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김호연 유령법인' 실체 추적

비밀 들통…애국자라더니 미국서 ‘허걱’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인생2모작’을 위해 정계에 뛰어들며 돌연 회장직을 던지고 떠났던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 올 초 빙그레로 돌아왔다. 그런데 김호연 전 회장의 경영 복귀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의원 시절 해외에서 부동산을 취득하고도 이를 숨긴 사실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KBS <시사기획 창> 보도팀이 국내 재벌과 부호들의 수상한 해외 부동산을 집중 취재했다. 그 중에서도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 일가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김 전 회장 일가가 페이퍼컴퍼니 7곳과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빙그레-에버그린
수상한 관계

방송에 따르면 김호연 전 회장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던 당시 딸 정화씨의 명의로 시가 20억원 상당의 하와이 콘도를 보유했다. 김 회장 측은 이 콘도를 지난해 ‘클리어워터(CLEARWATER GROVE)’라는 회사에 매각했다. 그런데 이 ‘클리어워터’라는 회사의 주소가 김 회장 가족의 미국 주소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의 부인과 딸 명의로 되어 있는 ‘클리어워터’는 장모씨가 이사로 재직하며 관리하고 있었다. <시사기획 창> 보도팀은 장씨를 통해 김 전 회장 가족이 서류상 회사들을 만들어 여러 건의 미국 부동산을 거래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 가족이 장씨를 통해 조세회피처 등에 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미국 부동산을 거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와이·시카고 등에 수상한 회사들 존재
모두 페이퍼컴퍼니…현지 부동산 사고팔아


그 중에서도 에버그린(EVERGREEN GLOBAL)이라는 회사는 빙그레와 관련돼 있었다. 1995년 설립된 에버그린은 20여년 동안 빙그레에 식품 원료를 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빙그레가 자사의 대표적인 상품 ‘바나나 우유’에 들어가는 바닐라향, 딸기향, 초코향 등의 원료를 에버그린으로부터 수입해온 것이다. 알려진 수출입 규모는 연간 40억∼50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의 딸 정화씨가 이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 있는 딸 회사가 서울에 있는 아버지 회사와 거래를 해온 셈이다. 그러나 빙그레는 이 같은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단 한 차례도 공시하지 않았다.
 

빙그레는 에버그린의 수출입 규모에 대해서는 시인하면서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보도됐던 대로 공시 요건이 되지 않아 공시하지 못했다”면서도 “당시 우리도 국적상황을 잘 몰랐다”고 답했다.

하지만 회계법인에 따르면 상장사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감사보고서에 명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상장사가 이를 위반하게 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기업의 재무 상황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주주나 임원 등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국회의원 시절
해외재산 누락

이밖에도 장씨와 관련된 서류상의 회사 6곳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버넌(VERNON HOLDINGS), 데이 크리크(DAY CREEK), 하이랜드(HIGHLAND GROVE), 하이우드(HIGHWOOD HOLDINGS), 배넉번(BANNOCKBURN HOLDINGS), 샤이엔(SHYENNE INCORPORATION) 등이다.

특히 샤이엔이라는 회사는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 영국령 케이먼제도에 설립됐다. 이 업체 역시 페이퍼컴퍼니로 파악됐다. 샤이엔사는 지난 1997년 시카고 외곽에 있는 저택을 사들였다. 이 곳에서 김호연 전 회장 가족이 실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김 전 회장 일가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동산을 거래하고 소유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지난 2010년 국회의원 시절 이 같은 내용을 숨겼다. 

김 회장 측이 공직자 재산신고를 한 곳은 36곳. 모두 국내에서 가지고 있는 부동산 뿐이었다. 김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하와이에 있는 콘도를 비롯한 해외 재산은 모두 빠져있었다.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는 배우자 및 직계존속 등이 소유하는 재산, 비영리법인에 출연한 재산, 외국에 있는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빙그레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그때 김호연 전 회장은 개인적인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 퇴사한 상태였기에 회사 측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라며 “회장직을 내려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회사차원에서는 정치사안(보유재산)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해명했다.

부인·딸 회사 수상한 거래
빙그레에 식품 원료들 수출
‘부당’일감 몰아주기 의혹

김 전 회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는 한화그룹 창업자인 고 김종희 회장의 차남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김 전 회장은 1986년 빙그레 상무이사를 거쳐 한양유통 대표이사에 취임해 최고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1992년부터 2008년까지는 빙그레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적자 기업이었던 빙그레를 흑자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에는 은탑산업훈장, 2004년에는 한국의 경영자상, 2005년에는 제2회 한국 리더십 대상, 2008년에는 한국마케팅 최고경영자(CEO)대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이기도 하다. 1993년 김 전 회장은 사재 200억원을 털어 김구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지난해부터 김 전 회장은 김구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미국 하와이에서 독후감 대회를 여는 등 백범 정신 알리기에 나섰다.

성공한 CEO라는 타이틀을 얻고 남부러울 게 없어보였던 김 전 회장은 2008년 돌연 회장직을 던지고 정치인의 길을 선택했다.

2008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천안을에서 제18대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당시 현역이었던 박상돈 전 의원에 밀려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그는 다음을 기약하며 지역구를 지켰다.

2010년 김 전 회장은 천안을에 다시 출마해 국회의원 당선에 성공해 4년간 의정활동을 펼쳤다.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그는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다. 김 전 회장은 박 대통령의 서강대 4년 차이 선후배 사이로 서강대 총동문회 회장을 5대째 역임해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박 대통령의 장충초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국민행복캠프’ 총괄 부본부장,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부실장 등을 맡아 박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로 활약했다. 

그렇게 6년간 김 전 회장은 경영권을 내놓고 회사를 떠나 최대주주 자리만 지켰다. 당시 빙그레 지휘봉을 경기고와 서강대 동기동창 친구 겸 전문경영인(CEO)인 이건영 사장에게 맡겼다.

하지만 정계에서 그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대선이 끝나고 재단법인 김구재단의 이사장만 맡았을 뿐 정치적인 활동에는 일체 나서지 않았다. 동시에 재계는 그의 복귀를 점쳤다. 지난해부터 정계에서 마땅한 역할이 없어졌다는 점이 회사로 복귀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경영복귀 앞두고
웃음기 사라져

실제로 지난3월 김 전 회장은 빙그레 등기이사로 복귀했다. 빙그레는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공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 전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빙그레가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빙그레로 돌아오면서 김 전 회장은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했다. 공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달11일부터 18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보통주 2만 6042주를 매입했다. 이러한 지분 매입으로 김 전 회장의 지분율은 34.61%에서 34.88%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빙그레 회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빙그레 측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자사 매입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이유로 매입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특별한 계기로 자사주를 매입했다기 보다는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한다는 의미에서 매입하셨을 것”이라며 “당장 대표이사나 회장직을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 전 회장의 경영 복귀설에도 업계의 시선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이 여의도에서 정치 외유하는 동안 이건영 사장의 회사 경영 실력이 그다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빙그레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구원투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런 시점에 해외 부동산 매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 전 회장의 경영복귀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김 전 회장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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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