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검풍 덮친 삼표그룹 막전막후

'철피아' 검은 커넥션 "끝까지 턴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은 '관피아' 척결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첫 번째 타깃은 '철피아.' 지난 30년 동안 철도분야에서 성장한 삼표그룹이 수사 대상 1호로 지목됐다. 철도 부품 납품 관련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 압수수색에 총수 일가 출국금지까지 내려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가 삼표그룹을 덮쳤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민관 유착 고리가 노출됐다. 검찰은 오랜 기간 쌓여온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달 21일에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고검 및 지검 검사장 22명이 참석한 검사장회의를 열어 민관유착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검찰은 '관피아'(관료+마피아) 관행을 척결하기 위해 전국 18개 검찰청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특히 기업 범죄와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하며 대검 중앙수사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특별수사부와 금융조제조사부 등 3개 부서가 민관유착 비리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다른 지역 검찰청도 실정에 맞는 특별수사본부에서 관할기관과 단체의 관피아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적폐 청산 위해
팔 걷어붙인 검찰

특별수사본부 구성 일주일만에 척결 대상 1순위로 '철피아'(철도+마피아)가 지목됐다. 검찰이 철피아를 정조준 한 것은 2011년 2월 KTX광명역 탈선사고 이후 철도와 지하철에서 대규모 인명피해 전조 증상이 여러 차례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사고 원인은 '레일체결장치' 불량이었다. 레일체결장치는 열차 하중을 분산하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철도와 침목을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지난해 신분당선에서 400여 개가 파손된 채 발견된 것도 레일체결장치였다.

검찰은 이날 독일 보슬러에서 레일체결장치를 수입, 납품하는 ㈜에이브이티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에이브이티는 호남고속철도 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제출한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는 게 드러나 지난해 국회에서 논란이 된 회사다. 검찰은 시험성적서 위조가 밝혀졌음에도 에이브이티가 납품업체로 선정된 경위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업체는 따로 있다. 국내 철도궤도용품 시장의 '큰 손'인 삼표그룹이다. 삼표그룹은 국내 철도궤도 공사 시공능력 1위인 삼표이앤씨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1980년부터 철도용품을 제작하기 시작해 침목, 레일체결장치, 레일, 분기기 등 철도 관련 핵심 부품들을 만들고 있다. 전체 철도궤도용품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철도궤도 업체다.

검찰은 삼표이앤씨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임직원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검찰은 삼표 측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납품비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담합의혹도 있다. 검찰은 호남 고속철도 궤도공사 업체로 2012년 7월 삼표이앤씨와 궤도공영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가격을 미리 조율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입찰은 오송~익산(1공구), 익산~광주송정(2공구) 구간으로 나눠 진행됐다.

1공구는 예정가격의 89.03%인 1316억원을 적어낸 궤도공영 컨소시엄(궤도공영·대륙철도·삼동랜드·포스코엔지니어링)이 따냈으며 2공구는 예정가격의 89.48%인 1716억6490만원을 써 낸 삼표이앤씨 컨소시엄(삼표이앤씨·삼표건설·화성궤도·천운궤도)이 공사를 수주했다.

이들은 1단계 저가 심사를 통과한 뒤 2단계 저가 심사를 생략하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투찰가격을 사전에 조작해 두 컨소시엄에 공사를 밀어주고 수주액을 나눠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담합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발주처인 철도공단은 이를 묵인한 채 계약을 체결했다.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철도공단은 수서발 KTX의 레일 장치 공급 계약 과정에서도 삼표이앤씨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중앙일보>는 철도공단 직원의 말을 인용해 철도공단이 경쟁 입찰 없이 2016년 개통하는 수설발 KTX 건설 사업(수서역∼평택역, 총 길이 61.4km)에서 역차 진행 방향과 레일을 바꿔주는 장치인 '고속 분기기'(열차 선로 전환기) 납품 업체로 삼표이앤씨를 선정해 2일 통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의지
'첫 타깃' 철도부품 납품비리 혐의 도마

고속 분기기 38개를 납품하는 이 사업은 총 사업비만 약 200억원. 국가계약법상 5000만원을 초과하는 물품은 경쟁 입찰에 부치도록 되어 있지만 철도공단 측은 입찰 공고도 없이 삼표이앤씨와 수의계약을 추진했다는 얘기다. 논란이 되자 철도공단은 계약 체결을 잠정적으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공단은 성능검증심의위원회가 '부적합' 판정을 내린 삼표이앤씨의 철도 레일 자재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를 호남고속철도 등 10여곳에 도입하기도 했다. PST는 레일 아래 자갈을 까는 대신 미리 제작해 놓은 콘크리트패널을 까는 공법으로 레일 표면이 일정해지고 공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ST는 삼표이앤씨가 국산화에 성공, 국내 철도에 전량 공급했다. 현재까지 수주액만 400억원에 이른다. 철도공단은 2011년 삼표이앤씨와 PST 실용화 협약을 맺고 같은 해 8월 중앙선 망미터널, 2012년 7월 경전선 구간에 시험 부설했고 호남고속철도에도 지난달 공사를 마쳤다.

문제는 지난해 6월 망미터널에서 균열이 발생하거나 깨진 충전재가 342곳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경전선 구간에서도 최대 11mm까지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하고 균열이 생겼다.

철도공단은 같은 해 8월 성능검증위를 열었다. 검증위 일부 위원은 PST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4차례의 자문위원회를 거친 철도공단의 최종 결정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PST는 전국에서 강행되고 있다. PST 부설이 허가난 철도만 해도 동해 남부선만 10여곳에 이른다.

그렇다면 삼표이앤씨가 철도공단의 무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삼표그룹의 철피아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표이앤씨는 2012년 영입한 대표이사 겸 부회장 신모씨를 비롯한 임원 대다수가 철도청·철도공단·서울메트로 등 철도 관련 공기업 출신이다.

담합 알면서도
발주계약 체결

삼표그룹 수사 '키맨'은 신씨다. 경기도 평택 출신의 신씨는 71년 9급으로 국방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80년 국방부 시설국 시설과 사무관으로 승진했고 82년 5월부터 철도청과 인연을 맺었다. 94년 서기관, 99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면서 시설·건설본부장을 맡았다. 2002년에는 기술직 최초로 기획·예산·조직·인력을 관장하는 기획본부장에 올랐고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1급인 차장에 임명됐다.

같은 해 10월 신씨는 제 24대 철도청장에 취임했고 이듬해 1월 한국철도공사 초대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철도청을 공사로 전환시키는 시점에서 벌어질지 모를 노조의 반발과 직원들의 사기를 감안한 청와대의 인사였다.

당시 철도청장 공모에는 전·현직 건교부 간부와 현 코레일 사장인 최연혜 당시 한국철도대학 교수 등 여럿이 응모했다. 최 교수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최종 결정권자인 청와대가 재공모를 요구, 애초 공모에도 나오지 않았던 신씨가 지원해 청장으로 결정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사장에 취임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른바 '오일게이트'로 불리는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 의혹 사건 때문에 5개월 만에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신씨는 전문기관의 분석을 무시한 채 러시아 유전사업에 참여했다가 철도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아 2005년 10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2007년 6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도원·대현 오너부자 출금
각종 특혜에 비자금 조성 포착

신씨는 지난 2012년 9월 삼표이앤씨 상임고문을 맟으며 삼표와 연을 맺었다. 삼표이앤씨 부회장에는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삼표그룹이 신씨를 영입하자 업계에서는 "방패막이와 로비 창구로 철도공사 고위급 인사를 영입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삼표그룹 측은 "철도 사업 관련 업무에 밝은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신씨 영입 이유를 밝힌 뒤 "(신씨가) 업계를 떠난지 7년이 넘어 현재 영향력을 발휘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신씨는 2005년 5월 철도공사 사장직을 내놓은 뒤 2007년까지 재판을 받은 기간을 제외하면 철도 업계를 떠난 적이 없다. 신씨는 2008년 5월부터 지난 2012년 9월 삼표이앤씨에 발을 들이기 직전까지 신분당선(주), 네오트랜스(주)의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이 기간 동안 신씨는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도입한 무인운전시스템을 도입, 이를 적용한 신분당선(강남-정자)을 개통하기도 했다.

삼표이앤씨에 신씨가 있다면 철도공단에는 김광재 전 이사장이 있다. 김 전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출신으로 2011년 8월 철도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가 지난 1월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김 전 이사장은 무리한 업무와 징계 등의 이유로 노조와 마찰을 빚었고 인사권 남용으로 징계를 남발해 거액의 소송비용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감사원에서 주의 조치를 받는 등 재임 시절 많은 잡음을 일으켰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과 철도공단 전현직 간부, 서울메트로 5급 직원 등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비리 사슬을 포착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각종 의혹 포착
소환조사 예고

관피아 척결로 시작된 삼표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 회장 일가의 소환조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검찰은 정 회장과 아들인 정대현 전무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사실이 알려졌다. 단순 납품비리로 총수 일가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이 납품비리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음을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정 회장과 정 전무가 궤도 관련 시설공사나 부품 납품을 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두 사람이 비자금 조성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해서도 영장을 발부받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이들이 조성한 비자금이 철도공단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삼표그룹은 정 회장이 83%, 정 전무가 1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표는 66년 강원산업그룹이 설립한 삼강운수를 모태로 한다. 74년 삼표산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건설자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 7월 지금의 삼표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레미콘 골재 등 건설 기초자재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98년 외환위기 당시 자발적 워크아웃을 선언하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2002년 워크아웃 졸업 후 2년 만에 삼표그룹을 출범시키면서 빠르게 확장했고 지금은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흔치 않은 혼맥
현대·포스코·LS

정 회장은 재벌가에서도 흔치 않은 화려한 혼맥으로 유명하다. 현대차, 포스코, LS그룹 등과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다. 정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장녀 지선씨는 지난 95년 현대차그룹의 후계자 정의선 부회장과 혼인했다. 정 회장은 정몽구 회장과 경복고 선후배로 그전부터 친분이 두터운 관계자다. 정 부회장과 지선씨의 사촌오빠 대우씨(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 차남)가 휘문고 동창이라 의선-지선 커플도 어릴 때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중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차녀 지윤씨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자가 친딸 희경(미국명 캔디 고)씨의 교육감 자질 논란에 대한 폭로 글과 관련해 공작정치의 일환이라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자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정 회장의 외아들 정 전무도 지난 2011년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녀 윤희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앞서 96년 구자엽 LS산전 회장의 장녀 은희씨가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일선씨와 결혼을 해 LS그룹과 삼표는 겹사돈 관계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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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