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정치권 권력재편 시나리오

세월호에 휘말린 정국…비주류 뜨고 주류 진다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여야 정치권의 권력지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 7·30재보선 등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지난 8일 여야 원내사령탑(원내대표) 교체를 시작으로 정치권의 권력재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로 인해 조성된 이른바 '세월호 정국'도 권력재편 움직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권력재편 시나리오를 전망해봤다.

정치권력을 바꾸는 것은 선거다. 작게는 당내 경선에서부터 시작해 크게는 전국규모의 선거까지 모든 선거는 정치권력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8일 이뤄진 여야의 새 원내대표 선출을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6·4지방선거→7·14새누리당 전당대회→7·30재보선' 등 주요 정치일정은 현재의 정치권 권력지형을 바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줄줄이 예고된 선거
권력지형 바꿀 기회

5~7월 권력재편기를 맞은 새누리당은 그 시작으로 이완구 의원(충남 부여·청양)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경쟁자 없이 추대형식으로 선출된 이 원내대표는 5월15일 황우여 당대표 이하 당 지도부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7·14전당대회까지 당대표의 역할을 겸하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당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예정이다.

충남에서 3선 의원, 충남지사까지 지낸 이 원내대표는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범친박(친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된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지난 2009년 당시 이명박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데 뜻을 함께해 충남지사직까지 던지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비박계로 분류되는 3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임명됐다. 또 야당과의 실무 협상을 담당하는 원내수석부대표는 친박계 재선의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이 임명돼 충청과 TK(대구·경북) 조합의 임시지도부가 꾸려졌다.


이 원내대표의 선출은 차기 당대표 선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당권경쟁은 지난해 10월 재보선을 통해 친박 원로 서청원 의원(경기 화성시갑)이 원내에 복귀한 후 줄곧 비주류인 김무성 의원(부산 영도)과 서 의원이 양강구도를 형성해왔다.

여기에 충청권의 맹주를 꿈꾸는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이 가세하며 3파전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특정지역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당대표-원내대표는 같은 지역 출신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는 관례에 따라 이 원내대표와 고향이 같은 충청도인 서 의원과 이 의원의 당권쟁취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새 원내대표 선출, 권력재편 신호탄
권력지형 바꿀 주요 선거일정 줄줄이 대기

반면 PK(부산·경남)를 지역기반으로 하는 김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에는 'PK-충청-TK' 지역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균형감 있는 지도부가 꾸려질 수 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여파로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친박계를 대표하는 서 의원보다 비주류인 김 의원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의 출신지역과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상대적으로 김 의원이 유리해졌다는 의미다.

세월호 여론악화
당심도 이상기류

실제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론악화는 당심의 이상기류로도 이어져 친박계 인사들의 당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시장 후보경선에서 친박계 후보인 조원진·서상기 의원을 제치고 비박계인 권영진 전 의원이 후보로 낙점된 것은 친박계의 추락한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외에도 대구 외 광역단체장 후보경선에서 '비박의 약진'이 도드라지고 있는 현상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친박계가 차기 당권, 대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동력을 잃어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기류가 7·14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경우 친박계는 차기 당권은 물론, 최고위원 입성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에 친박계 일부에선 서 의원을 대신해 친박계 대표로 최경환 전 원내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7·14전당대회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그간 원내대표를 맡으며) 심신이 지쳐 있어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라며 차기 당대표 도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재로서는 판을 흔들 수도 있는 최 전 원내대표의 당권도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셈이다.

연장선에서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여당은 청와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일방통행식 관계를 맺어왔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지금의 기류대로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바뀌게 될 경우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지지율이 추락한 박 대통령이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패하고, 전당대회에서도 비박계가 당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에는 조기 레임덕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선의 부상
신주류의 몰락?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의 권력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8일 박지원계로 분류되는 3선의 박영선 의원은 헌정사상 첫 교섭단체 여성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주목할 부분은 1차 투표에서 전체 128명의 표 중 52표를 얻은 박 원내대표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신주류의 물밑 지원을 받은 4선의 이종걸 의원(21표)과 친노(친노무현)계의 지원을 받은 3선의 노영민 의원(28표), 정세균계의 지원을 받은 3선의 최재성 의원(27표) 등 만만찮은 경쟁자들을 모두 제쳤다는 점이다.

특히 1차 투표에서 신주류가 밀었던 이 의원이 꼴찌를 차지했다는 것은 김-안 공동대표 체제에 대한 원내 반감이 매우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2차 결선 투표에서는 노 의원(59표)을 10표 차이로 제치고 새 원내사령탑에 선출됐는데, 이는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원내의지가 반영될 결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 저격수로 활약하며 대여공세의 선봉에 섰고, 19대 국회에서는 상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으며 검찰개혁과 재벌개혁 등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강경파로 분류된다.

새민련 한 당직자는 "박 원내대표의 선출은 지난 1년간 여당에 끌려 다니기만 한 지도부에 대한 반감으로 의원들 상당수가 박근혜정부와 여당에 맞설 수 있는 강단 있고 야성이 강한 원내대표를 원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여-이완구, 충청 출신 원내대표…당권은 PK?
야-박영선의 부상…김한길·안철수 체제 쇠락?

이에 따라 김-안 공동대표 중심의 당 운영이 박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주도권이 옮겨갈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이 나온다. 새민련 한 관계자는 "강경파인 박 원내대표의 선출은 곧 중도개혁 성향의 김-안 공동대표의 쇠퇴를 의미한다"며 "지난 1년 새누리당에서 주도권을 황우여 대표가 아닌 최경환 원내대표가 사실상 잡고 있었던 상황이 이번에는 새민련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니총선급 재보선
지방선거와 연동?


오는 7월30일 열리는 재·보궐선거는 10곳 이상의 지역구에서 열리는 미니총선급 재보선이 될 전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재보선의 규모가 크고, 국회 내 권력지형에도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야의 거물급 원외 정치인들도 다수 출마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 이혜훈 최고위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새민련에서는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권잠룡으로도 꼽히는 일부 유력인사들이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게 될 경우 당내 권력지형뿐 아니라 차기 총·대선에도 그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방선거 이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재보선이 열리는 만큼 지방선거와 재보선 결과는 연동돼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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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