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보고 ‘민통선’ 100배 즐기기 ②강원 철원

임꺽정이 호령하던 한탄강 비경에 취하다

민통선 10경 가운데 하나인 철원 고석정은 의적 임꺽정의 활동 무대였다. 고석정과 한탄강 일대에 은신하다가 탐관오리를 응징하고, 고관대작의 재물을 훔쳐 백성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꺽지로 변신해 물속을 누비기도 했다는 전설이 어쩐지 고석정의 비경과 잘 어울린다. 고석정은 한탄강 최고의 명소이자, 철의삼각전적지 안보 견학의 시작점이다. 문화해설사와 동행하여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면 철원평화전망대와 철원두루미관, 월정리역 등을 둘러볼 수 있다. 60여년 만에 개방된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은 걷는 재미가 쏠쏠하고, 남북이 반씩 만든 승일교 아래로 빨간 래프팅 보트가 지나간다. 한탄강 물길이 빚은 송대소, 직탕폭포, 순담계곡 등도 아름답다. 강줄기를 따라 동쪽으로는 걷기 좋은 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가, 서쪽으로는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한여울길이 조성되었다.

 

의적 임꺽정의 활동무대 철원 고석정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60여년 만에 개방

한탄강은 은하수한(漢)자에 여울탄(灘)자를 써서 우리말로 ‘큰여울’이라는 뜻이다. 200만~1만 년 전 10여 차례 이어진 오리산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철원 일대를 평평하게 뒤덮었다. 용암이 굳어진 현무암 사이로 물이 스며들면서 틈이 커지고, 거기에 강물이 굽이쳐 흐르는 게 한탄강이다. 빠른 물살에 바위가 깎이고 파여 좁고 깊은 협곡과 주상절리, 수직 절벽 등이 형성됐다.

현무암 협곡 작품
한탄강 절경

 

현무암 협곡이 만들어낸 한탄강 최고의 절경은 고석정이다. 한쪽은 현무암 절벽이고 반대편은 화강암 절벽인데, 두 암석이 깎이는 정도가 달라 지금 같은 절경이 탄생했다. 강 가운데 우뚝 선 높이 10여m 바위와 거기 붙어 자라는 소나무 군락, 주변의 현무암 계곡을 통틀어 고석정이라 부른다. 독특한 풍광은 예부터 이름이 나서 신라 진평왕 때 고석바위 맞은편에 2층 누각의 정자를 지었다고 하며, 이후에도 숱한 시인 묵객이 다녀갔다.
조선시대에는 의적 임꺽정이 고석정 일대를 근거지로 활동했다. 건너편 산등성이를 따라 석성을 쌓고 자연 동굴에 은신했다고 한다. 임꺽정은 때로 변신술을 부렸는데, 관군이 몰려오면 ‘꺽지’로 변해 물속에 숨었다. 그 모습을 보고 ‘꺽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고석정 입구에 바위를 부러뜨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임꺽정 동상이 있다. 고석정은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바깥에 있지만, 민통선에서 가까운 곳이라 민통선 10경 가운데 6경으로 선정됐다. 물이 많을 때는 아래쪽 바위가 잠겨 바위섬이 되기도 한다. 바위 옆으로는 물살에 밀려온 모래가 쌓여 사구를 이룬다. 이곳을 배경으로 〈선덕여왕〉을 비롯해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다.
고석정을 좀 더 생동감 있게 즐기려면 유람보트를 이용할 것. 상류와 하류를 오가며 고석정 주변의 기암괴석을 샅샅이 훑어볼 수 있다. 강물에 섞인 돌 때문에 절벽이 둥그렇게 파인 포트홀, 돼지코 바위, 바위에 붙어 자라는 돌단풍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둥글게 혹은 계단처럼 깎인 화강암과 공기가 빠져나간 흔적이 크고 작은 구멍으로 남은 현무암이 재미난 모양을 하고 있다. 제주도 현무암이 화산재인 것과 달리 철원은 용암이 바로 굳은 것이라 훨씬 무겁고, 철성분이 포함되어 불그스름한 빛깔을 띤다.
한탄강이 일군 절경은 고석정뿐만 아니다. 송대소, 마당바위, 직탕폭포, 순담계곡 등 명소가 즐비하고, 강을 따라 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와 철원 한여울길도 조성되었다. 

 

송대소는 거친 강물이 주상절리 절벽을 치고 S자로 흐르면서 한쪽은 수직 절벽, 맞은편엔 모래가 쌓여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한여울길 엄태웅 광장에 송대소 전망대가 있다. 마당바위는 현무암이 모두 깎여 그 아래 있던 넓은 화강암이 드러나 형성된 것이다.
송대소에서 좀더 올라가면 다리 상판에 번지점프대가 설치된 태봉대교가 나온다. 태봉대교에서 굽어보이는 지점에 직탕폭포가 있다. 폭 80m인 강 전체가 폭포로 떨어지는 모습이 규모가 작은 나이아가라폭포를 보는 듯하다. 여름철 수량이 많을 때면 강폭과 같은 폭포를 볼 수 있고, 갈수기엔 강바닥의 주상절리가 선명하다. 

 

고석정에서 하류로 조금 내려간 지점에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순담계곡은 래프팅의 명소다. 주말이면 협곡 사이를 빠르게 래프팅하며 지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변을 따라 승일교~송대소~직탕폭포~칠만암에 이르는 코스를 철원 한여울길이라 하고, 강 동편으로 승일교~태봉대교 구간을 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라 한다. 한여울길은 자전거로 갈 수 있는 평탄한 길이고, 곳곳에 펜션과 식당이 자리해 접근도 쉽다. 도보 여행자를 위한 생태순환탐방로는 산자락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이 많아 완주하려면 족히 두 시간은 걸린다. 

 


한탄강 위에 걸린 승일교는 1948년 북한이 공사를 시작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중단되었다가 남한에서 완성한 다리다. 현재 승일교는 도보로 건널 수 있으며, 차량은 옆 한탄대교로 운행한다. 한탄대교 옆에 도로확장을 위해 다리 하나가 완공 단계에 이르렀는데, 승일교와 비슷한 디자인이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민통선 관광의 메카 철원의 명소는 민통선 안쪽에 가득하다. 민통선 내부 관광은 문화해설사와 동행해야 가능하므로 여행 전에 예약하거나, 고석정 주차장에 있는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에서 하루 4회 진행하는 안보 투어(매주 화요일, 신정, 설날·추석 연휴, 어린이날 쉼)에 참가한다.

철원의 명소
민통선 안쪽에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철원평화전망대는 DMZ는 물론, 북한 선전마을과 평강고원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궁예가 송악에서 철원으로 천도해 만든 궁예도성 터 역시 DMZ에 위치한다. 겨울에도 얼지 않아 두루미 같은 철새들이 날아드는 철원 철새 도래지(천연기념물 245호), 철원의 동물을 박제해서 보여주는 철원두루미관, 경원선의 최북단 지점인 월정리역, DMZ평화문화광장, 일제강점기에 번성한 근대 건축물도 민통선 안에 있다. 전쟁으로 일부만 남은 철원 얼음창고(등록문화재 24호), 철원 농산물검사소(등록문화재 25호), 구 철원 제2금융조합 건물 터(등록문화재 137호) 등은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민통선을 나오기 직전에 보이는 왜가리 서식지는 철원군청 옛터다. 

 

해발 362m 소이산은 노동당사 맞은편에 있는 아담한 산이다. 지뢰밭과 민통선으로 60년 가까이 방치됐다가 최근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이 마련되었다. 지뢰꽃길(1.3km), 생태숲길(2.7km), 봉수대오름길(0.8km)이 있으며, 고려 시대 봉수대가 있던 전망대에 오르면 철원평야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이외에 노동당사, 금강산 가던 철길, 삼부연 폭포 등도 볼 만하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DMZ 생태 탐방 : 고석정→송대소→철원평화전망대→월정리역→왜가리 서식지→노동당사→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승일교→순담계곡→삼부연폭포
· 한탄강 생태 문화 탐방 : 고석정→송대소→직탕폭포→태봉대교→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승일교→순담계곡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고석정→송대소→철원평화전망대→철원두루미관→월정리역→근대 문화유산(철원 얼음창고, 농산물검사소 등)→왜가리 서식지→직탕폭포→승일교&한탄대교(숙박)
· 둘째 날 : 한탄강 생태순환탐방로→태봉대교→순담계곡→삼부연폭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철원군 관광문화 http://tour.cwg.go.kr
·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 http://hantan.cwg.go.kr


문의 전화
· 철원군청 관광문화과 033)450-5255
·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 033)450-5558~9

대중교통 정보
기차>
동두천-백마고지 : 하루 11회(05:45~21:45) 운행, 약 55분 소요.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버스> 서울-동송읍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3회(06:20~21:00)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정보

서울외곽순환도로→퇴계원 IC→퇴계원·일동 방면→금강로→일동사거리에서 포천 방면 좌회전→신영일로→일동터널→호국로→군탄사거리에서 고석정 방면 좌회전→갈말로→태봉로→한탄대교→고석정 주차장


숙박 정보
· 썬레저텔 : 동송읍 태봉로, 033)456-2120, www.썬레저텔.com
· 한탄리버스파호텔 : 동송읍 태봉로, 033)455-1234, www.hantanhotel.co.kr
· 승일펜션 : 갈말읍 태봉로, 033)452-1949, www.si-pension.co.kr
· 새바라기펜션 : 동송읍 태봉대교길, 033)455-8365, www.saebaragi.co.kr


식당 정보
· 폭포가든 : 민물매운탕, 동송읍 직탕길, 033)455-3546
· 대득봉 : 오대두릅밥, 갈말읍 텃골1길, 033)452-2915(예약제)
· 궁예도성 : 도봉산갈비, 동송읍 창동로, 033)455-1944
· 운정가든 : 한우생갈비, 동송읍 이평로, 033)455-8533


주변 볼거리
도피안사, 담터계곡, 매월대폭포, 토교저수지, 제2땅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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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