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아모레퍼시픽 폭풍전야 내막

도대체 얼마나?…과징금 폭탄 투하된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아모레퍼시픽의 상승세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다.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서경배 회장은 납작 엎드려 냉가슴을 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불어 닥친 '외풍'이 심상치 않아서다. 공정위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최대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올 1분기에만 93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757억원과 1229억원으로 각각 25.3%와 35.6% 늘었다. 최근 국내외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한 영향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사업은 올 1분기 국내에선 12%, 해외에선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면세점과 디지털, 해외 사업이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중국에서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88% 증가율을 나타냈다.

매출 증가에도
웃지 못하는 사연

이에 따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지분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국내 최상위 주식부호 순위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 회장의 지분가치 평가액은 3조795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782억원 늘어났다.

현재 서 회장은 아모레G 보통주 444만4362주(55.70%)와 우선주 12만2974주(13.50%),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62만6445주(1072%)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주가 상승분으로만 각각 7907억원, 2875억원을 벌었다.


잔치를 벌여도 모자랄 판에 서 회장은 납작 엎드려 냉가슴을 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아모레퍼시픽이 대리점에 행한 '대리점 쪼개기' '밀어내기' 등의 불공정행위 사건 조사를 마무리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갑의 횡포' 논란은 지난해 6월경 촉발됐다. 진보정의당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은 지난 6월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 을의 피해사례 보고대회'를 열고 '갑의 횡포'를 내놨다. 이들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목표한 영업실적에 도달하지 못한 대리점에 밀어내기로 상품을 강매하고 무상으로 지급해야 할 판촉물도 강제로 구매하도록 했다.

판촉물 강제 구매로 지난 2012년 한 해 각 대리점은 1800만원씩 부담해야 했다. 영업사원의 교육·훈련 비용도 점주가 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을 달성했다고 해도 계약을 해지해 우수 대리점을 직영화하고 영업사원을 다른 대리점에 넘기거나 직영점으로 빼가기도 했다.

실제로 경남 마산의 전직 아모레퍼시픽 특약점 점주였던 서행수씨가 공개한 공문을 보면 회사는 2007년 12월 서씨에게 '경영개선 요청 내용'을 보내 2006∼2007년 매출이 역성장을 했다며 2008년 판매 증대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서씨는 2008년 판매를 5.0% 성장시키기로 했지만 9월까지 2.4%에 그쳤고 회사는 결국 그해 말 거래를 종료했다.

회사는 계약을 해지하면서 서씨와 10년 동안 계약을 맺은 60여명의 카운슬러를 모두 다른 특약점으로 가도록 했다. 서씨와 일하던 카운슬러의 절반은 그해 아모레퍼시픽을 퇴직한 점주가 운영하는 다른 특약점으로 이동했고 나머지도 이듬해 직영점으로 이동했다.

공정위 조사 완료…과징금 수백억 예상
남양유업 123억원 기록 깰까 초미 관심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은 아모레퍼시픽은 상품 강제출고는 물론, 특약점주들에게 무상판촉물의 비용까지 전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산 지역 한 특약점의 '2012년 월별 영업 현황'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해당 특약점의 매출보다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이 넘는 정도의 제품을 강매시켰다.


피해점주들이 내놓은 아모레퍼시픽과 대리점주 단 거래약정서를 보면 ▲제9조(대금결제) 2항 "갑은 수시로 을에게 상품대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을은 이에 따라 지체 없이 변제해야 한다" ▲제15조(판촉물 사용관리) 3항 "갑은 제2항의 무상의 판촉물 제작비용 일부를 을과 사전에 합의하여 을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김 의원 측은 "계약대로라면 '합의를 통해' '비용의 일부'만을 을에게 부담시킬 수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합의 없이' '전액'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측은 "전체 550여개 대리점의 매출과 비교해 해당 점포의 매출이 낮으면 경영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계약을 종료하도록 한다"며 "특히 2003년과 올해 80개 직영점의 영업사원 수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해 영업사원을 빼갔다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7월18일에는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이 "남양유업 같은 막말 녹취록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증폭됐다. '아모레퍼시픽 피해대리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는 5개 정도의 녹취록을 확보해 이를 우 최고위원 측에 전달했다. 협의회 측은 녹취록에 "너무 나서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 "순순히 특약점을 내놓지 않으면 옆에 직영점을 열어서 내놓을 수밖에 없게 만들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취록은 바로 공개되지 않았다. 녹취록에 담긴 막말 수위가 남양유업 사태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 때문에 심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도 "녹취록이 있다면 이미 공개했을 텐데 '갑의 횡포' 물타기만 하고 있다"며 "내부조사 결과 막말직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계약서 무시하고
을에게 전액 부담

아모레퍼시픽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 10월13일 2007년 녹음된 50분 분량의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영업직원은 대리점주에게 "사장님이 철밥통이요? 사업하는 사람이 공무원 됩니까? 능력이 안 되고 성장하지 못하면 나가야지" "니 잘한 게 뭐 있나? 1년 동안 뭐한 거야? 열받지, 열받지?" "나이 마흔 넘어서 이 XX야, (다른 대리점에) 뒤지면 되나, 안 되나?" 등의 폭언이 담겨져 있었다.

이에 대리점주가 '만약 내가 버티면 어떻게 되냐?'라고 묻자 영업직원은 "만약 사장님께서 말 그대로 협조 안 해주시면 물건은 안 나가고 인근에 영업장을 또 내는 거죠"라며 대리점 강탈 과정을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녹음파일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손영철 사장 명의의 '아모레퍼시픽을 사랑해 주시는 고객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해당 사안이 수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저희 직원의 부적절한 언행에 책임을 통감하며, 빠른 시일 내에 진상을 파악하고 피해를 입으신 분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자들에게 보낸 손 사장 명의의 이메일에서도 "불미스러운 일로 아모레퍼시픽을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전했다.

징계 결정 코앞
갑질 대가는?


손 사장은 지난 10월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가 잘못 가르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며 "현재 근무하는 직원이나 관계자라면 불러서 충분히 교육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후 매듭을 짓는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진위 여부가 파악되는 대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와 진보정의당은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행위와 대리점주들에 대한 횡포를 고발하고 아모레퍼시픽 본사와 공정위에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화장품 업계 갑을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위는 지난해 7월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한 8개 화장품 업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직원 8명을 아모레퍼시픽 본사에 급파해 방문판매 대리점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아모레퍼시픽에 대해서만 추가 조사를 벌였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조사는 최근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소회의에 상정하고 조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아모레퍼시픽에 송부한 상태다. 2주 이내 아모레퍼시픽이 의견서를 제출하면 공정위는 심의 기일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공정위 측은 "일단의 소회의에 상정했지만 전원회의 상정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일정상 다음 달에는 전원회의나 소회의에서 시정명령, 과징금, 검찰 고발 등의 시정조치가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에 내려질 징계 수위에 대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 거래행위 사안은 '남양유업 사태'와 유사한 점이 많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욕설 녹취록'과 '밀어내기' 등 불공정 행위로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쪼개기, 밀어내기…남양사태 판박이
검찰에 고발 등 중징계 내려질 전망


남양유업 사태는 지난해 5월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으로 30대 영업직원과 50대 대리점주가 나눈 대화녹취 파일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2010년 녹음된 2분45초 분량의 파일에는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예정됐던 물량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더맡기는 내용이 담겨있다.

음성 파일 속 영업직원은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 하지 말고"라거나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라고 몰아붙였고, 대리점주는 "지난달에도 목표치 넘게 물건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물건 보관할 창고도 없으니 더 이상 받을 수 없겠다"고 읍소했다.

그러자 영업직원은 "차라리 망해라" "죽여 버리겠다" "제품 못 받겠으면 버려라" "개 XX야" "씨XX아" "맞짱 뜨자"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이 2012년 5월부터 최근까지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리점 발주 물량을 부풀리고 명절 떡값 등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대리점주 측은 고발장에서 남양유업이 주문관리 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에서 낸 주문보다 2∼3배 많은 양의 제품을 대리점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밀어내기'를 한다는 것.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 특성상 제품 대부분이 버려졌다.

또 남양유업이 떡값 및 임직원 퇴직위로금과 대형마트 판매 직원의 급여도 대리점에서 내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명절에 떡값 명목의 돈을 각 대리점마다 10만∼30만원씩 착취하고 유통업체 파견직 사원의 임금을 20∼30%만 지급한 채 나머지 임금을 납품 대리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것.

대리점주 측은 이를 거부하면 남양유업 측에서 계약 해지, 보복적 밀어내기, 투자비용의 매몰가능성 등을 이용해 협박과 압력을 가한다고도 주장했다.

남양유업 측은 당초 "불만을 가진 일부 대리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관련의혹을 부인했으나 '폭언 음성파일' 파문으로 남양유업 횡포에 대한 국민 공분이 커지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를 일부 시인했다.

징계 철회·조정
기대 어려울듯

하지만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남양유업은 매출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갑의 횡포'가 사회 전반에 화두로 던져지기도 했다. 식품업계는 물론이고, 주류, 편의점, 화장품, 베이커리 등 유통업계 전반과 자동차 협력업체에서도 갑의 횡포를 고발하고 바로 잡으려는 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123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전현직 임직원을 검찰 고발했다.

남양유업 사태를 전례로 볼 때 아모레퍼시픽의 징계 수위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위반행위와 관계된 매출액과 내용 정도 기간 가중 및 감경 요소 등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얻은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매출(3조8953억원)은 남양유업(1조2298억원)의 3배가 넘고 불공정 행위 사안이 크고 악질적이라는 점에서 더 강한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것. 징계가 철회되거나 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남양유업은 과징금 부과 뒤 "너무 많다"며 이의신청을 냈지만 공정위는 이를 기각한 바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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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