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낯섦 즐기는 서양화가 김상현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을 그립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김상현 작가는 평생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는 이국적인 색채와 상징들이 가득하다. 현실과 꿈의 경계선에 서있는 그림들. 하얀 빙하 위에 불안한 듯 질주를 멈춘 말이 그러하고, 이슬람사원 위에 떠 있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그러하다. 10여년 전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이태원에 자리 잡은 김 작가는 본인을 둘러싼 주변의 '낯섦'을 예술로 전이했다. 완숙한 표현기법으로 주목받는 김 작가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김상현 작가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대학교를 졸업한 후 학원 강사로 활동했다. 김 작가는 창작자라면 누구나 겪는 갈림길에서 원치 않는 현실을 택했다. 개인적인 부침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작가에게는 표현에 대한 가시지 않는 갈망이 있었다. 김 작가는 이상을 좇아 다시 예술가의 길로 돌아왔다.

예술가의 길

"방황했던 시기인 것 같아요. 작가들은 현실적인 부분에서 많이 흔들리잖아요. 돈만 벌어야 하는 현실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어요. 늘 전업작가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요. 비록 뒤늦게라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돼서 참 행복합니다."

김 작가는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사원 인근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불야성을 머금은 화려한 도시 이태원. 그 한켠에 공존하는 옛것 그대로의 감성은 김 작가의 붓에 오롯이 스몄다.

"작품 쪽으로 머리 쓰는 걸 좋아해요. 반면 미술사라든가 공부 쪽에 취미가 있는 건 아니고요. 그래서 우리끼리 만나면 경험주의를 한다고 농을 하는데요. 아카데믹 과정에서는 주로 개념 작업을 했어요. 한국 근현대사를 모티브로 한 설치미술이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차 표현 쪽으로 욕심이 나더라고요. 극사실까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주의 바탕으로 풍경과 동물 접목 
이국적 색채·상징…완숙한 표현기법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적 특성을 소개하면서 '면을 많이 쪼개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한 화면 안에 수많은 공간을 있는 그대로 쌓아올린 그의 그림은 일반 관객이 보기에도 상당히 사실적이다.

"작가들이 고민하는 게 바로 객관성인데요. 그래서인지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 관객들과 더 소통이 잘 되는 기분도 들고 그래요. 최근 제 작업을 보면 이태원 도심에서 유명 건축물, 빙하를 위시한 자연에 이르기까지 풍경의 영역을 점차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림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건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에 대한 얘기였죠."

김 작가의 작업노트를 빌리면 가장 생명력 넘치는 것은 가장 야성적이다. 철학가가 적은 한 문장에서 시작된 고민은 '야성의 근원은 무엇인가'로 옮겨졌다. 김 작가는 야성을 인간 본연의 자유 내지는 순수함으로 봤다.

다양한 계층이 뒤섞인 이태원, 그리고 야성에 가장 근접한 이미지로 차용된 말. 서로 다른 상징은 한 화면에 섞여 또 다른 낯섦을 만든다. 김 작가는 작품 속 말이 "현실과 사회질서에 길들여져 야성을 잃고 사는 나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낯선 풍경

"당분간은 작품 속에 여러 종류의 말을 등장시킬까 해요. 어찌 보면 제 스스로 가둬놨던 야성을 말을 통해 표출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1년에 한 번은 전시를 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현재로선 즐기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술은 결국 비주얼인 만큼 좋은 그림으로 우리가 쉽게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angeli@ilyosisa.co.kr>

 

<김상현 작가는?>

▲경희대학교 졸업 동대학원 회화과 수료
▲2014 단원미술대전 입상전 등 그룹전 다수
▲2013 경민현대미술관 입주작가
▲2014 개인전 낯선풍경(갤러리192,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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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