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지상욱 '중구 전쟁' 막전막후

'주류 vs 비주류' 파워게임에 정치 1번지 시계 멈췄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수도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선정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마감된 중구 조직위원장 공모에서 나경원 전 의원,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으로 후보군이 좁혀졌지만 당 지도부의 의견이 갈리며 현재까지도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 '나경원 내정설' '지상욱 내정설' 등이 엇갈리며 꾸준히 흘러나왔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현재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두 후보 간의 '중구 전쟁'을 들여다봤다.

지난 2013년 11월15일 새누리당의 서울 중구 조직위원장 공모 마감 결과, 나경원 전 의원과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지원했다. 조직위원장은 당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게 되는 조직강화특위에서 선정하며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등에서 당의 지역조직을 이끄는 조직위원장은 대개 현역의원 또는 차기 총선에 해당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유력인사가 맡는다. 중앙당에서 임명한 조직위원장이 당원협의회 운영위원, 시당운영위원회 의결을 통과하면 당협위원장으로 선출된다. 한마디로 조직위원장 공모는 당협위원장 선출에 앞선 예비 절차인 셈이다.

만만찮은 경쟁자

문제는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두 후보가 중구 당협위원장에 도전장을 던지며 쉽사리 어느 한 쪽의 손을 들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나 전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이 지역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11년 10·26서울시장 재보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46.21%를 획득한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정치인이다.

지 전 대변인은 유명배우였던 심은하씨의 남편으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고, 지난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도우며 당선에 기여한 바 있다.

두 후보는 공통적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자유선진당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이 나 전 의원은 한나라당에 남아 친이(친이명박)계로 활동해왔다.


이에 따라 중구 조직위원장 선정에서 나 전 의원은 당내 친이계 출신 비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고, 지 전 대변인은 친박 원로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이 전 총재와 친분이 있는 친박 주류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지난 1월에는 친박 주류 진영이 지 전 대변인을 밀고, 당내 비주류가 나 전 의원을 밀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결국 인지도가 앞서고 여성 정치인이라는 장점을 가진 나 전 의원 쪽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조직강화특위 차원에서는 나 전 의원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친박 주류가 장악한 당 지도부에서 지 전 대변인을 선택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당시 비주류인 심재철 최고위원은  "나 전 의원은 대중 지지도가 높은 정치인인데 그를 탈락시켰다면 자기편이냐 아니냐는 얄팍한 계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유수택 최고위원도 "좋은 인물을 베어내는 그런 행동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다음 회의 때 정식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경원-비주류 지원 vs 지상욱-친박 주류 지원?
7개월째 당협위원장 오리무중… 책임회피 급급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심화되며 결국 중구 조직위원장은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나경원 내정설', '지상욱 내정설' 등이 엇갈려 흘러나오고 결과 발표도 7개월째 미뤄지는 것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랴'는 속담처럼 당내 계파 갈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해 홍문종 전 사무총장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14일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며 조직강화특위원장직도 내려놨다"며 "신임 사무총장(윤상현)에게 문의해보라"는 말로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윤상현 사무총장 측도 마찬가지로 "아직 (조직강화특위원장으로) 정식 선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직국에 문의를 해 보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조직국 관계자는 "아직 (중구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말 외에는 어느 것도 말씀드릴 수 없다"며 "언론 취재에 응할 의무도 없다"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지방선거 준비와 당권 교체기가 맞물린 시기 때문인지 계판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골치 아픈 문제인 중구 조직위원장 선정에 대해 중앙당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계파 갈등 심각?

그렇다면 장기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중구 당협위원장은 언제쯤 선정이 이뤄질 수 있을까. 지역 정가에서는 지방선거 직후 선정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구 당협위 핵심관계자는 "지방선거가 끝나야 알 수 있지 않겠느냐"며 "오랜 기간 당협위원장이 없다보니 힘들게 중구 연락소를 운영하고 있다. 빨리 위원장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구에서는 나 전 의원이 오길 바라는 당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 전 대변인 이름도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중앙당이 빨리 결정을 내려주면 대부분은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조속한 선정을 촉구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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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