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흥국화재 잇단 대표 사직…왜?

또 교체…문책인가 자퇴인가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태광그룹 보험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대표이사가 지난달 잇따라 사퇴했다. 금융권에서는 두 대표의 사퇴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신구 경영진간의 교체작업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변종윤 흥국생명 대표가 갑작스럽게 퇴임한 데 이어 윤순구 흥국화재 대표가 전격 사임했다.

업계에 따르면 윤순구 대표는 지난달 29일 사표를 내고 다음날 출근하지 않았다. 윤 대표는 1983년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에 입사해 기획관리실장, 총괄전무 등을 거쳐 흥국화재 부사장에 이어 지난해 6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취임 후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윤 대표의 임기는 2016년 3월까지로, 2년 정도 남은 상태였다.

이래서 잘리고

앞서 변종윤 전 흥국생명 대표이사도 지난달 15일 임기를 1개월여 남기고 사의를 표시했다. 변 전 대표는 지난 2010년 6월 흥국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6월 임기가 1년 더 연장됐다.

변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문책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국의 제재가 있기 전 흥국화재에서 흥국생명 대표로 자리를 옮겨 연임 불가 대상에서 빠질 정도로 오너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태광그룹의 경영간섭이 심해 변 전 대표가 경영에서 물러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변 전 대표는 동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흥국생명에 입사해 부산·서울사업단장, 흥국생명 전무, 흥국화재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변 전 대표의 사퇴 이후 태광그룹은 흥국생명 신임 대표이사로 김주윤 전 흥국자산운용 사외이사를 내정했다. 

이러한 두 대표들의 사퇴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실시된 태광그룹 계열사 경영진단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실적 부진과 취약한 보험금 지급여력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흥국화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와 자산운용 수익률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19억3820만원에 그쳐 전년대비 83.8% 급감했다. 매출도 2조8374억원으로 20.9% 줄고, 영업이익도 334억2316만원으로 43% 감소했다. 보험금 지급 여력도 취약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흥국화재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은 164.2%로 전분기(165.1%)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자본 확충 등 건전성 강화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흥국생명도 저금리 고착화에 따라 자산운영 및 실적도 좋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악화가 사퇴의 주된 배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저조한 경영실적이 CEO 사퇴압박의 주요 원인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CEO 줄줄이 사표…각종 추측 난무
태광 신구 경영진 ‘갈등설’ 확산
“흥국 사장은 1년도 못 버틴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경영악화보다는 신구 경영진간 교체작업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 전 대표와 변 전 대표 모두 그룹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의해 사퇴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진헌진 전 티브로드 대표가 경영고문으로 복귀하면서 태광그룹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진 고문이 복귀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대표들이 줄줄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 고문에 의한 인적 쇄신 작업이 단행되고 있다는 의견이 유력하다.
 

진 고문은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와 흥국생명 대표이사를 지냈다. 최근에는 진 고문이 태광그룹의 경영고문으로 나서면서 경영진 교체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진 고문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대원고, 서울대 동기동창이다.

진 고문과 최근 4년여만에 대표로 복귀하는 김주윤 신임 대표의 관계도 주목된다. 진 고문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2009년 7월까지 흥국생명 대표이사를 지냈다. 당시 김주윤 신임 대표이사가 진 고문에 이어 2009년 7월에서 2010년 6월까지 생명 대표이사를 지냈다. 대표직 바통을 이어받은 모습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로 선후배 사이다. 

심재혁 태광그룹 부회장도 갑작스런 CEO 교체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심 부회장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처외삼촌으로 그를 대신해 공식적으로 경영을 맡고 있다.

지난 2012년 선임된 심재혁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보험계열사 사장들과 의견충돌을 빚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호진 전 회장은 소송과 건강 악화로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2012년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현재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경영은 그의 처외삼촌인 심재혁 부회장이 맡고 있다.

하지만 심 부회장이 그간 특별한 잡음 없이 그룹 경영을 대행해 온 점을 감안할 때 또 다른 변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경질된 이들을 다시 기용하는 모양새 때문에 그룹 수뇌부와 계열사 대표간 등 그룹내 갈등설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태광그룹 보험계열사의 CEO교체는 이전부터 잦은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 이후 흥국화재 역대 CEO 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선임됐던 김용권 전 흥국화재 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2년을 넘기지 못했다. 흥국생명도 마찬가지다. 2006년 이후 흥국생명 대표(변종윤 전 대표 제외)들 중에는 1년을 못 넘기고 사퇴한 대표들이 대다수였다.

저래서 나가고

태광그룹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철저한 독립체제로 계열사끼리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심재혁 부회장님은 금융 쪽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데 왜 그런 의혹이 나온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진헌진 고문도 케이블 TV 계열사 티브로드 대표 출신으로 흥국생명에 전혀 개입할 수 없다”며 진 고문과 김 신임 대표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리 학교 선후배라고 해도 그렇게 두 사람 관계를 묶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출판업계 ‘사재기’ 후폭풍

출판업계 최초의 여성 CEO인 박은주 김영사 대표가 지난달 31일 회사에 사표를 냈다. 김영사에 따르면 박 대표는 최근 제기된 ‘사재기’ 의혹 등 유통상에서 불거진 문제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김영사의 자매브랜드인 김영사온이 사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부터 박 대표가 사퇴압박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적도매업체가 이 회사가 펴낸 책을 구입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사재기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사재기 건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 해당 도서는 베스트셀러 차트에 진입하지 않아 실체 파악이 어렵다. 이와 별개로 투자 실패 등 회사의 경영실적 악화도 박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1957년 강원 인제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이화여대 수학과를 나온 뒤 미국 뉴욕대대학원에서 출판경영학 석사를 받고 1979년 출판계에 입문했다. 1982년 김영사에 입사해 1989년 32세의 나이로 출판계 빅5로 통하는 김영사의 사장이 됐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1994), <정의란 무엇인가>(2010), <안철수의 생각>(2012) 등 베스트셀러를 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영사에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자리에서도 곧 물러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한국출판인회의 제8대 회장으로 추대된 박 대표는 도서정가제 강화 법안 통과, 동네서점 활성화 등에 힘쓰며 출판계의 지지를 얻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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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