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인사청문회 '2+α 낙마' 전략 대해부

고장 난 인사시스템 속 안목 없는 대통령 "날릴 후보 수두룩"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청문시리즈의 막이 올랐다. 지난달 29일 열린 한민구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10일까지 9명의 2기 내각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릴레이로 열리게 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자의 도덕성과 업무수행능력 등을 철저히 검증해 이미 각종 의혹이 불거질 대로 불거진 2명의 후보자는 반드시 낙마시키는 한편, 추가로 2~3명의 부적격 후보자를 추가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2+α 낙마' 전략을 살펴봤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 후보자 9명의 릴레이 인사청문회가 시작됐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가 열린 한민구 국방부장관. 한 장관에 대한 청문회는 여야 모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무사히 넘어갔다. 또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도발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 등 급박한 한반도 상황을 감안해 다음날 곧바로 임명 절차까지 마쳤다.

청와대 부실검증
문제후보 수두룩

문제는 남은 8명의 후보자들이다. 7~10일에 나눠 열리는 이들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는 한 장관의 사례와 달리 여야 간의 불꽃 튀는 공방전이 예상된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필두로, 대부분의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청문회 전 이미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문회 4대 쟁점'인 부동산·세금·논문·병역 관련 의혹 외에도 음주운전, 자녀 특혜 취업, 편향적 이념논란 등 다양한 의혹들을 받고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이미 김명수·이병기 후보자는 반드시 낙마시키기로 하고, 추가로 2~3명의 후보를 상황에 따라 낙마시키겠다는 이른바 '2+α 낙마' 전략을 수립하고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앞서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도 밟지 못하고 언론검증 단계에서 잇달아 낙마한 상황에서 추가 낙마자가 발생할 경우 국정혼란은 물론 다가오는 7·30재보선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 '9명 전원 생존'을 기본방침으로 정했다.


자고나면 커지는 의혹…'점입가경' 후보자들
청문회 4대 쟁점 외에도 다양한 의혹 쏟아져

야권이 낙마 1순위로 꼽고 있는 후보자는 김명수 후보자다. 논문 표절, 제자논문 가로채기, 연구비 부당 취득, 칼럼 대필 등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이 30여건이 넘을 정도로 역대급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는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지난달 25~30일 전국 학부모와 시민 232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6%인 2232명이 김 후보자를 '부적격' 인사로 생각한다고 답할 정도로 여론도 좋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만 30여건이 넘는다"며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정도인 그는 이미 부적격자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김 후보자를 겨냥해 "지금 청문회 후보자로 내보낸 분들 중 국민이 생각하기에 미흡한 분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역대급 의혹 김명수
다른 후보 방패막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를 이병기 후보자를 비롯한 다른 후보자들을 지키기 위한 '방패막이'로 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 후보자에게 언론과 야권의 시선이 쏠린 사이 의혹이 제기되는 다른 후보자들 청문회를 대충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잇단 총리 낙마에 사회부총리 후보자까지 중도 낙마하는 것은 정권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전원 청문회 통과'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청문회에서 본인의 진지하고 솔직한 해명을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후보자 전원을 인사청문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여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야권도 김 후보자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차떼기' '북풍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던 이병기 후보자도 현미경 검증을 통해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이 후보자의 경우 최근 재산 형성 관련 의혹에 대해 거짓해명을 한 것도 드러났다.

이 후보자 측은 아들 유학자금, 골프회원권 등 씀씀이가 큰 와중에도 1997년 1억8000만원에서 현재 5억2000만원의 예금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수상하다는 지적에 대해 "기존 예금에 국정원 2차장 퇴직금, LIG손해보험 급여 일부와 여기에 붙은 이자로 예금이 늘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국민건강보험 납부 내역에 따르면 이미 알려진 사돈기업 LIG손해보험 근무 외에 사위가 감사를 맡았던 ㈜그린샵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소득원이 있었지만 이를 밝히지 않고 거짓해명을 한 셈이다.

야권 관계자는 "논문 표절, 제자논문 가로채기, 칼럼 대필 등 무려 30여건 이상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와 차떼기, 북풍조작, 거짓해명을 한 이 후보자는 도덕성은 물론이고 기본적 자질에 문제가 있는 후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플러스알파
낙마 노린다

야권 내부적으로는 이들 외에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등도 이른바 '낙마 리스트'에 올려놓고 날선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한 명씩 살펴보면 정종섭 후보자의 경우에는 군복무 중 박사학위 취득, 논문 중복게재, 위장전입 의혹 외에 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특혜 취업 의혹도 받고 있다.

최양희 후보자는 군복무 중 프랑스 유학과 미국 연수, 서울대 교수 재직 중 정치후원금을 낸(국가공무원법 위반) 것과 관련한 논란, 농지법 위반, 다운계약서 작성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농지법 위반과 관련해 최 후보자 측은 "'농지취득 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구입한 뒤 해당 필지에서 채소 등을 재배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잔디밭에 고추묘목 10여개를 심은 듯한 현장 사진이 공개되면서 '급조 고추밭'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방배동 아파트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관행에 따랐지만 잘못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정성근 후보자는 2차례 음주운전, 이념 편향적 발언 논란에 이어 지난 2일에는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이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정 후보자는 2000년 5월 배우자 명의로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대우아파트 86㎡(약 26평)를 3억4000만원에 매입한 후 3년7개월 뒤 5억원에 되팔아 1억6000만원의 단기 시세차익을 올렸다. 양도세 3200만원을 제외해도 1억2800만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조 의원은 "정 후보자는 거주목적이 아닌 전형적인 투기를 위해 용산구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이 아파트는 90년대 말 서울 아파트 재건축 열풍이 일던 당시 조성된 것으로, 분양 당시부터 주목할 만한 투기처로 언론의 각광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야, 김명수·이병기 + 2~3명 추가 낙마
여, '낙마 공세' 차단…'전원 생존' 목표

이외에도 야권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등 정치인 출신 후보자들에 대해선 각각 금융권 관계자, 지방선거 출마자들로부터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에 대한 대가성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야권의 대대적 공세를 받지 않고 있는 인사는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다수의 2기 내각 후보자들이 도덕성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은 2+α 낙마를 목표로 청문회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의원은 "예전 같았으면 청문회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을 후보자들이 수두룩하다"며 "부상병 집합소처럼 이런 후보자들만 골라 추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여권 핵심 당직자는 "야권이 내각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 두 명과 플러스알파를 낙마시키겠다며 각종 의혹을 생산하고 있는데, 청문회를 해보기도 전에 낙마 대상을 정하는 것은 인사청문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격"이라며 "청문회에서 차분하게 본인의 해명을 들어보고 그 해명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를 숙고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자 임명 강행
국정 파행 불가피

한편 국무총리와 달리 장관급 후보자에 대해선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박 대통령이 강행할 경우 야권과 여론의 거센 반발로 인한 국정운영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의 거센 2+α 낙마 공세와 여권의 전원 생존 수성전이 맞붙을 청문회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arpediem@ilyosisa.co.kr>

 

<박근혜정부 2기 내각 릴레이 청문회 일정>

▲ 7월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 7월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

▲ 7월9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 7월10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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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