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무성 ‘불안한 동거론’ 전말

7·14잔치 친박 ‘쪽박’ 비박 ‘대박’…‘박’ 깨질 일만 남았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7·14전당대회에서 향후 2년간 당을 이끌어갈 대표로 비박(비박근혜) 비주류 대표격 인사인 김무성 의원이 선출됐다. 4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에는 친박(친박근혜) 맏형 서청원 의원, 비박 김태호·이인제 의원, 친박 김을동 의원이 당선됐다. 비박계에서 더 많은 당 지도부가 배출되며 그간 당을 장악해온 친박 주류가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무성 신임 대표가 “청와대에도 할 말은 하겠다”며 기존의 수직적 당·청관계 재편을 예고해 ‘박근혜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새누리당과 여전히 당을 손안에 쥐고 있으려는 청와대 간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의리 vs 미래’

새누리당 7·14전당대회 과정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양강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각각 내세웠던 프레임이다. 결과는 ‘미래’를 앞세운 김 의원의 압승. 비박 비주류 대표격 인사인 김 의원이 친박 맏형 서 의원을 압도적으로 제친 것은 ‘세월호 사고 수습 실패’ ‘인사 참사 반복’ 등의 실책을 잇달아 범하면서도 독단적 국정운영을 고집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국민들과 새누리당 당원들이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비박 부상
친박 추락

김무성 의원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대에서 당원 투표(70%)와 국민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총 5만2706표(득표율 29.6%)를 얻어 3만8293표(21.5%)를 얻은 서 의원을 1만4413표(8.1%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새누리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어 3위는 경남도지사 출신의 비박 비주류 김태호 의원(2만5330표, 14.2%)이 차지했고, 4위는 6선 관록의 비박 비주류 이인제 의원(2만782표, 11.7%)이 차지했다. 5위는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1만6629표, 9.2%)이 차지했지만, 여성 몫 최고위원 한 명을 당연직으로 임명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6위를 차지한 친박 성향의 김을동 의원(1만4590표, 8.2%)이 홍 의원을 대신해 최고위원에 입성했다.


주목할 부분은 당대표로 비박 비주류인 김 대표가 선출됐다는 점과 당 지도부에 비박 비주류가 더 많이 입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친박 핵심인사인 홍 의원이 비주류인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에 밀렸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뼈아픈 대목이다.

여권, 김무성시대 개막…당·청관계 재정립?
달라진 새누리 지도부, 청와대에 ‘쓴 소리’

게다가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사실상 서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서 의원이 2위에 그친 것을 두고 박 대통령과 그간 당을 주도해온 친박 주류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김 대표는 최근 비박 비주류의 대표격 인사로 통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비박은 아니다. 과거 원조 친박,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그는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박 대통령과 애증의 관계를 반복하며 멀어졌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비박 비주류의 대표격 인사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그는 전대 과정에서도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외치는 한편 “여당이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박 대통령이 ‘하극상’을 싫어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한다’는 선거전략을 내세웠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김무성-박근혜
애증관계 반복


<동아일보>의 지난해 5월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경선후보캠프 좌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가장 잘 쓰는 말로 ‘하극상’을 꼽으며 “박근혜가 초선으로 당 부총재를 했는데 선수도 많고 나이도 많은 의원들이 자기를 비판하니까 ‘하극상 아니냐’고 화를 냈다.

그만큼 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그 다음으로 잘 쓰는 말이 ‘색출하세요’다(언론에 자기 얘기가 나갔을 때 누가 흘렸는지 색출하라는 것). 그 다음이 ‘근절’이고…. 하여간 영애 의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동아일보>는 “박근혜와 동지가 되려 했던 김무성에게 ‘신하’가 필요했던 공주(박근혜)와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박 대통령이 하극상으로 받아들일 선거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 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김 대표가 기존 수직적 당·청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부딪히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럴 경우 김 대표 측과 당내 친박계 인사들과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친박 몰락, 비박 부상’으로 요약되는 전대 결과로 인해 박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효과’가 전대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효과'가 힘을 잃을 전조는 지난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이미 나타났다. 비박 정몽준 전 의원이 경선에서 ‘친박 후보’를 자처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압도한 것. 또 지난 5월23일 치러진 새누리당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투표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초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황우여 의원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비박 정의화 국회의장이 101표를 얻어 46표 획득에 그친 황 의원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힘 빠진 ‘박근혜 효과’
조기 레임덕 빠지나?

주목할 대목은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시대적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는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 현직 대통령과 갈등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그렇다면 당·청관계는 정말 수평적으로 바뀌게 될까. 박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는 여전히 독선적 ‘1인 통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을 까먹는 주요 원인인 ‘인사참사’와 관련해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 지명철회 및 황우여 후보자 지명,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등 주요 인사 사안에 대해 김 대표는 전혀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밝히기 몇 시간 전 김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과 달리 과장되게 알려져 있고, 억울한 면도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러한 모든 걸 감안해서 최종 결정된 만큼 협조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린다”고 정 전 후보자를 두둔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수직적 당·청관계를 이어갈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친다면 취임일성으로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밝힌 김 대표의 태도도 조만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무성호 새누리, 박근혜당 탈피하나?
박 대통령 ‘1인 통치’ 변화여부 주목

다만 7·30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당장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 기간과 재보선 투표일이 맞물린 데다 전통적으로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아 고연령층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박근혜 마케팅’이 일정부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차기 대선주자급 인사가 당대표가 됐는데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당장 신임 최고위원에 선출된 비박 비주류 최고위원들은 취임 직후 청와대를 향해 거침없는 쓴 소리를 쏟아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새누리당이란 표현도 있다”며 “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반성을 해야 되고, 저는 그런 차원에서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다른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청관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지 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대표도 재보선 이후 친박 핵심인 윤상현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등 실무 당직자들을 개편할 것을 예고했다. 김 대표는 당대표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보선이 끝나고 난 뒤 대탕평 인사를 하도록 하겠다”며 “그동안 당에서 소외받았던 인사를 중심으로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당권을 잡고 있던 친박 핵심인사들을 내치고 비주류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본격적 대립각을 세우는 변곡점은 잇단 인사참사의 핵심 책임자이지만 박 대통령의 비호를 받으며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기춘대원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 요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지형
지각변동

한편 당·청관계가 불안한 동거 형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대야관계는 비교적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일 때는 대야관계가 비교적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대표는 또 지난 연말에는 당시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과 물밑대화로 철도노조 파업 철회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무성 당대표 시대가 열린 것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박근혜 의원이 사실상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며 여당 내 야당 노릇을 한 것과 같이 김 대표도 그런 역할을 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 ‘1인 통치’의 현 집권세력 내부 권력지형이 김 대표 선출을 계기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의 과제

새누리당의 미래를 이끌어갈 당대표에 선출된 비박 비주류 대표 김무성 의원에게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두 가지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와의 갈등 봉합이다.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줄세우기 논란’ ‘친박 살생부 논란’ ‘여론조사 조작 논란’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인 탓에 ‘비박 3대 친박 2’로 짜여진 당 지도부가 마찰음 없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나란히 앉아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대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서 최고위원은 전대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는 물론 청와대 오찬에도 불참하는 등 초반 당무를 전혀 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서 최고위원 측은 ‘건강 이상’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전대 때마다 과열양상을 보이다 뒤끝을 남기는 전례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이번에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당장 열흘가량 앞으로 다가온 ‘미니총선급’ 7·30재보선은 김 대표가 공천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무대다. 김 대표가 눈앞에 놓인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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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