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희대의 관전포인트 다섯

"선거일이 언젠데요?" 누가 나왔는지도 몰라…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6·4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참사 정국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를 여야의 명운을 좌우할 승부처로 보고 있다. 여당이 승리하면 박근혜정부의 국가개조 기조가 더 탄력을 받고, 야당이 승리하면 박근혜정부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번 지방선거 5대 관전 포인트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세월호 사고 발생 41일째인 5월26일 오전 기준 희생자 수는 사망 288명, 실종 16명이다. 이처럼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의 구조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정치시계는 빠르게 6·4지방선거를 향해가고 있다. 지난 2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전국 광역시·도지사와 교육감 등을 포함, 총 3952명의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조용한 선거
야당에 유리?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역대 선거들과는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전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역대 어떤 선거보다도 '조용한 선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홍보를 위해 통상적으로 활용했던 유세차, 로고송, 확성기 등 떠들썩한 선거운동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됐다.

여야 지도부는 모두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조용한 분위기에서 선거운동을 할 것을 후보자들에게 요청했고, 일부 후보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이를 지키며 조용한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는 사이 유권자들은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0~2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거주지역에 출마한 광역·기초단체장과 교육감 주요 후보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14.4%에 불과했다. 광역단체장 주요 후보로 범위를 좁힐 경우에는 55%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70% 이상이 광역단체장 후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가 모두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통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정책의 차별성도 크지 않다.

세월호 참사 여파 유리한 쪽은 어디?
유세차·확성기 줄어든 '조용한 선거' 

이런 분위기로 선거운동이 끝까지 진행될 경우 '정확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되는 당선자들의 대표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한 위기감은 여당이 더 큰 상황이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구조 실패에 대한 정부의 무능력·무기력·무책임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반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야당에서는 이 지점을 공략해 '세월호 심판론' '정권 심판론' 등을 주장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여야가 '조용한 총력전'을 펼치며 정부와 공동운명체인 여당 내부에서는 지방선거의 핵심지역인 수도권에서 전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조사에서는 울산, 경남, 경북, 제주 등 4곳만 이기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로 10~20%의 표심이 새정치민주연합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 원로정치인은 "야당이 꼭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세월호 정국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못 하고 납작 엎드려 있던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도 크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율 향방
'앵그리맘' 좌우

선거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투표율의 향방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지지자들의 결집도가 높은 여당이 되레 유리해질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만큼 5월30, 31일, 6월4일 등 총 3번의 투표 기회가 있어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통상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야당이 유리해진다고 보고 있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지금까지 투표율과 관련한 정치권의 상식이 대부분 통했다"며 "야당의 승리로 끝났던 지난 지방선거 투표율이 54.5%였던 점을 감안해 50% 이상의 투표율이 나온다면 야당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가장 주목되는 세대는 40대 여성이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단원고 학생들(250명 사망·실종) 또래를 자녀로 둔 '40대 앵그리맘'들의 분노가 어떻게, 어디로 표출되느냐에 따라 이번 선거의 판도가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와 학생들을 구하지 못한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표를 던질 경우 높아지는 투표율과 함께 야당의 승리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로 여당에서 이탈한 중도층과 무당층이 최후의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새누리당에서 이탈한 뒤 새정치연합으로도 흡수되지 않은 이들 무당층이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지, 어느 쪽을 지지할지는 투표 막판의 주요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반과 함께 정치권 전체에 등을 돌린 무당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강화시켰다"며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투표율 저하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국민담화 후속
인적쇄신 변수

지난 22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에 맞춰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인적쇄신도 선거의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앞선 대국민담화의 후속 격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새 총리 내정자로 지명했다. 또한 야권이 꾸준히 해임을 촉구해왔던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사표도 수리했다.

개각은 신임 총리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이후인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새 국정원장과 안보실장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당에서는 청와대의 인적쇄신 카드가 지방선거에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내정자를 시작으로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을 지속적으로 수혈할 경우 분위기 반전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유임된 것을 문제 삼으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인적쇄신의 효과가 상쇄되거나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통령·정당
지지율 변수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정당지지율도 관건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 60%가 넘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박 대통령은 참사 이후 정부의 허술한 대응과 책임 회피가 이어지며 지지율이 40%대까지 추락했다. 


야권이 제기하고 있는 '세월호 심판론'이 먹히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채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또 '깜깜이 선거'가 예고되는 만큼 유권자들은 기호, 즉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당지지율 추이도 주목된다.

'깜깜이 선거', 사전투표제 투표율 오리무중
김기춘 비켜간 인적쇄신 카드…효과는 의문

세월호 참사 이후 추락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하락했으나, 그렇다고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아니다. 대신 부동층이 대거 늘어났다. 하지만 올초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던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좁혀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러한 기류가 이어질 경우 야당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지난 19~22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48%, 부정평가가 41%로 나타났다.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39%, 새정치연합 25%, 무당층 31%로 두 정당의 격차는 14%p로 조사됐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 비해 새누리당 지지도는 4~5%p, 새정치연합은 1~2%p 가량 낮아진 것이다(조사대상 : 전국 성인남녀 1204명, 조사방식 :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2.8%p, 응답률 : 18%).

17개 광역시·도 가운데서는 수도권, 부산·광주지역 선거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지방선거 '빅3'로 불리는 서울, 경기도, 인천 선거는 역대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가늠자 역할을 했다.


당초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두 지역에서 이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참사 이후 정부·여당을 향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며 기류가 급변했다.

수도권, 부산·광주
지방선거 가늠자

경기도는 당초 새누리당 승리(남경필 후보)가 예상됐던 지역이지만 최근 새정치연합(김진표 후보)의 추격세가 매섭다. 인천에서는 박빙 양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새정치연합 송영길 인천시장이 다소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에서도 박원순 시장이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

부산은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박빙을 이룰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어 새누리당이 텃밭인 부산이 흔들릴지 주목된다. 

광주에서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계파 지분 챙기기'라는 비판이 거셌던 새정치연합 윤장현 후보가 얼마나 선전할지가 관심이다. 안 대표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강운태 광주시장, 이용섭 후보가 무소속 단일후보를 낼 예정이어서 윤 후보의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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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