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이상한 ‘통일적금’

대통령 '통일대박' 한마디에…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한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남북통일은 우리의 필연이자 책무였다. 그러나 이제는 경기불황의 늪에 빠져 나부터 살기 급급하다. 통일은 뒷전이 된 지 오래다. 한 신용카드 회사는 광고를 통해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고 외쳤다. 그렇게 우리는 부자가 되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번다. 0.1%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금융상품에 관심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에 느닷없는 ‘통일바람’이 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외치고 난 후부터다. 통일과 돈. 어딘지 이상한 조합이다. 부작용이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통일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KB국민은행이 통일과 관련된 금융상품 출시했다.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통일 관련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들은 통일 상품을 준비하면서도 회의적인 분위기다. 보여주기 식 정책에 따라 출시한 상품인 만큼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효성 논란

최근 KB국민은행이 정부의 통일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금을 출연하는 ‘KB통일기원적금’을 선보였다. 국민은행은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통일관련 우대이율을 제공하는 ‘KB통일기원적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KB통일기원적금은 영업점 및 인터넷뱅킹을 통해 판매된다. 1년제는 연2.5%, 2년제 연2.7%, 3년제 연2.9%의 기본이율을 제공한다.

이 상품에 가입할 때 통일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작성하면 연0.1%의 우대이율을 받을 수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선언을 기념해 가입기간별 우대이율(1년 연0.1%, 2년 연0.2%, 3년 연 0.3%)도 제공 받는다.


특히 이북 실향민, 북한이탈주민, 통일부, 통일캠프 수료자,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임직원 등은 연 0.3%의 우대금리를 받는다. 다만 증빙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즉, 3년제 기준 최고 연3.6%의 이율을 받을 수 있다.

KB통일기원적금의 만기이자(세전) 1%에 해당하는 금액은 은행비용으로 대북 지원사업과 통일 관련단체 등에 기부된다. 국민은행은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 통일 실현을 위한 상품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북 실향민, 북한 이탈주민, 통일 캠프 수료자, 개성공단 임직원 등에게 0.3%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가입대상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 고객들도 통일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쓰면 0.1%의 우대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일에 대한 공감이 상품에 대한 목적이고, 정부의 통일 정책에 지원하기 위한 부분도 있다"며 "아직 출시한 지 얼마 안 돼서 반응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앞서 우리은행도 통일금융상품을 출시했다. ‘우리겨레통일패키지’는 은행권에서 최초로 통일기금 조성을 위한 금융상품이다. 우리겨레통일패키지는 입·출식 통장과 정기예금, 펀드 세 가지로 구성된다.

우선 우리겨레통일통장은 통장의 우대이자금액이 대한적십자사로 자동 기부되는 통장이다. 기본 금리는 연0.1%다. 결산이자 원가 일에 대한 대한적십자사로 기부자동이체 등록이 되어 있으면 연0.1% 우대해준다. 즉 최대 0.2%의 이자가 붙는다. 대한적십자사로 기부이체 동의하면 이자지급일에 우대이율에 해당하는 세후이자금액이 대한적십자사로 자동 기부된다.

‘우리겨레 통일 정기예금’은 고정금리 연 2.6%에 대한적십자사로 기부자동이체를 등록하면 연 0.1%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최고 3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이다. 이 상품 역시 우대금리가 예금주 명의로 대한적십자사에 기부된다.


우리겨레통일펀드는 교보악사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펀드상품으로 운용수익 중 40%가 대한적십자사에 기부된다. 기부된 금액에 대해서는 연말 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을 통해 기부되는 금액은 대한적십자사가 통일 관련 사업에 운영할 예정”이라면서 “아직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됐기 때문에 소비자의 반응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정책에 따른 상품은 단발성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고,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통일에 대한 좋은 취지로 의욕적으로 출시했는데, 아직 어떤 상품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눈치 보는 시중은행들 통일 상품 출시
소비자 무관심 속 사라질 가능성 높아

IBK기업은행도 통일에 대비해 상품명을 만들었다. 기업은행은 'IBK 진달래 통장' 'IBK 모란 통장'을 상표권 등록했다.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꽃인 진달래와 모란이라는 단어를 공략한 것이다. 통일 이후 다른 은행들이 상품명을 쓰지 못하도록 미리 등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통일에 대비해 상품명만 등록한 상태”라며 “아직 출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개성공단 등 북한 내 산업단지 입주를 목표로 하는 탈북자들을 상대로 대출과 마케팅, 경영컨설팅까지 포함한 창업대출상품을 연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나진, 신의주 개발 사업, 개성공단 등으로 북한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도 기획하고 있다.
 

이밖에도 NH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도 통일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통일 관련 금융상품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속적인 경기불황으로 사람들은 높은 금리의 상품에 몰리기 때문이다. 통일 금융상품의 금리가 시중은행의 금리보다도 낮은 가운데 그나마 붙는 이자까지 기부하는 구조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부류의 금융상품은 전 정권 때도 있었다. MB정부가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우후죽순 만들었던 ‘녹색금융’상품과 같은 경우다. 당시에도 ‘녹색금융’이라는 슬로건 아래 비슷한 상품들이 줄줄이 출시됐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결국 녹색금융 상품의 실적은 저조했고, 많은 금융사들이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정책상품 부작용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예금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치 못한 (북한 실향민, 새터민 등)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겠느냐”라며 “전형적인 탁상 금융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출시 후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품을 만들기 전 시장조사부터 제대로 하고 만들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인정보유출 방지책 금융보안전담기구 논란

카드3사의 개인정보유출 사태 이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보안전담기구가 설립하기도 전 진통을 겪고 있다. 1일 금융소비자연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금융보안전담기구’ 설립에 대해 졸속·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일만 터졌다하면 별도 기구를 설립하려고만 한다”며 “비용대비 효용성, 업무 중복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등을 신중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개별금융사와 전담기구의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민간기구보다는 공적인 전담기구와 콘트롤타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 측 토론자로 나선 전요섭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감사원에서 금융권 IT감사를 실시했는데, 현 상태로는 일부 중복이 있고 비효율적이라 기능의 조정을 하는 방안을 구상하라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전담기구 설립은 정부에서 기구를 신설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기존 기관들이 가진 기능을 한 군데로 모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정부는 금융보안연구원과 금융결제원, 코스콤의 금융ISAC(정보공유분석센터) 기능과 조직을 통합한 ‘금용보안전담기구’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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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