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몰카 열풍 사회범죄 급부상

가볍게 생각하고 찍었다가 ‘망신살 뻗쳤네’

수년 전 모 TV방송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일상어로 완전히 정착된 ‘몰카(몰래카메라)’. 인터넷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수많은 음란 동영상을 찍은 ‘몰카’가 문제됐지만 지금도 여전히 몰카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고급화되어 가는 핸드폰 사양은 이런 몰카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만 꺼내들면 누구나 사진작가, 동영상 PD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몰카가 찍히고 있으며 어떤 이유로 유통되고 있는 것일까. 몰카의 현실을 집중 취재했다.

‘강의실녀’ ‘인천녀’ ‘청바지녀’ ‘강남된장녀’ 등 인터넷 항해 중
몰카 범죄 2004년(231건)부터 2008년(576건)까지 2.5배 증가세


현재 인터넷에는 수많은 몰카들이 떠돌아 다니고 있다. 그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녀’들이 즐비하다. ‘강의실녀’ ‘인천녀’ ‘청바지녀’ ‘강남된장녀’ 등 몰카는 끊임없이 변종, 변태화되면서 증식하고 있다.
몰카가 찍히는 과정과 유통 과정은 셀 수도 없이 다양하지만 본질은 타인이 몰래 혹은 합의를 했더라도 본인의 의사와는 반하게 무차별적으로 유통된다는 것이다.

몰카 대중화 기여
핸드폰 출시 한몫

몰카는 엄연한 범죄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몰카가 범죄라는 인식이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해마다 몰카로 처벌되는 건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231건)부터 2008년(576건)까지 무려 2.5배가 증가했다. 비록 다른 범죄에 비하면 처벌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을지 몰라도 그 확산속도는 여타 범죄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예를 들어 강간건수는 한 해 수천 건이 처벌되지만 이렇게 몇 년 만에 두 배 수 이상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몰카의 대중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다름 아닌 고사양 핸드폰의 끊임없는 출시다. 며칠이 멀다하고 쏟아지는 고급 핸드폰들에는 모두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사진을 찍을 때 강제로 소리가 들리게 했지만 사람들이 많아 소음 역시 많은 곳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가지고 다니는 카메라는 그만큼 몰카의 대중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몰카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연히 관음증으로 대표되는 변태적 성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정상적인 섹스보다는 ‘과거의 기준에서’ 변태적이었던 성욕이 오히려 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서로가 부끄러워하며 불을 끄고 하는 섹스관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연인 사이에서도 섹스 동영상 촬영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일로 여겨지고 있으며 때로 얼굴이 가려진 사진이나 동영상의 경우 합의하에 인터넷에 유출하기도 한다. 비록 이 경우 본질적인 의미에서는 ‘몰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단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몰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남자친구와의
추억 ‘진절머리’

그러면 요즘 젊은이들은 왜 이러한 촬영을 하는 것일까. 대학생 김모(26)씨는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못 찍을 게 뭐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이어 “사랑하는 그 당시에는 상대방이 그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는다. 그냥 추억거리를 만들고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고 할까. 남자들의 경우 나중에 그것을 보면서 자위를 하기 위해 찍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뭐 어떤 경우가 되든지 간에 필요와 합의에 의해 찍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연인·부부·원나잇스탠드 몰카 출현
일부 남성들 몰카로 협박용 악용도


사랑할 때는 추억이 되지만 사랑이 끝난 후에는 때로 사진과 동영상은 복수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실제 많은 남성들은 여자에 대한 복수로 자신과 찍은 몰카를 올리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실제 사진을 유포하는 경우까지 있다.
옛 남자친구와의 ‘진절머리 나는 추억’을 가지고 있는 박모(27)양은 “처음에는 그렇게 나쁜 사람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남자친구의 섹스 상대로 전락해 수개월 동안 모욕적인 경험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양은 이어 “나오라면 나가고 벗으라면 벗는 창녀와 같은 생활이었다. 결국 간신히 그의 휴대폰에 있는 모든 자료를 지우고서야 관계가 끝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앞으로도 남자를 사귀게 되면 다시는 그런 사진이나 동영상은 찍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까지 됐다”고 후회했다.

그러나 더욱 문제는 그들이 ‘몰카’라고 하는 강력한 중독적 성욕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길거리, 공공시설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찍히는 몰카는 이들의 성의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 ‘길거리에 가는 여자들이 모두 나의 섹스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하는 경우까지 있다.

직장인 박모씨는 “다양하고 방대한 몰카를 접하다 보니 길거리에서 보는 예쁜 여성과의 섹스를 꿈꾸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조금만 작업하면 그녀와의 섹스와 촬영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력한 중독적
성욕에 사로잡혀

과거 ‘은밀하게’ 생각되어왔던 섹스가 이제는 광장으로 나와 모두를 잠재적인 섹스 상대자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조모(37)씨의 고백은 몰카가 주는 악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씨는 “길거리에 걸어가다 조금이라도 몸매가 좋은 여자가 보이면 섹스를 엄청 밝힐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실 몰카에서 보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아주 일반적인 여성일 뿐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조씨는 이어 “하지만 정작 몰카에 나왔을 때는 성매매 여성들보다 더욱 과감하게 섹스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들과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여성들의 차이점이 뭐겠는가. 단지 찍혔느냐, 찍히지 않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물론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라고 강변했다.

심지어 부부끼리 몰카를 찍는 경우도 있다. 남편이 몰래 아내가 화장실에 가거나 혹은 샤워 중이거나 또는 섹스할 당시의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유출시키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

부부는 가장 은밀한 사생활까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남편은 ‘강도 높은 몰카’를 찍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내는 이러한 일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몰카족 일부 남성들
사진 인터넷 올리기도

부부사이의 이런 몰카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내의 벗은 모습을 자주 찍는다는 한 남성은 “사실 결혼하면 아내라는 여성은 성적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내에게서 아직도 성적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나쁜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실제 아내 몰카를 찍는 남성들은 비슷한 논리의 얘기를 한다. ‘차라리 다른 여자에게 흑심을 품으면서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아내에게 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말은 논리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 아내에게서 아직도 사랑을 느끼는 것과 그것을 성적인 대상물로 만들어 외부에 유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이트클럽에서 원나잇스탠드를 하면서도 이런 몰카의 문제가 발생한다. 대개의 원나잇스탠드의 경우 술을 많이 마시고 함께 모텔에 가기 때문에 남성이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여성은 알아차리기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이들 남성은 일부 ‘인증샷’이라는 이름의 ‘증거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다. 그러한 사진들에게는 대개 만취한 여성들의 모습들이 적나라한 성기노출과 함께 찍혀 있다.

당사자들로서는 치욕스러운 일이겠지만 정작 자신들은 술에 취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아는 것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한 일부 남성들 역시 이런 사진들을 무기로 상대 여성을 협박, 지속적인 성관계를 맺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몰카는 관음증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을 방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많은 몰카들을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건강한 성의식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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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