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김무성 ‘불안한 동거론’ 전말

7·14잔치 친박 ‘쪽박’ 비박 ‘대박’…‘박’ 깨질 일만 남았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 7·14전당대회에서 향후 2년간 당을 이끌어갈 대표로 비박(비박근혜) 비주류 대표격 인사인 김무성 의원이 선출됐다. 4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에는 친박(친박근혜) 맏형 서청원 의원, 비박 김태호·이인제 의원, 친박 김을동 의원이 당선됐다. 비박계에서 더 많은 당 지도부가 배출되며 그간 당을 장악해온 친박 주류가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무성 신임 대표가 “청와대에도 할 말은 하겠다”며 기존의 수직적 당·청관계 재편을 예고해 ‘박근혜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새누리당과 여전히 당을 손안에 쥐고 있으려는 청와대 간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의리 vs 미래’

새누리당 7·14전당대회 과정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양강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각각 내세웠던 프레임이다. 결과는 ‘미래’를 앞세운 김 의원의 압승. 비박 비주류 대표격 인사인 김 의원이 친박 맏형 서 의원을 압도적으로 제친 것은 ‘세월호 사고 수습 실패’ ‘인사 참사 반복’ 등의 실책을 잇달아 범하면서도 독단적 국정운영을 고집하고 있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국민들과 새누리당 당원들이 경고장을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비박 부상
친박 추락

김무성 의원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대에서 당원 투표(70%)와 국민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총 5만2706표(득표율 29.6%)를 얻어 3만8293표(21.5%)를 얻은 서 의원을 1만4413표(8.1%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새누리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어 3위는 경남도지사 출신의 비박 비주류 김태호 의원(2만5330표, 14.2%)이 차지했고, 4위는 6선 관록의 비박 비주류 이인제 의원(2만782표, 11.7%)이 차지했다. 5위는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1만6629표, 9.2%)이 차지했지만, 여성 몫 최고위원 한 명을 당연직으로 임명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6위를 차지한 친박 성향의 김을동 의원(1만4590표, 8.2%)이 홍 의원을 대신해 최고위원에 입성했다.


주목할 부분은 당대표로 비박 비주류인 김 대표가 선출됐다는 점과 당 지도부에 비박 비주류가 더 많이 입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친박 핵심인사인 홍 의원이 비주류인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에 밀렸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뼈아픈 대목이다.

여권, 김무성시대 개막…당·청관계 재정립?
달라진 새누리 지도부, 청와대에 ‘쓴 소리’

게다가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사실상 서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서 의원이 2위에 그친 것을 두고 박 대통령과 그간 당을 주도해온 친박 주류가 몰락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김 대표는 최근 비박 비주류의 대표격 인사로 통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비박은 아니다. 과거 원조 친박,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그는 이명박정부를 거치면서 박 대통령과 애증의 관계를 반복하며 멀어졌고,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비박 비주류의 대표격 인사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그는 전대 과정에서도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외치는 한편 “여당이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박 대통령이 ‘하극상’을 싫어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한다’는 선거전략을 내세웠다는 것은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김무성-박근혜
애증관계 반복


<동아일보>의 지난해 5월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경선후보캠프 좌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가장 잘 쓰는 말로 ‘하극상’을 꼽으며 “박근혜가 초선으로 당 부총재를 했는데 선수도 많고 나이도 많은 의원들이 자기를 비판하니까 ‘하극상 아니냐’고 화를 냈다.

그만큼 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그 다음으로 잘 쓰는 말이 ‘색출하세요’다(언론에 자기 얘기가 나갔을 때 누가 흘렸는지 색출하라는 것). 그 다음이 ‘근절’이고…. 하여간 영애 의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동아일보>는 “박근혜와 동지가 되려 했던 김무성에게 ‘신하’가 필요했던 공주(박근혜)와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박 대통령이 하극상으로 받아들일 선거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더 이상 청와대에 끌려 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김 대표가 기존 수직적 당·청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부딪히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럴 경우 김 대표 측과 당내 친박계 인사들과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친박 몰락, 비박 부상’으로 요약되는 전대 결과로 인해 박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효과’가 전대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효과'가 힘을 잃을 전조는 지난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이미 나타났다. 비박 정몽준 전 의원이 경선에서 ‘친박 후보’를 자처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압도한 것. 또 지난 5월23일 치러진 새누리당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투표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초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황우여 의원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비박 정의화 국회의장이 101표를 얻어 46표 획득에 그친 황 의원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힘 빠진 ‘박근혜 효과’
조기 레임덕 빠지나?

주목할 대목은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시대적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는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 현직 대통령과 갈등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기류까지 감지된다.

그렇다면 당·청관계는 정말 수평적으로 바뀌게 될까. 박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는 여전히 독선적 ‘1인 통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을 까먹는 주요 원인인 ‘인사참사’와 관련해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 지명철회 및 황우여 후보자 지명,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등 주요 인사 사안에 대해 김 대표는 전혀 언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밝히기 몇 시간 전 김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소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과 달리 과장되게 알려져 있고, 억울한 면도 많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러한 모든 걸 감안해서 최종 결정된 만큼 협조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린다”고 정 전 후보자를 두둔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수직적 당·청관계를 이어갈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친다면 취임일성으로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밝힌 김 대표의 태도도 조만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무성호 새누리, 박근혜당 탈피하나?
박 대통령 ‘1인 통치’ 변화여부 주목

다만 7·30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당장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 기간과 재보선 투표일이 맞물린 데다 전통적으로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아 고연령층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박근혜 마케팅’이 일정부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차기 대선주자급 인사가 당대표가 됐는데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당장 신임 최고위원에 선출된 비박 비주류 최고위원들은 취임 직후 청와대를 향해 거침없는 쓴 소리를 쏟아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새누리당이란 표현도 있다”며 “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반성을 해야 되고, 저는 그런 차원에서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다른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청관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지 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대표도 재보선 이후 친박 핵심인 윤상현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등 실무 당직자들을 개편할 것을 예고했다. 김 대표는 당대표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보선이 끝나고 난 뒤 대탕평 인사를 하도록 하겠다”며 “그동안 당에서 소외받았던 인사를 중심으로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당권을 잡고 있던 친박 핵심인사들을 내치고 비주류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본격적 대립각을 세우는 변곡점은 잇단 인사참사의 핵심 책임자이지만 박 대통령의 비호를 받으며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 ‘기춘대원군’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 요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지형
지각변동

한편 당·청관계가 불안한 동거 형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대야관계는 비교적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일 때는 대야관계가 비교적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대표는 또 지난 연말에는 당시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과 물밑대화로 철도노조 파업 철회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무성 당대표 시대가 열린 것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박근혜 의원이 사실상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며 여당 내 야당 노릇을 한 것과 같이 김 대표도 그런 역할을 할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 ‘1인 통치’의 현 집권세력 내부 권력지형이 김 대표 선출을 계기로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의 과제

새누리당의 미래를 이끌어갈 당대표에 선출된 비박 비주류 대표 김무성 의원에게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두 가지 있다.

우선 시급한 것은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계와의 갈등 봉합이다.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줄세우기 논란’ ‘친박 살생부 논란’ ‘여론조사 조작 논란’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인 탓에 ‘비박 3대 친박 2’로 짜여진 당 지도부가 마찰음 없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안팎에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나란히 앉아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대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서 최고위원은 전대 이후 첫 최고위원회의는 물론 청와대 오찬에도 불참하는 등 초반 당무를 전혀 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서 최고위원 측은 ‘건강 이상’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전대 때마다 과열양상을 보이다 뒤끝을 남기는 전례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이번에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당장 열흘가량 앞으로 다가온 ‘미니총선급’ 7·30재보선은 김 대표가 공천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무대다. 김 대표가 눈앞에 놓인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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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