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AJ렌터카 '위약금 실태'

고객이 봉? 손님 무서운 줄 모르고…

[일요시사=경제팀] 이창근 기자 = <일요시사> 953호에 게재된 ‘AJ렌터카 불법영업 실태 채널조직해부’ 기사가 나간 후 신문사에는 무수한 전화가 걸려왔다. 그중에는 ‘어떻게든 먹고 살려는데 왜 그런 기사를 냈느냐’는 채널영업자의 항의도 있었고, ‘현실은 더 처참하다. AJ가 너무 나쁘다’는 또 다른 채널영업자들도 있었다. 인상 깊었던 전화는 AJ렌터카로부터 위탁을 받아 장기렌트 영업을 했던 전직 영업직원의 전화였다.
 
이 영업직원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AJ렌터카의 고객정보가 어떻게 관리되고 유통되었는지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털어놓았다. 이밖에도 ‘AJ렌터카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다가 결국 뒤통수를 맞고 큰 손해를 보았다’는 협력사 대표의 사연도 알게 되었다. 후속 보도에 앞서 이번 호에는 차량출고 전 계약 철회한 고객에게 위약금을 물린 AJ렌터카의 실태를 공개한다.

AJ렌터카는 최근 전주 소재의 한 중소기업과 위약금 소송을 벌려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패소한 업체의 대표는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지만 AJ렌터카를 상대로 한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무엇보다 해약의사를 밝힌 시점이 차량 출고 이후라는 점과 자발적으로 보증보험증권을 발급해 준 점에서 재판부의 판단이 번복되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거의 협박식 징수
 
이 사례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자 AJ렌터카는 “차량이 출고가 된 이후 계약이 철회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약금을 부과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만약 차량이 출고되기 전에 계약철회를 했다면 어떠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일요시사>는 전직 AJ렌터카 영업직원과 ‘AJ렌터카의 고객 개인정보 관리실태’에 대해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차량 출고 전에 계약을 해지했음에도 위약금을 부과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음을 알게 됐다.
 

이후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남궁 준씨다. 한 토목회사의 경기지사를 운영하고 있던 남궁씨는 작년 7월 말 홈쇼핑에서 AJ렌터카 방송을 보고 상담 요청,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장기렌트를 신청했다. 또한 신규차량의 출고 전까지 구형 제네시스를 배차 받아 사용했다.
 
그러던 중 남궁씨는 8월 초 본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연쇄 도산을 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영업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계약해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 계약서 체결 당시 위약금 조항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위약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했다. 이에 영업직원은 일단 차량이 출고되지 않았지만, 위약금 부분은 본사에 연락해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얼마 후 영업직원으로부터 ‘100만원의 위약금이 발생했다’는 연락이 왔고, AJ렌터카로부터도 위약금 100만원을 납부하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차량 출고 전 계약해지 해도 위약금 물어
“받으라 본사 지시 있었다”영업직원 실토
 
문자를 받은 남궁씨는 AJ 본사에 전화를 걸어 “회사가 부도가 나서 당장은 위약금을 내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했다. 시간을 좀 유예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위약금을 내지 않으면 계약 시점에 발행한 보증보험증권 해지 서류를 해 주지 않겠다”는 것. 결국 남궁씨는 한 달 뒤에 없는 돈을 짜내서 위약금 100만원과 구형 제네시스 사용료 64만7000원을 함께 송금하고서야 관련서류를 받아 보증보험을 해지할 수 있었다. 
 
남궁씨는 이 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음을 기억하고 있다. 위약금이 어떻게 계산이 되기에 102만3000원처럼 우수리 돈이 안생기고 100만원으로 딱 떨어지는 금액이 되는지 의구심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사전에 청구서를 발행해 주거나 추후라도 정산내역서를 줬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 없이 돈만 받아갔다는 점도 불쾌했다.
 
 
단돈 100원이라도 고객 돈을 받아가는 회사라면 청구서를 주고 내역을 확인시켜주는 게 정상인데 AJ렌터카는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돈 내놔라, 안 그러면 보증보험증권 해지 서류 못 준다’는 식으로 고객을 협박하는 형태는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 AJ렌터카의 위탁을 받아 남궁씨와의 계약을 중개했던 홈쇼핑 콜센터 소속 영업직원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때 남궁 사장님 해약전화를 받고 본사에 보고를 했는데, 위약금 100만원을 받아 오라는 지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차량 출고 전인데도 고객에게 위약금을 물게 하라는 게 말이 안 됐던 일이라 명확히 기억한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다른 건도 두어 건 더 있는데, 그때도 위약금이 100만원이었다.”   
 
어떻게 딱 100만원?
‘묻지마’이상한 계산법
 
남궁씨는 본지와의 인터뷰 이후 다시금 AJ렌터카에 연락을 했다. 차량이 출고되기 전에는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위약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작년에 송금한 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남궁씨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높다. AJ렌터카 측이 “남궁씨가 납부한 것은 위약금이 아니라 장기렌트 계약을 전제로 빌려준 차량 비용이 계약해지에 따라 단기렌트 비용으로 계산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덧붙여 “제네시스의 정상적인 렌트비용이 1일 44만원이라 18일 사용료 792만원에 대하여 80%가량 감면해줬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궁씨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네시스 렌트비용이 하루 44만원이면 한 달에 1320만원이라는 말인데 렌터카 업체 어디를 가도 월 150만원 안팎이면 빌릴 수 있다는 반론이다. 또한 그때는 아무 설명도 없다가 이제 와서 언론사가 취재를 하니까 80% 깎아줬다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80%는 무슨 기준으로 깎아준 것이냐고 되물었다. 
 
“내가 언제 깎아달라고 했나. 돈 받아가면서 소비자에게 내역설명도 안 해주는가. 그렇게 설명해주고 깎아준 거라면 누가 손가락질을 하겠는가?” 
 
특히 AJ렌터카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들은 반문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시장 흥정하듯
 

“담당자의 답변이 가관이다. ‘왜 그때 청구서를 달라고 안했느냐’고 되묻다니 이게 무슨 회사인가. 고객을 졸(卒)로 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아주 한심한 작태다.” 
 
알아서 감면해줬다는 AJ렌터카의 답변에 거품을 무는 남궁씨는 더 이상 AJ렌터카가 법규를 모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횡포를 부리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100만원을 돌려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시정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만간 공정거래위나 소비자보호원에 호소하겠다는 생각도 이 때문이다. 남궁 씨의 날 선 비판 앞에 AJ렌터카가 어떻게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manchoic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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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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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