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보고 ‘민통선’ 100배 즐기기 ②강원 철원

임꺽정이 호령하던 한탄강 비경에 취하다

민통선 10경 가운데 하나인 철원 고석정은 의적 임꺽정의 활동 무대였다. 고석정과 한탄강 일대에 은신하다가 탐관오리를 응징하고, 고관대작의 재물을 훔쳐 백성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꺽지로 변신해 물속을 누비기도 했다는 전설이 어쩐지 고석정의 비경과 잘 어울린다. 고석정은 한탄강 최고의 명소이자, 철의삼각전적지 안보 견학의 시작점이다. 문화해설사와 동행하여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면 철원평화전망대와 철원두루미관, 월정리역 등을 둘러볼 수 있다. 60여년 만에 개방된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은 걷는 재미가 쏠쏠하고, 남북이 반씩 만든 승일교 아래로 빨간 래프팅 보트가 지나간다. 한탄강 물길이 빚은 송대소, 직탕폭포, 순담계곡 등도 아름답다. 강줄기를 따라 동쪽으로는 걷기 좋은 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가, 서쪽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한여울길이 조성되었다.

 

의적 임꺽정의 활동무대 철원 고석정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60여년 만에 개방

한탄강은 은하수한(漢)자에 여울탄(灘)자를 써서 우리말로 ‘큰여울’이라는 뜻이다. 200만~1만 년 전 10여 차례 이어진 오리산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철원 일대를 평평하게 뒤덮었다. 용암이 굳어진 현무암 사이로 물이 스며들면서 틈이 커지고, 거기에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게 한탄강이다. 빠른 물살에 바위가 깎이고 파여 좁고 깊은 협곡과 주상절리, 수직 절벽 등이 형성됐다.

현무암 협곡 작품
한탄강 절경

 

현무암 협곡이 만들어낸 한탄강 최고의 절경은 고석정이다. 한쪽은 현무암 절벽이고 반대편은 화강암 절벽인데, 두 암석이 깎이는 정도가 달라 지금 같은 절경이 탄생했다. 강 가운데 우뚝 선 높이 10여m 바위와 거기 붙어 자라는 소나무 군락, 주변의 현무암 계곡을 통틀어 고석정이라 부른다. 독특한 풍광은 예부터 이름이 나서 신라 진평왕 때 고석바위 맞은편에 2층 누각의 정자를 지었다고 하며, 이후에도 숱한 시인 묵객이 다녀갔다.
조선시대에는 의적 임꺽정이 고석정 일대를 근거지로 활동했다. 건너편 산등성이를 따라 석성을 쌓고 자연 동굴에 은신했다고 한다. 임꺽정은 때로 변신술을 부렸는데, 관군이 몰려오면 ‘꺽지’로 변해 물속에 숨었다. 그 모습을 보고 ‘꺽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고석정 입구에 바위를 부러뜨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임꺽정 동상이 있다. 고석정은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바깥에 있지만, 민통선에서 가까운 곳이라 민통선 10경 가운데 6경으로 선정됐다. 물이 많을 때는 아래쪽 바위가 잠겨 바위섬이 되기도 한다. 바위 옆으로는 물살에 밀려온 모래가 쌓여 사구를 이룬다. 이곳을 배경으로 〈선덕여왕〉을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다.
고석정을 좀 더 생동감 있게 즐기려면 유람보트를 이용할 것. 상류와 하류를 오가며 고석정 주변의 기암괴석을 샅샅이 훑어볼 수 있다. 강물에 섞인 돌 때문에 절벽이 둥그렇게 파인 포트홀, 돼지코 바위, 바위에 붙어 자라는 돌단풍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둥글게 혹은 계단처럼 깎인 화강암과 공기가 빠져나간 흔적이 크고 작은 구멍으로 남은 현무암이 재미난 모양을 하고 있다. 제주도 현무암이 화산재인 것과 달리 철원은 용암이 바로 굳은 것이라 훨씬 무겁고, 철성분이 포함되어 불그스름한 빛깔을 띤다.
한탄강이 일군 절경은 고석정뿐만 아니다. 송대소, 마당바위, 직탕폭포, 순담계곡 등 명소가 즐비하고, 강을 따라 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와 철원 한여울길도 조성되었다. 

 

송대소는 거친 강물이 주상절리 절벽을 치고 S자로 흐르면서 한쪽은 수직 절벽, 맞은편엔 모래가 쌓여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한여울길 엄태웅 광장에 송대소 전망대가 있다. 마당바위는 현무암이 모두 깎여 그 아래 있던 넓은 화강암이 드러나 형성된 것이다.
송대소에서 좀더 올라가면 다리 상판에 번지점프대가 설치된 태봉대교가 나온다. 태봉대교에서 굽어보이는 지점에 직탕폭포가 있다. 폭 80m인 강 전체가 폭포로 떨어지는 모습이 규모가 작은 나이아가라폭포를 보는 듯하다. 여름철 수량이 많을 때면 강폭과 같은 폭포를 볼 수 있고, 갈수기엔 강바닥의 주상절리가 선명하다. 

 

고석정에서 하류로 조금 내려간 지점에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순담계곡은 래프팅의 명소다. 주말이면 협곡 사이를 빠르게 래프팅하며 지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변을 따라 승일교~송대소~직탕폭포~칠만암에 이르는 코스를 철원 한여울길이라 하고, 강 동편으로 승일교~태봉대교 구간을 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라 한다. 한여울길은 자전거로 갈 수 있는 평탄한 길이고, 곳곳에 펜션과 식당이 자리해 접근도 쉽다. 도보 여행자를 위한 생태순환탐방로는 산자락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이 많아 완주하려면 족히 두 시간은 걸린다. 

 


한탄강 위에 걸린 승일교는 1948년 북한이 공사를 시작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중단되었다가 남한에서 완성한 다리다. 현재 승일교는 도보로 건널 수 있으며, 차량은 옆 한탄대교로 운행한다. 한탄대교 옆에 도로확장을 위해 다리 하나가 완공 단계에 이르렀는데, 승일교와 비슷한 디자인이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민통선 관광의 메카 철원의 명소는 민통선 안쪽에 가득하다. 민통선 내부 관광은 문화해설사와 동행해야 가능하므로 여행 전에 예약하거나, 고석정 주차장에 있는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에서 하루 4회 진행하는 안보 투어(매주 화요일, 신정, 설날·추석 연휴, 어린이날 쉼)에 참가한다.

철원의 명소
민통선 안쪽에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철원평화전망대는 DMZ는 물론, 북한 선전마을과 평강고원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궁예가 송악에서 철원으로 천도해 만든 궁예도성 터 역시 DMZ에 위치한다. 겨울에도 얼지 않아 두루미 같은 철새들이 날아드는 철원 철새 도래지(천연기념물 245호), 철원의 동물을 박제해서 보여주는 철원두루미관, 경원선의 최북단 지점인 월정리역, DMZ평화문화광장, 일제강점기에 번성한 근대 건축물도 민통선 안에 있다. 전쟁으로 일부만 남은 철원 얼음창고(등록문화재 24호), 철원 농산물검사소(등록문화재 25호), 구 철원 제2금융조합 건물 터(등록문화재 137호) 등은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민통선을 나오기 직전에 보이는 왜가리 서식지는 철원군청 옛터다. 

 

해발 362m 소이산은 노동당사 맞은편에 있는 아담한 산이다. 지뢰밭과 민통선으로 60년 가까이 방치됐다가 최근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이 마련되었다. 지뢰꽃길(1.3km), 생태숲길(2.7km), 봉수대오름길(0.8km)이 있으며, 고려 시대 봉수대가 있던 전망대에 오르면 철원평야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이외에 노동당사, 금강산 가던 철길, 삼부연 폭포 등도 볼 만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DMZ 생태 탐방 : 고석정→송대소→철원평화전망대→월정리역→왜가리 서식지→노동당사→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승일교→순담계곡→삼부연폭포
· 한탄강 생태 문화 탐방 : 고석정→송대소→직탕폭포→태봉대교→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승일교→순담계곡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고석정→송대소→철원평화전망대→철원두루미관→월정리역→근대 문화유산(철원 얼음창고, 농산물검사소 등)→왜가리 서식지→직탕폭포→승일교&한탄대교(숙박)
· 둘째 날 : 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태봉대교→순담계곡→삼부연폭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철원군 관광문화 http://tour.cwg.go.kr
·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 http://hantan.cwg.go.kr


문의 전화
· 철원군청 관광문화과 033)450-5255
·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 033)450-5558~9

대중교통 정보
기차>
동두천-백마고지 : 하루 11회(05:45~21:45) 운행, 약 55분 소요.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버스> 서울-동송읍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3회(06:20~21:00)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정보

서울외곽순환도로→퇴계원 IC→퇴계원·일동 방면→금강로→일동사거리에서 포천 방면 좌회전→신영일로→일동터널→호국로→군탄사거리에서 고석정 방면 좌회전→갈말로→태봉로→한탄대교→고석정 주차장


숙박 정보
· 썬레저텔 : 동송읍 태봉로, 033)456-2120, www.썬레저텔.com
· 한탄리버스파호텔 : 동송읍 태봉로, 033)455-1234, www.hantanhotel.co.kr
· 승일펜션 : 갈말읍 태봉로, 033)452-1949, www.si-pension.co.kr
· 새바라기펜션 : 동송읍 태봉대교길, 033)455-8365, www.saebaragi.co.kr


식당 정보
· 폭포가든 : 민물매운탕, 동송읍 직탕길, 033)455-3546
· 대득봉 : 오대두릅밥, 갈말읍 텃골1길, 033)452-2915(예약제)
· 궁예도성 : 도봉산갈비, 동송읍 창동로, 033)455-1944
· 운정가든 : 한우생갈비, 동송읍 이평로, 033)455-8533


주변 볼거리
도피안사, 담터계곡, 매월대폭포, 토교저수지, 제2땅굴 등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