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없는 스포츠토토 사태> 등 돌린 담철곤 속사정

정(情) 강조하더니…매정한 회장님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과거 담 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한적이 있다. ‘감옥행’을 면하자 눈물로 호소했던 담 회장의 모습은 사라졌다. 다시 자기 주머니 채우기 바빴다. 비리는 담 회장 일가가 저질렀지만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청춘을 바쳐 회사를 키워온 직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것이다. 그들의 눈물을 담 회장은 외면했다.

오리온의 알짜 계열사였던 스포츠토토가 사업을 접게 됐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을 비롯한 오리온 경영진의 비리 때문이다. 스포츠토토 임직원들은 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스포츠토토 직원들의 탄식은 커져갔지만 담 회장은 이렇다 할 대책조차 내놓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담 회장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토토 직원
거리에 내몰려

스포츠토토는 축구·야구·농구 등 6개 종목을 대상으로 스코어와 승패를 예측해 베팅하면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는 체육복권이다. 2000년 체육진흥투표권 사업 및 관련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현재 스포츠토토의 최대주주는 오리온(지분 66.64%)이다.

그러나 오리온은 담 회장의 비리와 횡령사건으로 스포츠토토의 사업권을 박탈당했다. 오는 9월부터는 신규 사업자 웹케시가 스포츠토토를 운영한다.

현재 스포츠토토 임직원은 250여명이다. 그런데 웹케시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200명이 안 된다. 게다가 웹케시 자체에도 인력이 충분하다. 이에 따라 기존 스포츠토토 직원은 최대 150명만 고용 승계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100명은 당장 직장을 잃게 된다. 게다가 신규 사업자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위탁수수료율이 턱없이 낮게 책정돼 적자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150명마저 언제 퇴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 10년간 회사를 키워왔지만 담 회장의 비리 때문에 실직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청춘 바쳐 일한 직원들 헌신짝 처지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끝까지 외면

지난달 스포츠토토 노동조합은 스포츠토토 대주주인 오리온을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담 회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담 회장의 비리로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박탈당하고 입찰참여 기회조차 뺏겼는데도 오리온은 뒷짐만 지고 있어서다. 스포츠토토 노조에 따르면 오리온은 명예퇴직, 직원보상, 생존권 보장 요구를 회피했다.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스포츠토토 노조는 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스포츠토토 노조 측은 사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사측의 근로조건에 대한 답변을 들을 때까지 시위를 자제할 계획이다. 김인수 스포츠토토 노조위원장은 “고용보장과 직원보상 등에 대해 사측이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며 “그때까지 당분간 시위를 자제할 생각이지만 다음주까지 오리온에서 답변이 없다면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리온 측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확인해보겠다”라는 답변을 끝으로 연락이 없었다.

담 회장 일가
배만 불렸다

스포츠토토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담 회장의 책임이 크다. 담 회장이 배임과 횡령을 벌이지 않았다면 기존처럼 오리온이 5년 동안 스포츠토토를 맡았을 것이다. 스포츠토토 사업을 통해 이익을 본 사람도 담회장이고, 비리로 인해 사업권을 잃게 한 장본인도 담회장이다.


스포츠토토는 오리온의 돈줄이었다. 연간 수백억원씩 현금이 들어오는 ‘캐시카우’(확실한 수익 창출원) 역할을 했다. 지난 2003년 오리온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사업을 접은 한국타이거풀스로부터 지분 46.8%를 확보하며 스포츠토토 최대주주로 나섰다. 당시 오리온은 스포츠토토를 단돈 300억원(지분 46.8%)에 인수했다.

오리온은 지속적으로 스포츠토토 지분을 사 모으면서 최대주주(지분 66.64%)에 올랐다. 오리온의 최대주주는 14%의 지분을 가진 담철곤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이다. 2대 주주는 담 회장(지분 12%)이다.

오리온은 스포츠토토를 품으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10년간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체육기금을 조성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왔다.

사행산업통합위원회에 따르면 스포츠토토 매출액은 오리온이 최대주주로 나선 2003년 283억원에서 2013년 4조50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10년간 150배나 기업 매출이 커진 것이다.

이익도 가파르게 늘었다. 스포츠토토는 2004년까지 당기순손실이 130억원이었지만 2005년부터 흑자로 전환해 그해 당기순이익 110억원을 올렸다. 이후 정부가 스포츠토토 발행횟수를 계속 늘려주면서 순이익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이듬해인 2006년 당기순이익이 495억원으로 전년대비 4배이상 급증했다. 2007년에는 77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순이익을 올렸다.

이익률도 좋았다. 스포츠토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2012년에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5%에 달했다.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해 제조업체에서는 보기 힘든 수익성을 보였다. 오리온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식품업계 최고인 8.1%를 보인 것도 스포츠토토가 든든한 후원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장세 타고
주머니 채우기

스포츠토토가 가파르게 성장하자 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시작했다. 우선 짭짤한 배당금을 챙겼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오리온은 최대주주 자격으로 스포츠토토를 통해 11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게다가 조경민 전 오리온 전략담당 사장은 스포츠토토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를 실제보다 많이 지급한 것처럼 꾸며 차액을 빼돌렸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스포츠토토 사업자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100억원대의 배임·횡령을 저질렀다.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인쇄업체에 스포츠토토 용지를 발주하고 대금을 과다 책정해 스포츠토토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스포츠토토 최대주주인 오리온의 실세가 저지른 이 비리는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회삿돈 횡령·배임과 맞물리며 사회 문제로 비화됐다.

지난해에는 담 회장이 보수 총액으로 53억9100만원을 챙겼다.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부회장은 43억7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로써 담 회장 부부는 식품업계 연봉 1위를 기록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88% 감소했음에도 등기이사들의 평균 보수는 54.88% 증가했다. 담 회장 부부와 자녀 2명은 오리온 배당금 44억9269만원을 더 챙겼다.

게다가 담 회장이 자회사 아이팩으로부터 고액의 배당금을 챙겨온 것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지난3월 금감원에 접수된 아이팩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담 회장은 지난해 150억88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영업이익 8억원, 당기순이익 25억원에 불과한 회사가 순이익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을 담 회장에게 배당한 것이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음에도 거액을 배당했다. 아이팩은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403억원 중 80%인 324억원을 오리온에 납품해 올렸다.


아이팩은 2010년 강남구 논현동 91-6필지의 토지와 지상 10층 건물을 처분해 현금화했다. 매입자는 스포츠토토로 알려졌다. 건물 매매 과정에서 담 회장이 아이팩을 인수하기 직전 이 건물을 스포츠토토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시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매각대금이 그의 배당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리 저지르고
발 빼기

이러한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 부도덕한 경영으로 담 회장은 업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이후 오리온에게 스포츠토토 사업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이 뜨거워졌다.

결국 오리온은 스포츠토토 선정 입찰 자격에서 박탈당했다. 특히 스포츠토토 사업 제안요청서 사전규격에 따르면 주식 총수의 5% 이상을 갖고 있는 대주주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차기 입찰 자격을 잃게 된다. 2000년, 2002년 스포츠토토 관련 수탁사업자 선정 공고 시 제안요청서 상에 명시하도록 문체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한 내용이다. 즉 3년 이내 금고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담 회장은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고가 미술품을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자택에 장식품으로 설치했다.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초호화 외제 승용차를 계열사 자금으로 빌려 사용하는 등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했다.

오너비리로 사업권 박탈
입찰참여 기회조차 없어


돈줄이었던 스포츠토토를 가질 수 없게 되자 오리온은 다급해졌다. 지난 1월 오리온은 사업 유지를 핑계로 오리온의 입찰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우겼다. 사실상 이때까지만 해도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오리온을 도왔다. 언론보도에서도 “문제없다”며 짐짓 괜찮은 척했다. 담 회장의 비리 때문에 일어난 일이였기에 괘씸했지만 고용 안전을 위해 참았다.

그러나 공단이 본격적으로 다른 사업자를 찾아 나서자 오리온은 슬쩍 발을 뺐다. 담 회장은 지난해11월 등기임원에서 물러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좌절했다. 이후 직원들은 담 회장을 향해 사태를 해결하라며 시위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기업 회장들은 횡령과 같은 비리에 연루되면 눈치를 봐서라도 자신의 보수를 기업에 환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해도 욕을 먹는 마당에 오리온 담 회장의 경우는 비리를 저질러 놓고도 자기 보수와 배당금만 챙기고 회사 일은 모르는 척 은근슬쩍 넘어가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신 못차린' 동양 부부
재산 지키기 노후대비?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생 등으로 4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발생시킨 ‘동양 사태’의 책임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도 넘은 ‘재산 지키기’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 부부는 동양그룹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지 말라며 옥중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이 부회장은 가압류 직전의 미술품을 빼돌려 매각한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선봉)는 지난 2일 강제집형 면탈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법원의 가압류 절차 직전 자신이 소유한 고가의 미술품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 회장 등 동양그룹의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하던 검찰은 이 부회장과 홍 대표 사이의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지난 달 이 부회장의 미술품 보관 창고와 갤러리 서미를 압수수색해 그림과 조각품 등 미술품 수십점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법원의 재산처분을 피해 미술품을 미리 빼돌린 것으로 보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현 회장 “주식처분 말라” 옥중소송
이혜경 부회장 가압류 직전 미술품 급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현 회장과 이 부회장이 낸 가처분 신청이 각하됐다. 현 회장 부부는 지난 5월2일 동양파이낸셜 보유의 티와이머니 주식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양파이낸셜과 티와이머니는 기존 동양그룹 출자 구조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2월 이들 부부는 티와이머니 주식 16만주(지분율 80%)를 담보로 동양파이낸셜로부터 각자 명의로 38억8000만원과 39억원 등 총 78억8000만원을 대출했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에 차입금을 갚지 못했고 동양파이낸셜은 이들이 담보로 잡힌 티와이머니 주식을 전량 인수했다. 티와이머니 지분을 10%에서 90%로 늘린 동양파이낸셜은 주식 처분에 나섰다.

현 회장 측이 주장한 티와이머니 주식 가액은 200억원. 200억원을 눈 뜨고 날리게 된 이들 부부는 담보제공 자체가 무효라며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내린 40억원대의 담보제공명령을 현 회장 측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쟁점 판단 없이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 부부에게 공탁금 4억원과 보증보험 36억원 등 40억원의 담보를 제공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현 회장 측은 일단 재산은 지키게 됐다. 채권자 농협은행이 “티와이머니 주식을 처분하지 말라”며 동양파이낸셜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동양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판매해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구속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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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