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정심정행 정치인' 정갑윤 신임 국회부의장

"정치는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어"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엄중한 시기, 19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어갈 국회의장단이 새롭게 선출됐다.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 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석현 부의장이 그 주인공이다. 국회가 본연의 역할인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요즈음, 이들은 후반기 국회를 이끌어갈 책임자로서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는 새롭게 취임한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차례로 만나 향후 국회운영에 대한 구상을 직접 들어볼 예정이다. 지난호(961호)에 정의화 의장을 만난 데 이어 이번호에는 정갑윤 신임 부의장을 만나봤다.

정갑윤 신임 국회부의장은 1991년 경남도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200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울산 중구에서 내리 4선 의원을 지내며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을 펼쳐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그는 세월호 참사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경쟁자 간 잡음이 날 것을 우려해 원내대표를 포기했다고 한다. 대신 국회부의장으로 방향을 틀어 지난달 30일 당당히 여당 몫 국회부의장에 선출됐다.

정치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비리에 연루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사회적·도덕적 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는 '깨끗한 정치인'의 표본인 정 부의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소통과 친밀감'의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해 모범적 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비리와 실망으로 얼룩진 요즘 사회에 필요한 '정심정행(正心正行)'을 국회 내에서 자리 잡게 해 모든 국회의원들이 바른 마음과 행동으로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에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역대 국회부의장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감사합니다. 저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소통의 정치'를 해왔습니다. 여당 부의장은 국회의장의 당적보유가 금지된 상황에서 야당과의 소통과 중재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2011년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던 시절, 결산안은 정기국회 전 결산심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국회법이 2003년 개정된 이후 9년 만에 법정기한을 지켰습니다.

특히 예산안은 당시 '박근혜표 민생예산'을 대폭 증액시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면서도 2007년 이후 5년 만에 여야 합의에 의한 예산안 처리를 이끌어 냈습니다. 여야를 아우르는 '소통과 친밀감'의 정치력을 발휘해 모범적 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앞으로 2년 간 국회부의장으로 함께 활동할 야당 몫 이석현 부의장에 대한 평가와 함께 바라는 점을 말씀해주신다면?
▲ 이석현 부의장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치를 해온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오랜 의정활동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소통과 화합을 보여주며 대립과 갈등을 조정해 발전적 결과를 이끌어 오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국민을 우선하고 섬기는 성숙한 국회'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여야 간 소통과 중재자 역할을 함께 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 후반기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들로 어떤 것들을 꼽고 계시는지요?
▲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도 선언했듯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 개조를 이룩하기 위해 국회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자행되어 온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를 뿌리 뽑고 이른바 '김영란법'과 '유병언법' 등 후속적인 조치를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해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국회차원의 논의와 처리가 시급한 현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일하는 국회, 열린 국회를 위해 상시국회로 가는 초석을 다져야 할 것이며 여야 간 소통과 타협을 위해 상시협의체를 구성해야 할 것입니다.

"여당 부의장 역할은 야당과의 소통과 중재"
"'소통과 친밀감'으로 모범적 국회 만들 것"

-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 국민들은 '제발 싸우지 말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요구로 우리는 지난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국회를 쇄신하고자 노력하기도 했지요. 그 결과 국회에서 거친 몸싸움은 사라졌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아직 성에 차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회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당리당략에 매몰된 '불통의 정치'를 이어간 것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이유라 생각합니다.


- 국회가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 국회가 좀 더 성숙한 정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여야 간 소통과 타협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이 참여하는 '상임위갈등조정회'를 정례화해 서로 간의 이해의 폭을 줄여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 현재 국회의 가장 큰 이슈는 세월호 국정조사입니다. 하지만 기관보고 시기, 자료제출 범위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을 거듭하며 국정조사가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 여야는 세월호 국정조사의 기관보고 시기를 두고 '월드컵은 피해야 한다' '보궐선거와 겹쳐서는 안 된다' 등의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월호 국정조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어야 할 부분은 유가족들의 심정일 것입니다. 유가족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번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기를 원하고 관련자들이 마땅한 책임을 질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월드컵 이후에 기관보고를 시작하는 것은 보궐선거도 있겠지만, 월드컵 기간인 1개월 동안 국회가 일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습니다. 세월호 국정조사를 하루라도 빨리 실시해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고, 시정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언급하신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으신지요?
▲ 저 역시 어떠한 방법이든지 국회선진화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폭력국회'의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마련된 '국회선진화법'이 오히려 '공전국회' '식물국회'라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법안의 처리에 있어 국민이 우선되지 않고 당리당략이 우선되었으며, 정당 간의 대화와 소통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이전보다 더 많은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하지만, 여야가 의견을 대립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반대로 통과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의결 과정에서 일방적이거나 폭력적인 부분을 개선하고 충분한 소통과 타협을 통해 의결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정 의장께선 '상시 국회'를 열겠다고 하셨습니다.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 시대가 변화하고, 사회가 발전하며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매년 수천 개의 법안이 발의되고, 엄청난 액수의 예산이 집행되며, 거의 매일 새로운 현안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회성 국정감사와 예·결산으로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사회 현안에 적절히 대응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상시국회를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잘못을 시정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매번 장관을 부르거나 증인을 세우는 등 비효율적인 지금의 방식과 룰은 지양하고 대화와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불통정치'가 국회불신 원인"
"성숙한 정치 위해 끊임없는 여야 소통·타협 필요"

- 세월호 참사 정국 속에서 열린 6·4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국민들의 현명함에 매우 놀랐으며,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쳐, 여당의 선거 참패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안배를 통한 현명한 선택과 결과를 보여주셨습니다. 이는 집권여당에게는 정국현안을 이끌고 갈 추진력을 남겨주면서 반성과 쇄신을 명령했고, 야당에게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힘을 주면서도 내부 개혁을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 부의장님의 지역구가 있는 울산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시장과 구·군 단체장을 싹쓸이 했습니다. 앞서 19대 총선에서도 울산의 6개 지역구를 새누리당이 싹쓸이 한 바 있어 울산의 보수진영 강세가 날로 강화되는 모양새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울산의 경우 새누리당을 대신할 뚜렷한 대안이 존재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그동안 국민들은 진보정당에 대해 많은 기대와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특히, 울산시민들은 진보정당을 울산 제1야당으로 키워주시는 등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통합진보당 폭력사태와 분열, 2013년 이석기 국가 내란음모사건, 정당해산심판청구 등으로 진보정당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진보정당들은 시대와 사회 흐름에 맞는 가치를 제시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고자 노력했어야 하는데,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6·4교육감선거가 진보의 압승(13곳 당선)으로 끝난 가운데 여권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 이번 교육감선거를 통해 교육감 직선제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진보니 보수니 하며 교육을 정치화시키고 당선에 매몰되어 포퓰리즘이 넘쳐났습니다. 이로 인해 학부모와 아이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선택을 위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였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개(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만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수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선거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포퓰리즘으로 학부모와 아이들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교육은 선거를 통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으로 완성되는 만큼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씀이 있으시다면. 
▲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소통하며 더불어 하는 것입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가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도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가야 실수 없이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여야 간의 소통과 중재역할을 충실히 해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국회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비리와 실망으로 얼룩진 요즘 사회에 필요한 '정심정행(正心正行)'을 국회 내에서 자리 잡아 모든 국회의원들이 바른 마음과 행동으로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국회부의장으로서 국회를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참된 국회' '민주주의 가치가 존중되는 국회'가 되도록 제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carpediem@ilyosisa.co.kr>

 

<정갑윤 국회부의장 프로필>

▲ 경상남도의회 의원
▲ 한국청년회의소 중앙부회장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
▲ 4선 의원(16·17·18·19대)
▲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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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