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엔 없는’ 이색 직업 열전

대기업 직원 안부러운 문신장이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최근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안으로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새롭게 뜨고 있는 직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사립탐정(민간조사원)을 포함해 이혼플래너(이혼상담사), 디지털장의사와 같은 이색 일자리가 눈길을 모은다. 또 이번 계획에서는 배제됐지만 타투이스트(문신시술가), 로비스트와 같은 사실상 현존하는 직업에 대해서도 합법화 논의가 한창이다. 국내에는 아직 없거나 공인된 적 없는 '신직업'들을 소개한다.
 

"얘가 학교 다닐 때 얼마나 문제아였는지 몰라요. 선생님이 '너 커서 뭐 될래'라고 하면 '몸에 그림 그려서 돈 벌 거예요'라고 했거든요. 그때는 아무도 이 친구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어요. 그런데 정작 사회에 나와 보니까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건 그 친구더라고요. 연봉이 저의 2배는 될 걸요?"

"남들과 달라"

최근 모 대기업에 입사한 A(24)씨는 친구인 B(24)씨를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B씨의 직업은 타투이스트. 홍대 인근에서 사람들에게 문신을 해주고 있는 그는 "평범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정부는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새로운 직업 40여개를 육성·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정부가 가려낸 마흔네가지의 직업 중에서는 도시재생전문가, 가정에코컨설턴트, 산림치유지도사 등과 같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직업이 있는가하면 사립탐정(민간조사원), 동물간호사와 같이 제법 친숙한 직업도 눈에 띄었다.

이들 직업의 도입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구직난 해소 및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직업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가 나올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은 계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 각 부처는 해당 직업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가 또는 국가공인 민간 자격을 신설해 전문인력을 양성할 방침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민간시장에서 직업 창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유도할 계획이다.

여러 직군 중 가장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직업은 이혼플래너다. 이혼플래너는 '이혼식'이 있는 미국에서 발달한 직업으로 기본적인 업무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웨딩플래너와 동일하다. 이혼플래너는 이혼식에 필요한 장소 섭외 및 행사 기획 등을 대행하는 일을 한다.

일자리 창출용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 발표
사립탐정·이혼플래너·디지털장의사 등 관심
타투이스트·로비스트 등도 합법화 논의 한창

서구문화권에서 이혼은 인생의 새 출발이자 행복한 순간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이혼식은 비난이 아닌 축복의 대상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아직 이혼식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이혼플래너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게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발표에서 이혼플래너는 '이혼상담사'로 직업 명칭이 바꿔 표기됐다.

국내에서 이혼상담사는 이혼에 따른 각종 문제(자녀양육 등)를 해결하고, 이혼 준비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와 업무가 중복되거나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어 법령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이혼상담사가 '개인의 행복'을 이유로 상대방의 이혼을 조장하거나 이혼 전 재혼을 알선하는 등의 업무를 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적잖은 갈등이 전망된다.

그렇지만 늘어나는 이혼율을 감안했을 때 이혼플래너 도입은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혼플래너와 같이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직업모델은 디지털장의사다.

디지털장의사는 서구권에서 '사이버 언더테이커'로 불린다. 디지털장의사는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는 개인정보를 개인이 사망한 후 소멸시키는 일을 한다.


실제로 주위를 보면 개인 사망 후에도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나 트위터·페이스북과 같은 SNS 계정은 여전히 살아있다. 여러 연예인들의 사례에서 보듯 한 연예인이 사망하면 그와 관련한 문서(혹은 정보)들은 때때로 남은 유족에게 고통을 안긴다.

여기서 파생된 개념이 바로 '잊혀질 권리'다. 고인은 물론 유족에게도 잊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장의사는 도입 단계에서 오해를 사기도 했다. 고인과 관련한 사진앨범을 만들어주고 메신저가 등록된 회사에 연락해 계정삭제를 요구하는 정도의 업무만 처리한다는 오해였다.

그러나 디지털장의사가 다루는 업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 관공서나 금융권에 남아있는 고인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기도 하면서 유족은 물론 고인도 생전에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지운다. 더불어 보안 처리된 온라인 유언장을 갖고 있다가 고인이 사망한 후 지인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디지털장의사는 아직 세계적으로 희귀한 직업군이라 정부 역시 중장기적인 육성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립탐정(민간조사원)은 정부가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직군 중 하나다. OECD 가입국 중 민간조사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지난 10여년간 민간조사원 도입은 전향적으로 검토돼왔다. 외국 사례를 비춰봤을 때 민간조사원 제도가 실패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민간조사원 도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일자리 규모는 4천여개 수준. 법무부와 경찰청 등 유관기관은 이른 시일 내에 민간조사원 도입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 협의체 안에선 교육과정 신설과 국가자격 부여 방안이 함께 논의될 것이다.

그런데 당초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타투이스트는 이번 정부 발표에서 배제됐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타투이스트가 합법화될 경우 약 4천개 수준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조사원과 같은 규모다.

그러나 타투이스트는 의료행위의 주체인 의사 등 기존 직역과의 갈등이 우려돼 배제됐다. 타투이스트 B씨는 "사실 짧게 보면 국가가 공인해주지 않아도 (시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은 양성화해야 하지 않겠냐"며 "정부가 문신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당장 거리만 나가봐도 문신이나 네일아트의 수요가 굉장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공인하지 않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이란 지적이다.

눈 가리고 아웅?

로비스트나 자금조달자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는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직업들이 국내에서는 음성화돼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업계에서 활동했던 한 로비스트는 "우리 인생이 다 부탁하고, 부탁받고, 부탁 들어주는 일인데 이걸 괜히 나쁘게만 호도해 우리 같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이 로비스트는 "몇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구속되거나 유죄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합법적인 부탁'이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퇴임한 정부 고위관리가 대형 로펌에 취직했다면 사실상 로비스트가 아니겠냐"며 "대기업들이 은퇴한 정계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로비를 위한 포섭"이라고 입을 모았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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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