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정치권 권력재편 시나리오

세월호에 휘말린 정국…비주류 뜨고 주류 진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여야 정치권의 권력지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 7·30재보선 등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지난 8일 여야 원내사령탑(원내대표) 교체를 시작으로 정치권의 권력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로 인해 조성된 이른바 '세월호 정국'도 권력재편 움직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권력재편 시나리오를 전망해봤다.

정치권력을 바꾸는 것은 선거다. 작게는 당내 경선에서부터 시작해 크게는 전국규모의 선거까지 모든 선거는 정치권력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8일 이뤄진 여야의 새 원내대표 선출을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6·4지방선거→7·14새누리당 전당대회→7·30재보선' 등 주요 정치일정은 현재의 정치권 권력지형을 바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줄줄이 예고된 선거
권력지형 바꿀 기회

5~7월 권력재편기를 맞은 새누리당은 그 시작으로 이완구 의원(충남 부여·청양)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경쟁자 없이 추대형식으로 선출된 이 원내대표는 5월15일 황우여 당대표 이하 당 지도부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7·14전당대회까지 당대표의 역할을 겸하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당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예정이다.

충남에서 3선 의원, 충남지사까지 지낸 이 원내대표는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범친박(친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된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지난 2009년 당시 이명박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데 뜻을 함께해 충남지사직까지 던지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비박계로 분류되는 3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임명됐다. 또 야당과의 실무 협상을 담당하는 원내수석부대표는 친박계 재선의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이 임명돼 충청과 TK(대구·경북) 조합의 임시지도부가 꾸려졌다.

이 원내대표의 선출은 차기 당대표 선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당권경쟁은 지난해 10월 재보선을 통해 친박 원로 서청원 의원(경기 화성시갑)이 원내에 복귀한 후 줄곧 비주류인 김무성 의원(부산 영도)과 서 의원이 양강구도를 형성해왔다.

여기에 충청권의 맹주를 꿈꾸는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이 가세하며 3파전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특정지역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당대표-원내대표는 같은 지역 출신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라 이 원내대표와 고향이 같은 충청도인 서 의원과 이 의원의 당권쟁취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새 원내대표 선출, 권력재편 신호탄
권력지형 바꿀 주요 선거일정 줄줄이 대기

반면 PK(부산·경남)를 지역기반으로 하는 김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에는 'PK-충청-TK' 지역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균형감 있는 지도부가 꾸려질 수 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여파로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친박계를 대표하는 서 의원보다 비주류인 김 의원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의 출신지역과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상대적으로 김 의원이 유리해졌다는 의미다.

세월호 여론악화
당심도 이상기류

실제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론악화는 당심의 이상기류로도 이어져 친박계 인사들의 당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시장 후보경선에서 친박계 후보인 조원진·서상기 의원을 제치고 비박계인 권영진 전 의원이 후보로 낙점된 것은 친박계의 추락한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외에도 대구 외 광역단체장 후보경선에서 '비박의 약진'이 도드라지고 있는 현상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친박계가 차기 당권, 대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기류가 7·14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경우 친박계는 차기 당권은 물론, 최고위원 입성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에 친박계 일부에선 서 의원을 대신해 친박계 대표로 최경환 전 원내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7·14전당대회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그간 원내대표를 맡으며) 심신이 지쳐 있어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라며 차기 당대표 도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재로서는 판을 흔들 수도 있는 최 전 원내대표의 당권도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셈이다.

연장선에서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여당은 청와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일방통행식 관계를 맺어왔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지금의 기류대로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바뀌게 될 경우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지지율이 추락한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패하고, 전당대회에서도 비박계가 당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에는 조기 레임덕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선의 부상
신주류의 몰락?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의 권력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8일 박지원계로 분류되는 3선의 박영선 의원은 헌정사상 첫 교섭단체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주목할 부분은 1차 투표에서 전체 128명의 표 중 52표를 얻은 박 원내대표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신주류의 물밑 지원을 받은 4선의 이종걸 의원(21표)과 친노(친노무현)계의 지원을 받은 3선의 노영민 의원(28표), 정세균계의 지원을 받은 3선의 최재성 의원(27표) 등 만만찮은 경쟁자들을 모두 제쳤다는 점이다.

특히 1차 투표에서 신주류가 밀었던 이 의원이 꼴찌를 차지했다는 것은 김-안 공동대표 체제에 대한 원내 반감이 매우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2차 결선 투표에서는 노 의원(59표)을 10표 차이로 제치고 새 원내사령탑에 선출됐는데, 이는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원내의지가 반영될 결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 저격수로 활약하며 대여공세의 선봉에 섰고, 19대 국회에서는 상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으며 검찰개혁과 재벌개혁 등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강경파로 분류된다.

새민련 한 당직자는 "박 원내대표의 선출은 지난 1년간 여당에 끌려 다니기만 한 지도부에 대한 반감으로 의원들 상당수가 박근혜정부와 여당에 맞설 수 있는 강단 있고 야성이 강한 원내대표를 원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여-이완구, 충청 출신 원내대표…당권은 PK?
야-박영선의 부상…김한길·안철수 체제 쇠락?

이에 따라 김-안 공동대표 중심의 당 운영이 박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주도권이 옮겨갈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이 나온다. 새민련 한 관계자는 "강경파인 박 원내대표의 선출은 곧 중도개혁 성향의 김-안 공동대표의 쇠퇴를 의미한다"며 "지난 1년 새누리당에서 주도권을 황우여 대표가 아닌 최경환 원내대표가 사실상 잡고 있었던 상황이 이번에는 새민련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니총선급 재보선
지방선거와 연동?

오는 7월30일 열리는 재·보궐선거는 10곳 이상의 지역구에서 열리는 미니총선급 재보선이 될 전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재보선의 규모가 크고, 국회 내 권력지형에도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야의 거물급 원외 정치인들도 다수 출마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 이혜훈 최고위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새민련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권잠룡으로도 꼽히는 일부 유력인사들이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게 될 경우 당내 권력지형뿐 아니라 차기 총·대선에도 그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방선거 이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재보선이 열리는 만큼 지방선거와 재보선 결과는 연동돼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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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