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참사에 묻힌' 새누리당 '차떼기 경선' 내막

"서초구 경선에 당원들 실어 날랐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새누리당 서초구 지역경선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확인 결과 경선에 참여한 한 후보자를 상대로 모두 3건의 고발이 이뤄진 걸 알 수 있었다. 고발 내용은 동일했다. '차떼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여러 의혹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졌다. 비록 정식으로 고발되진 않았지만 지난 정권 핵심실세의 딸의 이름이 사건에 등장했다.

꽃다운 아이들이 차디찬 물속에 가라앉았다. 지난 4월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온 나라가 비통함에 잠겼다. 그러나 이 시각에도 "나를 뽑아 달라"며 선거 운동을 해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지방선거 공천
당내경선 과열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17일 새누리당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구의원 후보자 선정을 위한 당내 경선 투표를 서초구에서 진행했다. 이날 서초구청 2층 대강당에 마련된 투표장에는 이른 시각부터 투표를 하기 위해 당원들이 모여들었다.

이번 당내 경선은 새누리당이 공천 방법을 '상향식'으로 조정하면서 처음 치러지는 선거였다고 한다. 시의원 후보는 제1선거구부터 제4선거구까지 모두 12명이 경쟁을 벌였고, 구의원 후보는 가선거구부터 마선거구까지 모두 22명이 공천을 받기 위해 경합했다.

기자가 입수한 '경선 후보자별 득표율 현황'을 보면 당시 선거인수는 7000명(구의원 투표 기준), 투표자수는 1512명이었다. 새누리당 측은 해당 선거의 공정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투·개표 작업을 서초구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서초구선관위)에 위임했다. 서초구선관위는 "당내 선거 전반을 관리한 것이 아니라 단순 투·개표만 위탁받아 진행했다"고 밝혔다.


서초구선관위의 개표 결과 지방선거에 나갈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났다. 각 선거구 최다 득표자는 새누리당이 자체 선임한 공천심사위원들에게 우선 추천됐다. 공천심사위원들은 별다른 이의 없이 최다 득표자(구의원의 경우 차순위까지)를 공천하기로 합의했다.

예상된 인물이 하나둘 공천자 명단에 올랐다. 정치 신인들 대부분은 당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별 무리 없이 마무리된 선거였다. 그러나 다수 당원은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증언했다.

먼저 익명을 요구한 한 당원은 "새누리당 당직을 갖고 있는 공천심사위원이 선거가 끝난 후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고 말했다. 17일부터 1박2일로 당원들을 인솔해 갔다는 것이다. 당시 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란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 또 다른 당원은 "경선이라도 공정하게 했으면 이런 말이 왜 나왔겠느냐"고 했다. 무슨 뜻일까. 이 당원은 경선 당일(17일) 이른바 '차떼기'가 있었으며, 지역 유력 인사 간의 '담합'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폭로했다. 좀 더 정확한 내막을 따져 물었다.

'묻지마 투표'
선거과정 혼탁

지역 다수 관계자의 정황 설명 및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실 등으로 보내진 투서를 종합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초을 구의원선거구(라) 출마자인 김수한 후보(현 서초구의원 및 서초구의회 운영위원장)는 지역 부녀회장 등을 동원해 투표 당일 수차례에 걸쳐 투표권이 있는 당원들을 실어 날랐다. 김 후보의 측근으로 전해진 강모씨 등은 2층 투표장 입구까지 사람들을 직접 안내했는데 이는 사전 합의된 경선룰상 금지된 행위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다수 관계자는 "강씨 등 4명이 미리 4개조를 편성해 승용차 2대, 봉고차 2대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실어 날랐다"고 말했다. 이들이 각각 '행동대원'으로 지목한 4인 중에서는 김 후보의 부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차떼기'의 타깃은 주로 노인과 장애인이었다. 투표가 시작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강씨 등은 수차례에 걸쳐 서초구청을 들락거리며 사람들을 동원해 투표시켰다고 했다. 한 당원은 "강씨가 왔다 갔다 하는 걸 수상히 여겨 녹화·녹음한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의회 운영위원장 선거법위반 혐의 고발
"승용·봉고차 4대로 선거인 실어 날라" 주장

또 다른 당원은 "김 후보 측이 '시의원은 A후보(현 서울시의원)를 찍고, 구의원은 나(김수한)를 찍어달라'고 선거기간 동안 말했다는 소문이 지역 내에 파다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 당원은 "봉고차로 실어 나르는 순간에도 '시의원은 A, 구의원은 김수한'을 주지시키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해당 선거구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김 후보 측이 본인과 A후보의 지지를 말하고 다닌 적이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그 사람들 입이 무거운데 사실대로 말하겠느냐"고 우려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김 후보 측은 왜 본인도 아닌 A후보를 지지한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구 관계자는 "김 후보가 평소 A후보와 원만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가 견제하는 사이였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경선이 임박하자 갑자기 러닝메이트가 됐다는 것이다.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은 "두 사람이 모종의 거래를 한 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 후보의 경우는 당시 상황을 상세히 묘사했다. 그는 "A후보가 처음에는 나에게 접근하더니 나중에는 김 후보와 붙었고, 어떤 날은 김 후보가 나를 만나자고 하더니 '당신은 안 될 거니까 사퇴하는 게 좋을 거다'라고 하는 등 선거가 혼탁했다"고 말했다.

경선 후보자별 득표수를 보면 이들의 주장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A후보는 제3선거구(구의원 라선거구 포함)에서 3명의 후보 중 모두 222표(총 투표수 367표)를 득표했다. A후보와 선거구(양재동·내곡동)를 대부분 공유하고 있는 김 후보는 라선거구에서 276표(총 투표수 388표)를 득표했다. 200표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된 후보는 이들이 '유이'하다.

다른 선거구는 대략 100표 안팎에서 당락이 확정됐다. A후보가 당선된 선거구와 비슷한 투표율을 보인 제2선거구(총 투표수 394표)의 경우 최다득표자는 이모씨로 105명의 선택을 받았다. 또 김 후보가 당선된 선거구와 비슷한 투표율을 보인 나선거구(총 투표수 384표)는 137명이 최모씨를 찍었다. 그러나 투표 결과만 갖고 담합을 예단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와 맞물려 '부정경선'에 관심을 보였던 일부 언론이 등을 돌린 터였다.

선거법 위반했다
당에 수차례 투서

앞서 사퇴압박을 받았다고 말한 구의원 후보 B씨는 이번 사건을 직접 검찰에 고발했다. B씨는 지난 4월 김 후보 등을 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새누리당중앙당에도 같은 내용의 투서를 넣었다. 피고발자는 김 후보였다. A후보는 피고발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로 사건을 배당한 뒤 서초경찰서로 수사지휘를 내렸다. 서초경찰서가 하명수사에 들어간 시점은 지난 4월24일께로 파악된다.


경찰은 이미 B씨를 불러 사전조사를 진행했고, 김 후보와 강씨 등을 차례로 소환해 사실여부를 캐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경찰은 서초구청 내에 있는 CCTV 기록 등을 입수해 고발의 진위여부를 가리고 있다.

수사팀 한 관계자는 지난 2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수사진행 상황은 말할 수 없고, 절차대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으며 현재 법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사 진행이 더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천천히 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성급하게 할 이유도 없고 평소처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규명의 키를 쥐고 있는 CCTV 기록이 증거물로 쓰이게 될지는 미지수다. 서초구청은 모두 2차례에 걸쳐 CCTV 기록을 관련기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서초구청 홍보정책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초 신고를 접수한 서초구선관위가 CCTV 기록을 USB 형태로 가져갔지만 보안이 걸려 있었고, 그래서 다시 CCTV 기록을 넘겼지만 카메라 방향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선관위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신고를 듣고 현장에 가보니 주차장과 연결된 서초구청 정·후문, 2층 대강당에 설치된 CCTV가 중요할 것으로 보여 관련 자료를 확보토록 했고 검찰로 송부했다"며 "말끔한 화질이 아니었다는 통화를 수사당국과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답답한 눈치다. 그는 다른 곳은 몰라도 새누리당이 신고를 묵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B씨는 "수차례에 걸쳐 인터넷 게시물과 팩스, 이메일 등으로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기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경찰조사를 받고 나온 이들로부터 수차례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내부 고발자의 비밀보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B씨는 자신의 신원을 공개한 이를 특정하기도 했다.

기자가 입수한 '새누리당 서초구(을) 당원협의회 경선 설명자료'를 살펴보면 금지된 선거운동 예시에 차량기부행위가 추가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강석훈 의원실 주관으로 4월2일 열렸던 설명회에 참석해 이 같은 경선룰을 모든 후보자와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착수
서초서 "절차대로 조사"
새누리당 진상규명 쉬쉬 왜?
포상금 노린 허위신고 가능성?

또 "연락처가 담긴 선거인명부는 5일 전 교부받기로 했는데 막상 전화를 돌려보니 죽은 사람도 있고 이사 간 사람도 많았다"며 "1200명 중 500명만 번호가 살아있는 엉터리 당원명부였다"고 분노했다. 기자가 자문을 구한 선관위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주장에 수긍하면서 "지구당을 없앤 뒤 당원관리가 잘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녹음된 당원 간의 녹취파일을 들어보면 한 자원봉사자는 '차떼기'로 추정되는 위법행위를 인정하면서 "(관내) 노인들을 모셔다드린 거죠"라고 했다. 또 "우리만 하는 게 아니라 다 해요"라면서 "한 사람 앞에 (배당된 인원이) 수백명씩, 기본이 200∼300명이에요"라고 통화했다.

공천 노림수?
포상 노림수?

B씨 등 다수 당원은 김 후보의 위법행위를 확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면서 "(만약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분이 왜 무리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관내 인지도나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굳이 차량을 동원하지 않았어도 당선 확률이 높았을 텐데 무엇 때문에 이런 리스크를 자초했냐는 것이다.

앞서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난 또 다른 신고자는 '포상금을 노린 신고가 아니냐'는 질문에 "숲을 보라는데 나무를 가리키고 있다"며 불쾌해했다. 이어 그는 "핵심은 선거법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라며 "공모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는데 그쪽에선 그냥 유야무야 덮이길 바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의혹을 사고 있는 당사자들의 해명을 듣기 전 강석훈 의원실과 접촉했다. ▲서초구(을) 공천심사위원의 제주여행에 대한 입장과 ▲경선 과정에서 후보 B씨가 제기한 의혹들을 외면한 이유 ▲김 후보 등의 득표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의원실 측은 "여행은 정말 처음 듣는 얘기고,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사건은 자세히 모른다"며 "김 후보와 A후보는 워낙 일을 열심히 하셨던 분들이라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아니겠냐"고 답했다. 기자가 B씨에게 확인을 요청하자 B씨는 "강석훈 의원실 측 사람이 당협(당원협의회)을 겸해 선거 교육을 했고, 고발 후에도 카카오톡 메시지로 상황을 전달했는데 어떻게 사건을 모른다고 할 수 있냐"고 답답해했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김 후보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22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조사를 받으면서 그놈들의 '목을 따다가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진술했는데 반드시 (기사에도) 똑같이 적어 달라"며 "내 아내는 운전도 못하는데 어떻게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겠나. 저들이 집단으로 짜서 나를 음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후보는 "내가 우리 지역에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구민들이 다 알 것"이라며 B씨와 고소인들에 대한 인신모욕을 퍼부었다.

이에 기자가 '왜 시의원은 A, 구의원은 김수한이라고 말하고 다녔느냐'고 묻자 김 후보는 어림잡아 30초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기자가 거듭 묻자 "증거가 있으면 가져와 보라. 지금 당장 현장으로 가자. 정보관들이 (나를 음해하려고) 역정보를 흘리는 거다. 그런 일 없다"고 해명했다.

A후보는 지난 23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A후보는 "얼핏 그분(김 후보)과 관련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내가 그런 일을 부탁하거나 요구한 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후보는 "아마 그분이 자의적으로 선거운동과정에서 제 이름을 얘기하고 다녔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 얘기를 지금껏 몰랐고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또 "어차피 (내가 현직의원이니까) 당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뭣 하러 그런 일을 하겠나. 안 그래도 내가 선거할 때 '아버님이나 어머님들 모시고 오면 안 될까'라고 김 후보한테 물은 적이 있는데 '선거법에 걸려서 안 된다'고 했던 분이 김 후보다. 나중에 김 후보가 고발당했다는 얘기를 듣고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어서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것 말고는 모른다. 어디에서 연락 받은 적도 없다. 김 후보와 통화한 적도 없다. 믿어 달라"고 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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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