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당권 장악=박근혜 위기론’ 나도는 내막

청와대는 대통령이 당은 당대표가 “따로국밥 따로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요즘 새누리당 내에서 새어나오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장악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급격히 쇠퇴하고 조기 레임덕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문제는 7·14전당대회를 10여일 앞둔 현재 김무성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유력 당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세월호 사태 가운데 안대희·문창극 두 명의 국무총리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는 등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위축된 모양새다. 

‘김무성발(發) 권력이동’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연일 시끄럽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박근혜정부를 어시스트 할 당대표와 새 지도부 선출을 놓고 이전투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만약 ‘비박 수장’인 김무성 의원이 집권세력을 대표해 출사표를 던진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을 꺾고 당권을 잡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내 권력의 대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 의원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양축으로 했던 권력지형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비박 수장 김무성
친박 좌장 서청원 

일단 이번 전대에서 김 의원의 당권 당락 여부에 따라 박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계의 향후 운신의 폭이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 내 친박계를 이끌고 있는 박 대통령의 최고 실세로 꼽힌다. 박 대통령과는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동고동락을 해온 사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후보였던 박 대통령을 적극 지원했고, 2008년 18대 총선 땐 친박 의원들이 대거 낙천하자 친박연대를 창당, ‘박근혜 바람 몰이’를 통해 14석이란 적잖은 의석을 획득하기도 했다. 때문에 서 의원은 친박계의 최대주주이자 박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공동운명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친박 좌장’ 서청원 패할 시 여권 내 권력이동
당·청관계 재설정 시각차, 조기 레임덕 불가피


따라서 만일 김 의원이 당권을 접수할 경우 서 의원의 패배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박 대통령도 함께 패하는 것을 자연스레 뜻하게 된다. 즉 표면적으로 7ㆍ14 전대가 친박계와 비박계 대표주자 간 당권을 놓고 일합을 겨루는 모양새로 보이지만 내면은 당권 이상의 의미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이 당권 장악에 실패하면 집권세력의 세가 위축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박 대통령의 여권 내 영향력도 상당히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특히 취임 2년차에 불과한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에까지 직ㆍ간접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권에서부터 조기 레임덕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청원-박근혜
정치적 공동운명체

주목되는 것은 일각에서 두 의원이 당ㆍ청관계 재설정 등을 두고 다른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는 점을 들며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당과 청와대 간 밀착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 의원은 지난달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당원 간담회를 열고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면 안 된다. 대통령과 신뢰로 풀어가야지 사심으로는 안 된다”면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정치경륜 30년을 사심 없이 쏟아 부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면 김 의원은 같은 날 경남지역 언론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모든 권력은 견제가 없으면 독선에 빠진다. 견제기능은 당만이 할 수 있는데 1년여간 견제의 기능이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지원에, 김 의원은 견제에 각각 방점을 찍은 것으로 들린다. 전대 이후 당ㆍ청관계 새구도 형성을 통해 최고 권부인 청와대의 국정운영 틀이 바뀔 수도 있고, 바뀌지 않을 수도 있음을 관측하게 하는 엇갈리는 발언들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두 의원은 당ㆍ청관계의 한 축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총리후보들이 연거푸 낙마하면서 인사검증 책임자인 김 실장을 경질해야 한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서 의원은 지난달 25일 충북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기기관 밖에서 행해진 (교회 강연 등) 일을 검증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반해 김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두 번째 총리후보가 낙마한 것에 대해 이를 담당한 분(김기춘)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밝혀 책임론에 힘을 실었다.

당ㆍ청 간 밀착도는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과 바로 연결되는 주요 요소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국정수행 지지율에 급락세를 맞고 있는 박 대통령 입장에선 비박계 수장격인 김 의원 보다는 ‘친박 좌장’인 서 의원이 필요한 타이밍으로 읽힌다.


대통령과 각 세우는 김
대통령 옹호하는 서

당의 한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 보면 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당을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문제는 비박인 김 의원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표로 선출되면 박 대통령과 여권 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0~2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김 의원이 40.5%의 지지율을 획득해 1위를, 서 의원은 30.7%로 2위를 각각 기록했다.


또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김 의원이 28.7%, 서 의원은 23.2%의 지지율을 얻었다.

비주류란 핸디캡을 갖고 있는 김 의원이 초반 레이스에서 집권세력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MB정권 초기 친이계 당 장악 반면교사
김무성, 여론 등에 업고 새판 짤 수 있나

그러나 여론이 그대로 전대에 투영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 1년5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서 치러지는 전대이기 때문이다. 앞서의 사례를 보면 친박계가 박심(박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판’이다.

MB정권 초에 열렸던 2008년 7ㆍ3전대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친이직계 박희태 후보가, 2010년 7·14전대 역시 친이계 주류였던 안상수 후보가 각각 당권을 거머쥔 반면, MB정권 말기였던 2012년 5·15전대에서는 그해 강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박 대통령이 속한 친박계가 황우여 후보를 대표로 만들었다. 

세 차례의 전대 결과는 정권 초기엔 집권세력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되고, 정권의 힘이 소실돼 가는 말기에는 유력 대선후보를 보유한 계파에서 당을 장악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비주류인 김 의원이 집권세력과의 정면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 만만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여론 ‘비주류 김무성’
당내 여론 ‘주류 서청원’

그렇다면 과연 김 의원이 불리한 당내 지형을 뚫고 전대를 통해 ‘새판’을 짤 수 있을까? 그의 당권 도전은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친박계의 입지 문제 등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 집권자와 집권세력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얘기다.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김 의원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mkpeace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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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