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지는' 이통사 제로섬게임 내막

‘일진일퇴’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뺏고 뺏기는 가입자 유치 전쟁이 심각하다. 특히 보조금 대란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나서도 통신3사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숨죽이고 있다가 단독영업 기간을 틈타 경쟁사 고객을 빼내고, 가입자를 빼앗긴 경쟁사들도 불법 보조금을 투입했다며 비판하는 식의 싸움이 반복되고 있다. 영업정지가 모두 풀리는 이달 이통3사의 가입자 뺏기 전쟁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KT가 ‘불법 보조금’ 논란에 휩싸였다. KT는 지난달 27일 단독영업을 재개한 후 이달 2일까지 6일 동안 총 9만391명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했다. 하루 평균 가입자 수는 1만5000명에 달해 경쟁사 고객들이 KT로 갈아탔다. 단독영업 기간 동안 SK텔레콤은 하루 평균 6260명, LG유플러스는 8500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KT는 경쟁사보다 2∼3배 많은 가입자를 끌어 들인 셈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가 보조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불법 영업 의혹을 제기했다. KT는 저가폰 전략과 가정의 달 특수가 맞물린 효과일 뿐 보조금과 상관없다며 경쟁사들의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통3사 공방

그동안 KT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숨죽이고 있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단독영업 기간 45일 동안 14만8700명의 고객을 빼앗겼다. 그런데 단독영업을 재개한 지 6일 만에 가입자 3분의 2를 되찾은 것이다. 경쟁사들은 KT가 보조금을 사용하지 않고 9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 모을 수 없다며 불법 보조금 투입 의혹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S5 같은 최신 단말기에 페이백과 체험폰 정책 등 편법적인 수단을 이용해 9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속속 제기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 및 긴급 실태점검에도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했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은 “KT는 단독 영업 초기부터 갤럭시S5 판매점 직원용 체험폰 정책, 세트정책, 월세지원정책, 휴일 그레이드 정책 등 ‘백화점식 불법 보조금’을 투입했다”며 “갤럭시 노트3, G프로2 등 시장 주력모델에 84만원(기본보조금 64만원, 휴일그레이드 10만원, 세트정책 10만원)의 불법 보조금을 투입해 시장과열을 조장하는 정책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도 KT가 보조금을 투입해 통신사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KT는 보조금을 투입하고서 저가폰 정책 효과로 포장하고 있다”며 “보조금 없이 저가폰 효과만으로 하루 1만명의 고객을 빼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경쟁사라서가 아니라 방통위에서도 KT 조사를 통해 불법 보조금을 투입한 정황을 파악했다”면서 “KT는 갤럭시S5에 86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6800원에 판매하는 등 보조금 상한선(27만원)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쟁사들이 KT 불법 영업 행위에 대한 정황들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KT의 보조금 투입여부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방통위 조사과는 지난 1일 KT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한 단말기 보조금 실태점검을 벌인 데 이어 2일에는 전격적으로 서초동 사옥을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앞서 방통위는 KT의 부사장급 임원을 불러 사전 경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가 영업정지 기간에 단독영업 중인 사업자를 조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KT 단독영업 대박 두고 불법보조금 의혹
KT-SKT-LGU+ 재개 시점마다 '밥그릇 싸움'

KT는 경쟁사들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보조금 투입이 아닌 준비해온 저가폰 전략에 가정의 달 특수까지 더해진 효과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우리는 영업정지 시기동안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준비해왔다”면서 “게다가 영업을 개시한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공교롭게도 연휴기간과 맞물리면서 성수기까지 맞이해 봇물이 터진 것인데 경쟁사들이 비하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3월13일부터 4월26일까지 사업정지명령을 받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단독영업일에 자사 가입자들이 빠져나가는 동안 준비한 전략이 통했다는 부연이다.
 


그는 “(경쟁사들이) 보조금을 풀었다고들 주장하는데 보조금에 대한 증거자료는 출처도 불분명하고 솔직히 자료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며 “그리고 거꾸로 보조금을 풀었다고 하더라도 보조금만으로 그렇게 가입자들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KT를 조사했던 방통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실태조사 당시 불법 보조금에 관한 정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KT의 불법 영업행위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 기간 중 KT가 불법 영업행위를 했다며 미래창조과학부에 신고했다. KT가 4월27일 영업 개시 전 온라인 판매와 대리점에서 사전 예약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불법 기기변경에 관해서도 신고했다. 영업정지 기간에는 2년 이상 기기변경 고객들이나 분실·파손 고객들에게만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KT가 이를 어기고 멀쩡한 휴대폰도 고장 난 것처럼 속여 기기변경을 해줬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SK텔레콤과 KT가 미래창조과학부에 LG유플러스를 신고했다. 당시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 기간 중 ‘사전 예약’ 형태로 가입자를 모집하는 불법 행위를 했다며 관련 자료를 미래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LG유플러스가 단독영업을 시작한 직후인 4월 5일부터 7일까지 번호이동 건수가 2만4000여 건에 달했다는 점을 들어 사전 예약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보조금 경쟁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단독영업 시점이 교차할 시기에는 서로 불법영업을 했다며 공방전을 벌였다. 당시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가 영업재개를 앞두고 스마트폰 온라인 사이트, 대형마트 등에서 최신폰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대규모 예약 가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사실이 아니라며 SK텔레콤이야말로 영업정지를 앞두고 보조금을 뿌렸다고 반격했다.

영업정지와 재개를 교체하는 시점마다 이통3사는 서로를 향한 날선 비방전을 벌였다. 영업을 모두 재개하는 5월, 이통3사는 빼앗긴 가입자를 회복하기 위해 또다시 보조금 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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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