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유족 두 번 울리는 '세월호 국조특위' 막후

바다 밑에 세월호 두고 탁상 앞에서 허송세월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300여명의 생명이 어이없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국정조사가 지난 2일 9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정조사계획서 채택 단계에서부터 여야 간 갈등을 빚었던 국조특위가 첫 일정부터 파행 운영되는 등 향후에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조의 대미를 장식할 청문회 증인, 참고인 채택을 놓고도 여야 간 이견이 커 향후 국조특위 활동이 순조롭게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 세월호국정조사는 세월호 참사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방 방지책 마련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지난달 29일 극적으로 국정조사계획서 채택에 합의하며 국조특위가 9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하지만 특위는 시작과 동시에 잇달아 불협화음을 내며 순탄치 않은 국조를 예고하고 있다.

국조 시작부터
여야 불협화음

지난달 29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국조계획서가 재석의원 226명 가운데 찬성 224명, 기권 2명의 압도적 찬성률로 통과됐다. 기권한 2명은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으로, 유 의원의 경우에는 기기 오작동으로 찬성표가 잘못 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조특위 위원장은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맡게 됐으며 여야 간사에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이 각각 선임됐다. 특위위원 구성은 새누리당 9명(심재철·조원진·권성동·경대수·김명연·윤재옥·이완영·신의진·이재영 의원), 새정치연합 8명(김현미·우원식·민홍철·박민수·부좌현·김광진·김현·최민희 의원), 정의당 1명(정진후 의원)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국조기간은 총 90일이며 대미를 장식할 청문회는 8월4~8일 닷새간 실시하기로 했다. 다만 여야가 합의한 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에는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조계획서에 증인 채택, 청와대 기관보고 공개 여부 등에 대한 여야의 갈등 소지를 남겨 놓아 자칫 정쟁만 벌이다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국조계획서 채택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인 포함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사대상기관에 '청와대 비서실'을 적시하고, '기관보고는 각 기관의 장이 보고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으로 합의해 향후 여야의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그간 여당은 관련법 조항이 없다는 점과 더불어 역대 국조에서 계획서에 미리 증인 명단을 구체적으로 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증인 명시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반면 야당은 '핵심 증인'으로 꼽고 있는 김 실장의 이름을 적시할 것을 요구하며 맞섰으나 결국 한 발짝씩 양보해 이 같은 절충안이 마련된 것이다. 

여야, 국조특위계획서 채택부터 기싸움 팽팽
특위 가동 첫날부터 팽목항 '반쪽 방문' 엇박자

이에 따라 야당이 반드시 국조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는 김 실장의 경우 증인 채택 여부가 불투해졌다. 청와대 비서진의 대규모 개편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김 실장이 국조 기관보고 이전에 물러나면 후임 비서실장이 기관보고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또 김 실장의 청문회 증인 출석 여부는 '여야는 각자가 요구하는 증인과 참고인은 협의를 거쳐 반드시 채택하기로 한다'고 적시해 추후 여야의 '협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김 실장이 기관보고 전에 사퇴하면 그의 출석 의무가 사라진다"며 "김 실장이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준 합의"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야당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KBS 길환영 사장, 김시곤 전 보도국장 등의 출석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여당이 이들 모두의 증인 채택에 동의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앞서 민간인사찰국조특위와 국정원국조특위 등도 증인채택과 관련한 여야 간 갈등으로 장기간 공전한 전례도 있다. 때문에 세월호국조가 순탄하게 진행될지 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조 대장정
곳곳 지뢰밭

청와대 기관보고 '공개 여부'를 놓고도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여야는 국조계획서에 '국정조사 청문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국정원 및 위원회가 결정하는 기관은 비공개'라고 예외를 뒀다. '및'이라는 단어를 통해 국정원이 아닌 다른 기관이 비공개 기관보고 기관으로 추가될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공개 원칙'에 따라 청와대 기관보고 공개를 강력히 요구할 전망이지만, 여당은 비공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또 90일간의 조사가 끝난 후 야당은 기간 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당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조사대상과 관련해서도 국조계획서에는 일단 세월호 침몰 원인과 대규모 피해 발생원인, 정부 대응 적절성, 후속대책, 언론의 보도 적절성, 청해진해운의 불법행위 등을 적시했으나 추후 여야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야당은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점을 집중 추궁하면서 청와대 보고과정 등에서 문제점이 없었는지에 집중할 전망이다. 반면 여당은 유병언 일가 및 청해진해운 관련자들의 불법행위,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의 탈출경위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여야가 정쟁만 되풀이하고 제대로 된 국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첫날 '반쪽 방문'
여야 진실 공방

당장 국조 첫 일정인 지난 2일 진도 팽목항 방문도 야당만 방문하는 '반쪽 방문'으로 이뤄지며 출발부터 '삐걱’댔다. 당초 특위 여야 위원들은 이날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과 생존·실종자 가족들과 만나 이들을 위로하고 본격적인 특위활동에 앞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심재철 위원장과 조원진 간사 등 일부 여당 특위위원들은 출발 직전 용산역에 나와 야당 특위 위원들에게 불참을 통보해 야당 특위 위원들만 현장으로 가게 됐다. 불참 사유에 대해 심 위원장은 "현지에서 가족들이 우리가 오는 것을 원하지 않아 가지 않았다"며 "출발일 당일 새벽 0시30분께 현지에서 이같이 결정돼 연락이 왔는데 밤중이라 너무 늦어 (야당) 특위위원들에게 연락을 못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 특위위원들은 보도자료를 내고 "어제 아침 심 위원장이 범정부대책본부 측에 연락해 '의원들 일정이 많으니 5일로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김현미 간사에게도 '진도 현장 가족들 요청에 따라 5일로 연기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간사가 유족대표 측에 확인한 뒤 심 위원장에게 '유족 측 입장에 변함이 없다, 예정대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며 "그런데 자정께 위원장이 야당과 협의도 없이 희생자가족 측과 조율한 뒤 일정을 취소하기로 하고 이를 용산역 집결 직전까지 야당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시야에서 진도 모습을 감추려는 의도적 결정"이라며 "향후에도 특위가 일방적으로 결정, 운영돼 진실규명에 난항을 겪게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증인채택, 조사대상 등 놓고도 곳곳 지뢰밭
더 꼬여만 가는 국조특위…정쟁만 하다 끝내나?

야권 핵심관계자도 "세월호를 잊고 싶은 새누리당이 벌써부터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조 일정이 시작된 첫날부터 여야가 엇갈린 행보를 보인데 이어 '반쪽 방문'을 놓고 진실공방까지 벌인 것이다.

이에 대해 실종자가족들은 정치권의 진상규명 의지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한 실종자 관계자는 진도를 방문한 야당 특위위원들을 향해 "날짜 하나 못 맞추면서 실종자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그냥 왔다가 인사치레만 하고 가지 말고 여야가 함께 내려와 며칠이 됐든 우리 얘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구조해낼 건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라"고 성토했다.

정부 불신
국회도 불신

심지어 여야 특위위원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49재가 열린 이튿날에도 엇갈린 행보를 이어갔다. 여당 특위위원들은 이날 오후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49재에 참석했고, 야당 특위위원들은 전날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유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세월호 피해자가족들이 2박3일간 국회에서 농성까지 하며 국조를 요구했던 것은 정부가 참사를 키운 당사자로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그나마 국회밖에 기댈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국조 시작부터 여야가 파열음을 내며 희생자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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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