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도 너무한' 르노삼성차 ‘협력사 후리기’ 고발

60억 팔아줬는데 VIP커녕 머슴 취급

[일요시사=경제팀] 이창근 기자 = 특정 자동차영업소에 2000만원을 호가하는 차량을 매년 50대 이상 6년 동안 6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준 거래처가 있다면 어떤 대접을 받을까. 일반적인 상식으론 해당 거래처는 사업소로부터 극진한 대접과 관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 사례가 르노삼성차 사업소라면 전혀 얘기가 다르다. VIP 대접은커녕 채무자, 머슴, 심지어 아무 때나 빼먹는 곶감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이에 반항하면 사업소로부터 곧바로 응징을 당한다. 르노삼성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를 넘는 갑질 행태를 들여다봤다.
 
 
르노삼성차 산하에 있는 전국의 사업소는 총 13개. 각 사업소마다 소위 ‘보증대차’에 대한 협력업체를 선정하면서 정상적인 협력계약 외에 차량출고를 전제한 구두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이 구두계약을 빌미로 한 상식 이하의 영업행태, 이른바 ‘갑질’이 자행되고 있다.
 
출발은 윈-윈
결과는 갑질
 
‘보증대차’라는 것은 르노삼성차의 고객서비스 중 하나로 무상보증 기간 중 A/S로 인해 고객의 렌터카 수요가 생기면 이를 각 사업소가 지역 협력업체(전속 렌터카업체)의 차량을 임대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차량 렌터비용을 르노삼성차가 부담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호응이 큰 서비스다. 또한 협력업체로 지정된 렌터카 업체 입장에서는 꾸준히 발생될 것으로 기대되는 단기렌탈 매출이 매력적이다.  
 
물론 지역 사업소의 전속업체가 되는 데는 나름 부담도 있다. 르노삼성차를 일정량 확보해야 한다. 이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보증대차 서비스 차량으로 현대차나 기아차가 아닌 르노삼성차를 제공하고 싶은 브랜드 메이커의 순수한 욕심의 발로로 해석하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옵션이다. 
 
윈-윈 결합이라 할지라도 민감한 사안은 있다.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일정량 이상의 차량 확보’에 대한 조율 부분이다. 2009년, ‘스타스카이’라는 렌터카 업체가 르노삼성차 성수사업소와 구두 합의한 차량 대수는 65대였다.
 
또한 이 65대를 1년 이내에 성수사업소를 통해 신규로 출고하기로 했다. 확보차량을 중고차가 아닌 신규차량으로만 채워야 하는 협력업체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성수사업소는 보증대차뿐 아니라 ‘보험대차’에 대한 계약 건도 밀어주기로 했다. ‘보험대차’란 교통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접수된 렌터카 수요를 가리키는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양자 간의 계약이 1년 단위로 갱신하기로 한 점을 사업소가 악용하는 관행이 생기면서 발생했다. 스타스카이가 2009년 한 해 동안 65대의 차량을 출고함으로써 계약서 및 구두로 합의한 ‘일정량의 차량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재계약 당시 추가로 65대의 차량출고를 요구받은 것이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지만 마지못해 사업소의 요구에 따라 재계약을 했다. 그리고 이것이 잘못된 관행의 시발점이 됐다. 스타스카이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계약을 연장해 왔다. 그리고 매년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신차출고를 약속하고, 이행해왔다. 이 기간 동안 출고한 차량은 324대.
 
2009년 65대, 2010년 65대, 2011년 64대, 2012년 64대, 2013년 55대, 2014년 올해는 42대의 출고를 약속하고 7월 현재까지 11대를 출고한 상태다. 차량 1대 가격을 2000만원으로 계산해보면 스타스카이가 사업소에 올려준 매출은 65억원 규모에 이른다. 
 
스타스카이 조기배 대표(49세)는 그간의 과정을 한마디로 ‘6년간의 악몽’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업소와의 구두계약을 지키기 위해 안 해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매출이 생기는 대로 최우선으로 차량을 출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는 회사나 주변 사람들이 차를 산다고 하면 어르고 달래서 성수사업소와 연결시켜줬다. 출고대수를 채우기 위해 1년밖에 안 된 다른 차를 중고차로 팔고 그 돈으로 다시 새 차를 주문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수년간 협력업체에 악질적 갑질 논란
‘곶감 빼먹기’ 반항하면 곧바로 응징
 
이렇게 계약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사업소를 통해 발생한 보증대차 및 보험대차의 매출은 월 1800만원에서 2000만원 수준. 그렇다면 스타스카이는 돈을 벌었을까? 
 
“보증대차, 보험대차 합해서 월 2000만원 매출이 나면 얼추 손익을 맞춘다. 1800만원 수준이면 손해가 난다. 차량 보험료에 파견한 직원 셋 인건비를 차감하고 나면 항상 차량할부금 낼 돈이 모자랐다. 차량할부금 비중이 너무 커서 도저히 이익을 남길 수가 없었다.” 
 
크게 남는 것도 없고 대부분 적자를 보는 전속계약을 6년이나 지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 대표는 그 이유를 중소기업들에 적합한 업종에 대기업이 뛰어든 결과로 규정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렌터카 시장은 KT금호렌터카와 AJ렌터카 같은 대기업이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잠식하면서 군소 렌터카업체의 위기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사업소와의 전속계약을 대기업 렌탈사업자에 대항하는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것이다.
 
대기업 몰려 
설자리 없어
 
그런데 가뜩이나 울고 싶은 조 대표의 뺨을 때려 울린 것과 다름없는 일이 생겼다. 지난 3월19일, 지난해 부임한 성수사업소장 정모씨가 조 대표를 사무실로 호출했다. 용건은 “이번 달에 세 대밖에 안 했으니 한 대만 더 출고해 달라”는 것.
 
조 대표는 정 소장의 부탁을 쉽게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럴 여건이 안 됐다. 대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 매출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한 대 더 뽑으라”는 정 소장과 “이번 달은 어렵다”는 조 대표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러던 중 정 소장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조 대표를 격분케 했다. “내 직원 하나가 이번에 진급 케이스인데 차 한 대가 부족하다. 조 대표 때문에 직원이 진급을 못해서야 되겠는가!”
 

조 대표는 정소장의 ‘당신 탓’ 발언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추가할 필요도 없는 차량을 매년 수십대 씩 출고해 온 자신을 ‘직원 진급을 가로막는 사람’으로 대하는 처사가 참기 힘들었다. 
 
조 대표는 “그게 왜 내 탓인가, 책임을 왜 나한테 돌리는가”라고 반발했다. 그리고 조 대표의 반발에 이어진 정 소장의 발언이 6년간의 협력관계를 깨트렸다. “아, 내가 이 정도 그릇밖에 안 되는 업체와 계약을 하다니. 능력 없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나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정 소장의 발언에 조 대표는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게다가 그 자리에는 성수사업소의 직원이 배석해 있었는데 그 앞에서 “능력 없는 파트너” 운운하는 소리를 듣고 보니 피가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정 소장의 나이가 조 대표보다 다섯 살 가량 아래임을 알고 있었던 터라 모멸감은 더욱 컸다. 
 
버릇 고치려다 
뺨 맞고 울분
 
그날 미팅은 서로 얼굴만 붉힌 채 끝이 났지만 조 대표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이후 조 대표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차량 출고를 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그동안 확보한 차량만으로도 계약서에 명기된 ‘서비스에 필요한 차량의 확보’ 조건은 만족되었다는 판단이 있었다. 또 구두약속인 42대의 출고 부분은 1년 안에 이행하면 되는 것이어서 하반기에나 감당하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그러나 조 대표의 행동에는 자신이 ‘을’이라는 자각이 부족했다. 7월에 접어들자마자 성수사업소로부터 ‘더 이상 계약을 지속할 수 없으니 사업소에 있는 차량과 인력을 철수시키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조 대표는 직접 정 소장을 찾아가 “계약기간도 남아 있고, 남은 기간 동안 출고목표를 채우겠다”며 읍소를 했다.
 
계약이 파기되면 사업소에 파견한 직원 셋을 해고해야 하고, 사업소에 주차된 20여 대의 차량의 주차공간도 마련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수사업소의 대답은 “이미 다른 업체와 계약됐다”는 것. “차량 처분이나 대체할 주차 공간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부탁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조 대표가 <일요시사>에 자신의 사연을 호소한 것도 이 시점이다. 조 대표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3백대 이상 르노삼성차를 출고해온 협력업체에 대한 사업소의 처사가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업소가 협력업체에게 ‘파트너’가 아닌 ‘채무자’나 ‘부하직원’처럼 취급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지난 6년 동안 사업소로부터 받은 무수한 설움도 털어놓았다. 
 
추가 출고 압박 영업소장 핀잔에 반박하다 보복
계약서에 독소조항 집어넣고 입맛대로 좌지우지
 
“왜 내가 능력 없는 파트너입니까? 더 이상 추가할 필요도 없는 차를 매년 수십 대씩, 6년 동안 300대가 넘도록 차를 뽑아줬으면 VIP 아닌가요. VIP 대접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최소한 협력업체로는 대해줘야지 마치 채무자나 부하직원 다루듯 해서야 되겠습니까?”  
 
문제의 발단이 된 성수사업소 정 소장은 조 대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인터뷰를 회피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와 대화에서 폭언이나 욕설은 없었다. 스타스카이가 출고를 안 한 상태에서도 3개월간 보증대차 계약을 받아갔다. 그 동안 주차비도 안 냈다”면서 오히려 조 대표를 비난했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첫 번째 사실은 르노삼성차 사업소와 협력업체의 갈등이 비단 성수사업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르노삼성차의 전국 사업소마다 비슷한 형태의 갈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도권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르노삼성차 악랄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업체마다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차량출고 시점과 수량을 조절하면서 약속한 출고대수를 맞춰나가려는데 이게 사업소 맘대로다. 무슨 상호협력이 이 모양인가. ‘갑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단언했다.
 
말로만 상생 
실상은 쪼기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소가 인근 렌터카업체를 모아놓고 “몇 대를 출고할지를 써내라. 많이 써낸 곳과 계약을 하겠다”는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음을 확인해 줬다. 사업소가 르노삼성차로 보증대차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몇 대를 출고할 것이냐를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협력업체 대표들은 “르노삼성차가 협력업체들 등쳐서 매출을 올리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계약 당시에는 ‘르노삼성차 A/S로 제공하는 렌터카를 다른 브랜드 차량으로 제공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것을 명분으로 삼지만 결국은 차량출고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과연 르노삼성차 본사는 전국 사업소에서 보증대차를 빌미로 한 갈등이 조장되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이에 대해 홍보실 관계자는 “개별 영업소가 해당지역의 렌터카업체들 중 한 두 곳을 선정해서 보증대차나 보험대차 계약을 밀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속계약의 실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매년 추가출고가 강제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러면서 “랜터카 일감을 몰아주는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업체가 알아서 출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차량출고에 대해 구두계약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감을 얼마나 밀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구두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구두계약한 출고대수 때문에 협력업체가 힘들어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출고대수는 업체가 자발적으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성수사업소가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협력업체에게 계약파기를 통보한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본사는 별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업체가 4월부터 3개월 간 차량 출고가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판단하여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남은 기간에 약속한 출고대수를 채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에도 ‘신뢰할 수 없는 업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수사업소장에게 물어도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본사와 사업소가 한 목소리로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판단했음’을 강조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에 다시 계약서를 살펴보니 그 안에 답이 있었다. 사업소와 협력업체가 체결한 계약서 제11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요건을 보면 6번째 조항에 ‘갑의 입장에서 을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하는 경우’라고 명시되어 있다.
 
어떤 때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보는지에 대한 기준조차 없다. 을의 소명 기회에 대한 언급도 없고, 그저 갑이 보기에 을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작성된 것이다.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의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볼 때 이 계약서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조항을 배경으로 사업소장에게 협력업체는 어느 때나 필요할 때 빼먹을 수 있는 ‘곶감(?)’이 됐다.
 
협력업체의 자금사정이나 계획보다 사업소의 필요와 의지에 따라 출고차량의 수량과 시점이 결정되는 불합리가 자행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계약을 갱신하려면 새로 출고약속을 하라는 형태는 문제소지가 많다. 이미 인프라를 갖춘 업체를 상대로 요구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르노삼성차는 전혀 개선의 의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삼자대면 제의
나중엔 모르쇠
 
현대차나 기아차 영업소에는 없는 형태라는 지적에도 “다른 회사 일은 언급할 필요가 없고, 영업소에서 시행하는 것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답변이다. 비난을 받더라도 협력업체들로부터 발생할 매출은 포기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대표가 사업소장으로부터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들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본사와 사업소장 모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삼자대면을 하자”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이 르노삼성차 측이다. 이 제의에 조 대표도 기꺼이 찬성을 했다. 그러나 일정을 잡아달라는 본지의 제안에 홍보실 관계자도 성수사업소장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거듭 재촉해도 마찬가지였다. 6년 동안 멀쩡한 차 팔고, 주변에 아쉬운 소리해가며 르노삼성차 영업해 준 조 대표 입장만 우스운 꼴이 되고 있다. 
 
현재 조 대표는 계약파기의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직원 셋을 해고하기보다 다른 매출처를 찾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성수사업소에 있는 차량 20대를 주차공간도 찾아야 하고, 보유하고 있는 르노삼성차 80대도 처분하려면 하루해가 짧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땀을 훔치며 뛰어다니는 조기배 대표 등 뒤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을’의 그림자가 모질도록 짙고 어둡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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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