해야할 것"이라며 "홈리스를 상대로 유사한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병원들을 조사하여 이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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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