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특별기획> '적신호' 켜진 대기업 총수들 건강 체크

수고들 하십니다! 그런데 안녕 하십니까?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건강에는 왕도가 없다. 다 가진 재벌 총수들도 어쩌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건강.'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심장 질환으로 재벌 총수들에게 '건강 주의보'가 내려졌다. 총수들이 고령이거나 투병 중인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총수의 건강 악화는 경영공백뿐만 아니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경영권 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등 중대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픈' 회장님을 조명해봤다.

재계 1위 삼성그룹 수장이 쓰러졌다.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밤 10시56분께 호흡곤란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위급한 상황을 보여 인근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직후 심장마비가 발생해 심페소생술을 받았다. 몇 분만 늦었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조치로 심장기능을 회복한 이 회장은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스텐스 시술 후
건강 회복 중

11일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고 다음날 아침 인공 심폐기인 '에크모'를 떼고 기능이 약해진 심장과 장기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체온을 32∼34도 수준까지 낮춰 24시간 정도 유지하는 '저체온 치료'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심장 기능과 뇌파가 안정적인 상태이며 당분간 진정치료를 계속 받을 예정이다. 그룹 측은 현재 이 회장을 일반병실로 옮기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 호흡기 관련 질환을 주로 앓아왔다. 1999년 폐 부근 쇄골 밑 림프절에서 선암세포가 발견됐다 림프절이 확대된 증상이 나타나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 회장은 꾸준히 주치의의 검진을 포함해 연 2회 종합정기검진도 받아왔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의 암전문 병원으로 손꼽히는 미국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검진도 받았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을 당시에는 저혈당 피로증을 호소했다. 2009년 초에는 기관지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4일간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지난해 8월에는 폐렴 증상으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건강악화설이 돌았지만 퇴원 후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이상설을 일축했다.

지난해 날씨가 추워지면서 연말과 연초에 하와이 등 따뜻한 나라에서 요양하면서 건강관리를 해왔다. 최근 거동에 불편함이 있어 회사관계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지만 거동과 관련한 질환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연초 신년행사를 마친 뒤 1월11일 출국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머물다 지난달 17일 귀국한 뒤 출근경영을 이어 왔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건강 관리를 해온 만큼 이 회장의 심장 질환 소식은 재계를 뒤흔들었다. 이 회장은 알아주는 골초였지만 99년 폐 수술 직후 담배를 뚝 끊었다. 어릴 때부터 배운 승마·골프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졌고 일본 유학시절에는 레슬링을 배우기도 했다. 매일 아침 저녁 걷기 운동을 해왔고 겨울철에는 스키를 즐겼다.

이 회장의 심장 질환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건강 문제가 재계에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고령으로, 또 다른 일부 총수들은 건강 악화로 해당 기업들은 긴장의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 1·2세대 지고 후계 3·4세대 시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 "투병 적지 않아"

중환으로 투병 중인 총수는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과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이다. 조석래 회장은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담낭은 간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장기로 소화효소가 포함된 쓸개즙을 배출해 지방 등 영양분의 분해 작용을 돕는다. 일반인에게는 담낭이라는 이름보다 '쓸개'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기소된 조 회장은 사울대병원에서 심장 부정맥 증상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조 회장에 대한 재판은 6월 중순경 재개될 예정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아 3년째 입원 중이다. 현재 간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전 회장은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12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2년 6월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현재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모친 이선애(86) 전 태광그룹 상무도 건강이 좋지 않다. 이 전 회장과 함께 법정구속됐다가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3년 1월에는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되면서 재수감됐지만 두 달 뒤 고령성 뇌경색, 치매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이후 세 차례나 연장했다. 이 전 상무는 지난 3월20일 급성 뇌경색이 상당부분 치유됐고 치매 증상도 완화됐다는 의료기록을 토대로 재판부가 형집행정지연장을 불허키로 해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1년6개월의 수감생활을 겪은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도 건강이 좋지 않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된 김 회장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을 통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김 회장은 구속기간 동안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당뇨, 우울증, 섬망 등의 증세가 겹쳐 서울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섬망은 다양한 신체 질환으로 인해 동반되는 질병으로 갑자기 의식과 주의력이 흐려지면서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심하면 환각이 동반되기도 하는 노년기에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다. 노인들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특성상 가족들을 물론 때로는 의료인들마저도 치매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회장 수감생활
기업 노심초사

김 회장은 지난 5월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 앵커리지로 향했다가 지난 2일 귀국했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의 치료로 병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다시 종로 가회동 자택에서 머물며 마무리 치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금은 전액 납부했지만 사회봉사는 신병치료로 연기된 상태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은 희귀 유전병과 말기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이 회장이 앓고 있는 유전병은 '샤르코-마리-투스병'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CMT라고 불리기도 하는 병으로 손발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 심하면 걷지도 못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검찰 출석을 할 때 구부정하게 걷거나 특수신발 등 보조기구를 이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 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MT의 근본치료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이다. 심해지면 근육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36명 꼴로 발생하며50대를 넘어서 급격히 악화된다.

운동·식습관
평소 관리법은?

만성신부전증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이 회장의 신장 기능은 정상인보다 기능이 10% 이하로 감소한 상태.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서울구치소 내 병동에 최근 재수감됐다. 그는 신장 이식 수술 후 고용량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후 치료를 받는 동안 체중은 10kg 이상 빠졌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재수감에 따라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94년 처음 고혈압을 확인하고 97년에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 판정을 받은 후 약물치료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657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같은 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수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석방된 바 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바이러스 감염 등을 이유로 3개월간 2차 구속집행정지를 연장,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이 회장 측은 항소와 함께 3차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 4월 말 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삼성과 한화, 효성, CJ, 태광 등이 총수 건강 악화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반면, 일부 기업은 "우리 회장님은 괜찮다"며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해당 기업 총수의 건강관리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몽구(76)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왕성하게 국내·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로 건강이 괜찮은 편이다. 경복고 시절 럭비부 주장을 맡았을 만큼 강골이다. 새벽 6시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 어김없이 출근한다. 골프는 가끔 치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다. 술은 적당히 하지만 담배는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사는 한식을 위주로 한다. 국내외 사업장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자주 나가는 행보는 현재 건강 상태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2010년 정기검진에서 발견돼 심장 점액종 제거 수술을 했으며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수감됐다 2개월 만에 풀려났을 때 협심증, 고혈압 진단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석방 직후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정밀진단과 치료를 받았다. 구속 전에는 강남성모병원 호흡기 내과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았다.

창업 1세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신격호(92)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별다른 질환은 없지만 워낙 고령인 탓에 건강이상설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신 총괄회장은 매년 5월 첫째주 일요일에 신 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열어온 고향잔치를 올해에는 연기했다.

그룹 측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연기 이유를 밝혔지만 업계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까지 고려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은 매일 한 명씩 계열사 대표를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겸 숙소로 불러 보고를 받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게 롯데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신 총괄회장은 가리는 음식이 없다. 술과 담배는 수십 년 전부터 멀리해왔다.

심근경색·각종 암 경계
우울증에 희귀병도 발병

이동찬(92)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대외활동이 많지는 않지만 지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개최한 제14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국내 제약업계 큰 어른인 강신호(88) 동아제약 회장도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의 여러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골프를 즐길 정도다. 골프 정규홀을 이동카트 없이 6시간 동안 걷는가 하면 동아제약이 주최한 국토대장정에 참가하기도 했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소식'을 건강비결로 꼽는다. 그의 식사량 제한은 유명하다.

총 식사량을 100으로 보면 '아침 30, 점심 40, 저녁 30'이 강 회장의 식사 비율이다. 맵고 짠 음식은 멀리하고 아침은 필수다. 아침 식단은 토스트 혹은 인절미 세 개, 주스 한 잔으로 가볍게 해결한다. 자사에서 만드는 건강음료나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눈에 띈다. 지난 3월에는 조선호텔에서 동아쏘시오그룹 지주회사인 홀딩스 출범 1주년과 함께 자신의 미수연을 알렸다.

구본무(69) LG그룹 회장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 평소 러닝머신 걷기와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주말에는 거래처 관계자나 계열사 임원, 지인들과 골프장을 돌면서 걷는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술은 적당히 즐기지만 담배는 안 피운다. 구자경(89) LG그룹 명예회장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지난 7일 천암연암대학 개교 40주년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해 학교를 둘러보기도 했다.

허창수(66) GS그룹 회장 역시 건강에 문제가 없다. 182cm의 큰 키를 자랑하며 평소 골프와 테니스로 몸 관리를 한다. 테니스 실력은 아마추어 선수급. 걷는 것을 좋아해 재벌 총수치고는 일반인 눈에도 비교적 자주 띈다. 해외출장 시에도 구두와 함께 워킹화를 꼭 챙긴다. 임원들에게 만보기와 워킹화를 나눠 주기도 했다. 술은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마시지만 담배는 전혀 안 태운다.

조양호(64) 한진그룹 회장도 183cm의 큰 키에 건강체질을 자랑한다. 술과 담배, 골프를 안해 '3무 회장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 회장은 등산 마니아다. 틈이 나면 전국의 내로라하는 사찰을 찾아간다. 산에서 사진 찍는 것이 취미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다. 해외출장 시에는 현지 음식을 많이 먹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생생하다지만
"안심 이르다"

박삼구(69)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타고난 강골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야구·탁구·농구 등 운동이란 운동은 죄다 섭렵했다. 담배도 끊었다. 아시아나항공 사장직을 맡은 뒤로 전직원 의무 금연을 선포했다. 기내 금연과 기내 담배 판매 중단도 지시했다. 회장 취임 전에는 수영으로 몸 관리를 했고 이후에는 골프로 건강을 단련하고 있다. 박 회장도 등산을 즐긴다. 매년 초 계열사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과 등산을 같이한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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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