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걸그룹 원더걸스 멤버 선미의 탈퇴 소식이 전해진 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충격이 가시질 않고 있다. 탈퇴 배경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대학 진학이 그 이유라고 밝혔지만 팬들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조만간 미국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시점이라 뭔가 말못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JYP “대학 진학 위해 연예계 활동 중단”
불화설·향수병 등 여러 이유 관측 제기
JYP는 지난 1월23일 “선미가 1년간의 미국 생활 끝에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와 대학생이 된 후 연예계 활동을 재개하고 싶다고 밝혔다”며 “선미 본인을 비롯해 원더걸스 멤버들, 가족, 회사는 모두 오랜 고민과 상의 끝에 선미가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학업에 복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JYP에 따르면 선미는 2월 말까지 예정된 원더걸스의 미국 일정을 마친 뒤 3월 귀국해 대학 진학에 전념한다. 선미의 공백은 JYP 연습생 출신인 동갑내기 혜림으로 대체된다. 혜림은 JYP에서 3년간 데뷔를 준비했고 영어·중국어·광동어·한국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귀국해 대학 진학
선미는 소속사를 통해 “1년간 미국 활동은 너무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앞으로 계속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언젠가 재충전이 됐다 싶으면 JYP에서 복귀하는 것으로 박진영 프로듀서와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원더걸스는 이미 데뷔 싱글 ‘아이러니’를 발표한 뒤 갑작스럽게 멤버 현아가 건강상의 이유로 탈퇴하고 새 멤버 유빈을 받아들였지만 선미의 경우 이미 데뷔 3년이 넘었고 ‘4차원 캐릭터’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멤버라는 점에서 팬들의 충격이 크다.
선미는 지난해 학업을 접고 떠난 미국 활동 때 다른 멤버들에 비해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난해 10월 기자회견 때도 “미국에 진출한 뒤 하루도 안 빼놓고 매일 밤마다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며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게 많이 힘들었고 언어가 많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인터뷰 중 눈물을 쏟기도 했다.
선미는 서울 청담고등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6월 학교를 자퇴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검정고시를 통해 향후 대학 진학을 계획했으나 선미와 선미의 가족은 선미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더걸스나 연예계 활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선미의 한 측근은 “선미는 학교생활을 계속 하고 싶어했지만 미국 진출을 앞두고 소속사의 자퇴 권유를 따랐다”면서 “그러나 고된 미국 생활을 통해 가수로서 회의를 느꼈고 소속사에 학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꾸준히 내비쳤다. 이번 탈퇴는 그런 선미의 의지를 소속사가 받아들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JYP는 “소속사로서 선미가 원하는 대로 대학 진학 후 본인이 원하는 시점에 다시 연예계 활동 재개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며 선미의 활동 중단이 원더걸스 탈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선미 역시 “활동 복귀를 위해 쉬는 기간에도 회사에 나와 춤과 노래 등의 연습과 레슨을 진행하고 싶다”고 가수 활동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소속사가 분명한 이유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원더걸스가 국내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는 등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조만간 미국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시점이라 뭔가 말 못할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팀내 불화설이다. 여성 그룹 멤버 탈퇴의 원인 중 가장 빈번한 사례로 지목되는 게 ‘불화’다. 지금까지 원더걸스의 불화설은 알려진 게 없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문제가 될 정도의 불화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외국에서의 생활에 서로 도움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여성그룹 중 열에 일곱 정도가 불화로 멤버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한 여성그룹은 멤버간 폭력사건으로 팀원 교체에 이어 팀이 해체되기도 했다. 선미의 갑작스러운 탈퇴 이유로 불화가 첫 손에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향수병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선미는 올해로 18세. 아직은 어린 나이에 겪는 이국에서의 생활은 여러모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계 관계자는 “어린 멤버들이 오랜 타지 생활에 따른 향수병과 불투명한 성공에 대한 스트레스, 국내와는 또 다른 낯설음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이런 부담감을 막내인 선미가 이겨내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연예계 생활에 대한 회의도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JYP는 발표문에서 “선미가 미국 무대는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계속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는 대목은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어린 나이에 다른 그룹과의 경쟁은 물론 팀내 멤버들과의 경쟁은 미래에 대한 회의를 부추겼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멤버 교체를 단행한 걸그룹은 많았다. 원더걸스는 현재 포미닛으로 활동 중인 현아를 탈퇴시킨 뒤 유빈을 영입했다. 카라 역시 김성희 대신 구하라, 강지영으로 새로운 팀을 꾸렸다.
어린 나이에 힘들었을 것
쥬얼리는 이지현, 조민아가 개별 활동을 위해 탈퇴를 선언하자 하주연, 김은정을 전격 영입했다. 또 애프터스쿨은 소영이 빠진 자리에 나나, 레이나를 새로 합류시켰다. 이밖에 씨야는 리더 남규리가 소속사와 마찰을 일으키며 탈퇴를 선언하자 수미란 신인으로 대체했다. 그렇다면 걸그룹의 멤버 교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 연예계 관계자는 “멤버 교체는 부정적 효과와 함께 긍정적 효과도 있다. 멤버가 자주 바뀌는 것에 팬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또 잦은 교체는 팀컬러가 명확하지 않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소속사에서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곡 선정이나 멤버 선택 시 신중을 기한다면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면도 많다. 또 리스크를 줄이면서 새로운 신인들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