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넘치는 우리 고장으로 놀러오세요 ②대전 유성

대청호오백리길 걷다보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네~

푸른 물결을 감싸 안고 도는 길이 대청호 500리에 초록빛 수를 놓고, 여행자의 마음까지 봄빛으로 물들인다. 대전 신탄진의 대청댐에서 출발해 충북 옥천과 보은, 청원을 잇는 대청호오백리길 27개 구간이다. 총 220여 km 가운데 4구간(호반낭만길)과 5구간(백골산성낭만길)은 잔잔한 호숫가와 초록빛 숲 속을 걷는 여유로운 길이다. 21구간(대청로하스길) 마지막 5km는 물 위에 설치된 나무 데크로 이어져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도 무난히 즐길 수 있다. 농촌 체험 학습지로 유명한 찬샘마을을 비롯해 대청호에 안긴 여러 마을도 만날 수 있다. 엑스포과학공원 내에 자리한 세계엑스포기념품박물관과 대덕구 반석천 카페거리도 최근 주목받는 여행지다.

볼거리·명소 가득한 ‘대청호오백리길’ 대전 구간
찬샘정서 바라보는 대청호 풍광 한 폭의 산수화

220km가 넘는 대청호오백리길은 푸른 호수와 초록의 숲, 정겨운 마을을 함께 돌아보는 명품길이다. 대전 신탄진의 대청댐 아래에서 출발해 충북 옥천과 보은, 청원을 아우르고 다시 대청댐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총 27개 구간이다. 때로는 호수의 물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때로는 발아래 호수를 굽어보며 대청호에 깃든 이야기도 만나는 길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천천히 걸으며 호수의 풍광을 즐기고 마음을 나눠보자.
대청호오백리길의 대전 구간은 멋진 드라이브 코스와 이어지고, 대중교통과 연계가 용이해 가족 단위 도보 여행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그중 4구간(호반낭만길)은 호수의 풍광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총 10km 거리에 나무 데크로 만든 호반 길과 호젓한 숲길, 정겨운 마을이 이어진다. 

마산동삼거리에서 출발해 호반 갈대숲을 지나면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에 닿는다. 모래언덕에 자라는 나무들이 인상적인 호숫가는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하다. 누리장나무(개똥나무)를 비롯해 떨기나무 숲을 지나 걸으면 앙증맞은 봄꽃들이 식재된 대청호자연수변공원을 만난다. 작은 풍차가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공원 위쪽에는 대청호자연생태관이 자리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대청호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발길마다 눈길마다
넘실대는 초록숨결

연꽃마을을 지나 금성마을에 이르면 엉고개로 향하는 숲길이 이어진다. 나뭇가지마다 새롭게 틔운 잎사귀들이 푸른 호수 위로 연둣빛 물감을 풀어낸다. 땀방울이 맺히는가 싶을 때쯤 길은 다시 호수로 이어진다. 4구간 종착점인 신상교로 향하는 둑길이다. 이 길은 호수의 물이 불어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여름에는 만날 수 없다. 


5구간(백골산성낭만길)은 해발 340m에 축조된 백골산성이 중심이다. 원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백제 산성으로, 대청호의 그림 같은 풍광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로 신라와 전투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백골산성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이곳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의 풍광은 평화롭기만 하다. 

4구간의 종착점이자 5구간의 출발점인 신상교에서 바깥아감 방향으로 걷는 길은 크게 휘는 호반 길을 따라간다. 잔잔한 호수의 물결이 친구가 되는 길이다. 바깥아감에서 강살봉을 지나 백골산성에 이르는 2.7km는 산행 구간이다. 긴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바깥아감에서 잠시 국도를 따라 걸어 한식마을에서 올라도 된다. 산행 거리를 1km 정도로 줄일 수 있고, 등산로도 잘 정비되었다.
가파른 산행을 보상해주는 대청호의 절경을 감상하고 절골 방향으로 내려가면 호숫가에 자리한 작은 마을을 만난다. 옛날 대전과 청주를 오가는 사람들이 하룻밤 머물고 간 곳으로 알려진 마을이다. 절골에서 숲길을 지나면 다시 대청호와 얼굴을 마주한다. 대청호수질관리소로 향하는 이 길은 대청호를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 중 한 곳이다.
대청호에 안긴 작은 마을 중 2구간(찬샘마을길)의 찬샘마을은 농촌 체험 학습장으로 유명하다.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을 수확하고, 다양한 먹을거리를 함께 만들어보는 식문화체험관이 인기다. 두부 만들기, 매실액 만들기, 장아찌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의 대학생들도 찬샘마을을 찾아 떡볶이 같은 음식을 함께 만들어보는 체험을 진행한다.
허수아비와 물레방아가 마을의 풍광을 넉넉하게 만들어주고, 숙박 시설도 잘 갖춰져 가족이 함께 머물며 시골 마을의 하룻밤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찬샘마을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산마루에 자리한 찬샘정에 올라 바라보는 대청호의 풍광은 한 폭의 산수화 같다.
대청호 드라이브에 나선 여행객이라면 잠시 차에서 내려 걸어보자. 대청호오백리길 21구간(대청로하스길)의 마지막 5km에 해당하는 이 길은 대청호 조정지댐에서 출발해 금강로하스대청공원에 이른다. 대청댐에서 흘러내린 작은 물길을 따라 초록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나무 데크로 이어져 유모차나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다. 물 아래 뿌리를 내린 왕버들 군락으로도 유명해 카메라를 들고 일부러 찾아오는 여행자가 많다. 갈대숲과 푸른 호수, 우거진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아름답다.


대청호수 옆길
평화로운 풍광

엑스포과학공원 안에는 엑스포기념관과 세계엑스포기념품박물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세계 최초의 엑스포 기념품 박물관이다. 1851년 런던만국박람회부터 현재까지 160년에 걸쳐 만들어진 엑스포 기념품 5000여 점이 전시된 곳이다. 런던만국박람회가 열린 수정궁 모형 전시관을 비롯해 카르티에, 에르메스 등 수공예 장인들이 만든 기념품이 눈길을 끈다.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가전제품과 캐릭터 상품도 볼 수 있다.

커피를 즐기는 여행자라면 반석천 카페거리를 방문해보자.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와 커피 맛을 자랑하는 카페 20여 곳이 모인 거리로, 대전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도보 여행 : 4구간(호반낭만길 : 10km, 5시간 소요)이나 5구간(백골산성낭만길 13km, 약 6시간 소요) 걷기
· 가족 여행 : 21구간(대청로하스길) 중 마지막 5km 걷기→세계엑스포기념품박물관→반석천 카페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4구간(호반낭만길)이나 5구간(백골산성낭만길) 걷기→찬샘마을(숙박)
· 둘째 날 : 찬샘마을→2구간(찬샘마을길) 걷기→찬샘마을 체험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대청호오백리길   www.dc500.org
· 찬샘마을  http://chansaem.com
· 대청호자연생태관  http://nature.donggu.go.kr
· 대전관광포털  www.daejeon.go.kr/dj2009/tour/index.action
· 엑스포과학공원(세계엑스포기념품박물관)  www.expopark.co.kr


문의 전화

· 대전광역시청 관광산업과(대청호오백리길 안내)  042)270-3981
· 대청댐물문화관  042)930-7332
· 대청호자연생태관  042)251-4781
· 찬샘마을   042)274-3399
· 대전종합관광안내센터   042)861-1330
· 엑스포과학공원(세계엑스포기념품박물관)  042)869-511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대전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다음 날 00:10) 운행, 약 2시간 소요.
대전복합터미널에서 2번 버스 승차, 남경마을 정류장에서 72번 버스 환승, 금강로하스대청공원 정류장 하차
* 문의 :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www.exterminal.co.kr
· 코버스 www.kobus.co.kr
기차> 서울-대전 : KTX 하루 60여 회(05:30~23:30) 운행, 약 1시간 소요.
대전역에서 2번 버스 승차, 남경마을 정류장에서 72번 버스 승차 환승, 금강로하스대청공원 정류장 하차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신탄진 TG→덤바위삼거리에서 신탄진·청주 방면 좌회전→신탄진로 따라 약 4.5km 이동 후 대청호 방면 우회전→32번 지방도 따라 이동→대청댐휴게소 주차장 도착

 

숙박 정보
· 한일관광호텔 : 동구 용운로, 042)283-4401
· 태웅관광호텔 : 동구 대전로839번길, 042)224-8000
· 코스모스관광호텔 : 동구 동서대로1695번길, 042)628-3400, www.cosmoshotel.net
· 호텔선샤인 대전 : 동구 동서대로, 042)620-6500, www.hotelsunshine.kr


식당 정보
· 할먼네집 : 매운탕, 동구 대청호수로, 042)273-2225
· 더리스 : 바비큐, 동구 냉천로, 042)283-9922
· 조선 : 오리백숙, 동구 회남로79번길, 042)273-6143
· 후루룩손칼국수 : 낙지볶음면·손칼국수, 유성구 반석로11번길, 042)825-7565


주변 볼거리
계족산 황톳길, 한밭수목원, 대전문화예술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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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