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SBI저축은행 ‘바빌론’

서민용인데 서민은 안 된다?

[일요시사 =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친구론 안된다. 바빌론은 된다. 바로 빌려주는 바빌론…”

SBI저축은행이 간판상품 ‘바빌론’을 내세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바빌론’ 상품을 홍보하면서 서민을 위한 저축은행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높은 신용등급의 고객에게조차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외계층을 위한 상품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최근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 A씨는 SBI저축은행에 대출을 문의했다가 생각보다 높은 금리에 놀랐다. 평소 체크카드를 쓰고 한 번도 연체금액이 있었다거나 대출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낮은 금리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높은 금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이 제시하는 직장인론의 최저 금리는 9.9%였지만 A씨에게 적용되는 대출 금리는 20%가 넘었다. A씨가 대출 금리가 높은 이유를 물었지만 SBI저축은행으로부터 “확인해보니 그렇게 나왔다”는 앵무새같은 답변만 돌아왔다.

최저금리 현혹

바빌론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당시 ‘알프스론’을 모태로 한 상품이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계층간의 양극화 현상으로 은행, 카드, 캐피탈 등 기존 금융기관 서비스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이 증가했다. 당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이러한 서민금융 계층을 위한 상품으로 알프스론을 출시했다. 

알프스론을 모태로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바빌론을 출시했다. 바빌론은 ‘바로 빌려주다’의 줄임말로 쉽고 빠른 대출을 뜻한다. 현재 바빌론은 SBI저축은행의 간판상품이다. 대출을 하는데 별도 서류 제출 없이 대출신청 1∼2시간 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각광 받고 있다. 스피드론과 직장인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바빌론의 총 계좌수는 15만7521건, 8848억원의 잔고를 기록 했다. 문제는 높은 대출 금리다.

우선 스피드론은 누구나 대출 신청이 가능한 상품으로 당일 신청해 당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약정금리는 25.7%에서 34.8%까지로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무서류, 무방문 대출 신청이 가능해 신속한 대출심사를 받을 수 있다.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구비서류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30%에 달하는 높은 금리가 부담이 되고 있다.

직장인론은 크게 직장인, 우량직장인, 탑클래스 직장인으로 나뉜다. 직장인의 약정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9.9∼34.8%, 대출은 3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바빌론 직장인은 재직확인이 가능한 직장인이면 누구나 신청가능하다. 최저 연 9.9%, 최대 60개월까지 분할상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해 신용등급이 1등급이라도 최저 금리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실제 대출이 이뤄지기도 전 대출에 대한 자문을 구하려면 SBI저축은행에 지나치게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제공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뿐 아니라 다니는 직장명, 직장정보, 직책, 4대 보험 가입여부, 결혼여부, 유입경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대출에 대한 설명은 들을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량직장인은 일반 직장인보다 대출할 수 있는 조건이 더 좋다. 약정 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9.9∼27.9%, 대출한도금액은 6000만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우량직장인에 해당하는 직장인은 재직기간이 18개월 이상인 정규직 직장인이고 기업등급 확인이 가능한 기업에 다녀야 한다. 말 그대로 우량직장에 재직중인 사람을 말한다. SBI저축은행에 따르면 CRETOP에 등재된 기업에 재직 중인 사람이다. CRETOP은 기업과 소비자 신용정보 및 각종 경제정보를 제공하는 신용정보 포탈 서비스다.

소액은 별도 서류 없이 1∼2시간 내 대출
최저 9.9% 광고…고객들 대부분 20% 넘어


탑클래스 직장인의 약정 금리는 7.7∼19.9%로 가장 낮다. 대출한도금액도 6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다만 탑클래스 직장인 자격요건에 들어야 한다. 상품명대로 탑클래스 직장인만 대출이 가능하다. 우선 나이는 남성 만 27세 이상, 여성 만 24세 이상이고, 18개월 이상 재직 중인 급여 소득자여야 한다.

직장은 우량기업 재직자, 판검사, 의사, 교육, 경찰, 소방, 외무, 군무원, 대학교 등의 고위 재직자들만 이용 가능하다.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실제 7.7%의 대출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좋은 직장에 다닐수록 낮은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보다는 좋은 직장에 다닐수록 유리한 셈이다.
 

SBI저축은행 측은 자사에 적용되는 신용등급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등급과 다르다며 적극 반박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상품마다 해당되는 최저금리, 최고금리가 다르다”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신용등급이 아닌 은행마다 적용하는 대출금리 자체 신용등급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1등급이라고 하더라도 세부 등급으로 나눠져 10∼20%대 대출 금리까지 갈 수 있다”며 “보험사마다 보험료가 다른 것처럼 신용등급 자체가 대출 금리의 절대 척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용등급이 1등급이라고 해도 적용금리 구간이 넓다는 이야기다.

그는 “시중은행은 신용등급이 높은 고객들이 이용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우리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사실상 저축은행에 대출금리를 문의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시중은행에서 받아줄 수 없는 리스크를 안은 고객일 확률이 많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의 기준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SBI저축은행은 “대출 금리에 대한 신용등급은 금융사마다의 기밀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회피했다.

소외계층 양산?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저축은행의 높은 금리에 대해 소외계층을 위한다는 문구를 내세워 금리장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평균금리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최저만 표기하는 식의 금리가 아닌 평균금리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극소수만 대출 가능한 것을 대부분 가능한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서민에게는 고금리를 적용하는 한편 광고비는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연말까지 월 20억∼25억원의 광고비를 사용했으며, 올 들어서는 월 10억원 안팎을 광고비로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SBI저축은행은 옥외 광고, 버스 승하차문이 열릴 때 돌출되는 노선번호 하단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