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7·14전당대회 4대 관전포인트

날 저문 망망대해 풍랑 속 '새누리호' 선장은 누구?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7·14전당대회 막이 올랐다.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4명을 뽑는 전당대회에 무려 10명의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지며 경선 열기는 초반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중·후반기 정부와 호흡을 맞춰 여당을 이끌어 갈 신임 지도부는 과연 어떻게 꾸려지게 될까.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주목할 4대 관전포인트를 <일요시사>가 꼽아봤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박근혜정부의 반복된 국무총리 '인사 참사'. 정부와 여당이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 여당은 7월14일 전당대회를 통해 향후 2년간 당을 이끌어갈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4명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10명(김무성·서청원·홍문종·김을동·김태호·김영우·김상민 의원, 박창달 전 의원, 석종현 전 친박연대 최고위원)의 후보가 앞다퉈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 열기는 초반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경선후보 10명
당선 유력 3명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전당대회 슬로건이 '새누리를 바꿔라'일 정도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는 '혁신 전당대회'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들도 저마다 자신이 당의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양강으로 꼽히는 김무성·서청원 의원 중 한 명이 당대표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최고위원에 당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여성 몫' 최고위원(김을동 의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최고위원 자리는 2자리뿐이다.

즉, 3·4위를 놓고 7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당대표를 놓고 비박·비주류 대표 김무성 의원과 친박 대표 서청원 의원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남는 2자리의 최고위원에 어느 쪽 인사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당 지도부 전체 주도권이 좌우된다.


우선 당대표 경합에서는 '미래'를 내세운 김무성 의원이 국민여론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고, 당심에서는 '의리'를 앞세운 서청원 의원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20~21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무성 의원이 40.5%로 1위를 차지했고, 서청원 의원은 30.7%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인제 의원(18.3%), 홍문종 의원(13.3%), 김태호 의원(12.1%), 김을동 의원(11.3%) 등이 뒤를 이었다(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1000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앞서 같은 기관의 지난달 11~12일 조사에서는 김 의원이 42.6%, 서 의원이 32.1%를 기록한 바 있다. 양측 격차가 10.5%포인트에서 9.8%포인트로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국민여론에서는 김 의원이 확실히 앞서 나가고 있는 셈이다.

당대표 경쟁 못지않게 치열한 3·4위전
폭락한 대통령 지지율, 전당대회 영향

이와 관련, 김무성캠프 관계자는 "6대4 정도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본다. 현재 판세를 끝까지 이어가기 위해 김 의원이 전국을 돌며 당심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청원캠프 관계자는 "7(당원·대의원·청년선거인단)대3(국민여론)으로 당심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조직력 등에서 앞서는 서 의원이 결국은 이길 것"이라고 자신을 표했다.

남는 2석의 최고위원은 여론조사상 이인제·홍문종 의원이 유력하다.

하지만 당심에서 김무성 의원과 함께 PK(부산·경남)표를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이는 김태호 의원이 앞서, 사실상 4자리는 정해졌고 남는 1자리를 놓고 이인제·홍문종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나온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1인2표제에 따라 김무성 의원과 함께 PK표를 나눠가질 김태호 의원이 예상외로 세다"며 "TK(대구·경북)로의 확장성도 가진 김태호 의원이 3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남는 한 자리에는 이인제·홍문종 의원 중 한 명이 당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도부 주도권 놓고
불꽃 튀는 3·4위전

안대희·문창극 2명의 국무총리 인선이 잇달아 실패로 끝나며 폭락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전당대회에 미칠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초반까지 떨어진 박 대통령 지지율은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을 향한 구심력보다 김무성 의원을 향한 원심력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여론에서 앞서는 김무성 의원 쪽으로 당심도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대세론)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위기감을 느낀 서청원 의원은 지난 16일 '문창극 자진사퇴' 기자회견을 가졌고, 다음날에는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는 문 후보자를 '환부'에 비유하며 도려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러한 서 의원의 선택은 일정부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며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킬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반면 김무성 의원의 경우 '문창극 참사' 국면은 원심력을 키울 수 있는 호재였지만, 친박(친박근혜)계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문창극 사퇴'를 앞장서 주도하지 못하고 기류 변화에 따르는 모양새를 취하며 스텝이 꼬였다.

문창극 참사
지지율 폭락

후보 간 합종연횡도 지켜볼 대목이다. 1인2표제 특성상 어느 후보와 짝을 맺어 연합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유력후보인 김무성·서청원 의원이 파트너로 누구를 택하느냐에 따라 본인들의 당대표 경쟁은 물론 파트너의 최고위원 입성 여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청원 의원은 같은 친박 핵심인사인 홍문종 의원과, 김무성 의원은 같은 PK지역 정치인인 김태호 의원과 손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친박 후보가 너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박 표심은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6일 서청원 의원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한 홍문종 의원에 이어 23일에는 석종현 전 친박연대 최고위원까지 출사표를 던졌다. 서청원·김을동 의원까지 포함해 친박 후보만 4명에 이르러 친박표의 분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무성·김태호, 서청원·홍문종 합종연횡?
'장외 거물' 김문수·나경원의 선택 주목

일각에서는 김상민 의원(비례대표 초선)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나선 것은 건강한 당·청 관계를 강조한 김무성 의원에게 줄을 이미 댔기 때문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장외 거물급 인사들인 김문수 경기지사,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도 주목된다. 7월3일까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가능한 가운데, 두 인사는 아직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7·30재보선과 전당대회 중 한 곳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만약 김 지사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다면 현재의 서청원·김무성 의원 양강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또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여성 몫 최고위원을 놓고 김을동 의원과 대결이 불가피하다.


특히 나 전 의원의 출마는 김을동 의원이 표를 열심히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같은 친박계인 서청원·홍문종 의원 등의 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친박 후보 다수
표 분산 불가피

한편, 새 지도부가 가질 권한과 책임은 막중하다. 가까이는 미니총선급 규모로 열릴 7·30재보선을 진두지휘해야 하고, 멀리는 2016년 20대 총선 및 2017년 19대 대통령 경선까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의원들은 친박, 비주류 등 기존 계파를 떠나 유력주자인 김무성·서청원 의원 사이에서 고민하며 '헤쳐 모여'하고 있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차기 총선 공천까지 고려해야 하는 의원들 상당수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며 "1인2표제이기 때문에 양측과의 관계를 고려해 두 후보에게 한 표씩 던지는 의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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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