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10색> 월급 안 받는 총수들 속사정 & 노림수

무보수 회장님 “먹고 살 걱정 없는데 뭐...”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보수를 포기하는 그룹 회장님들이 늘고 있다. 이유는 모두 다르다. 경영 복귀 차원에서 '무보수 경영'을 선언한 총수가 있는가 하면 고액 연봉에 따른 비판과 회사의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으로 '무보수 경영'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억에서 수천억에 이르는 배당금 덕분이다.

재벌 총수 중 무보수를 가장 먼저 선언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등기 이사를 사임한 뒤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뒤 '무보수 경영'을 내세우며 그룹을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무보수 경영은 여타 회장과 성격이 다르다. 이 회장은 경영 복귀를 위함이지만 다른 회장들은 고액 연봉에 따른 비판과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보수를 포기하거나 연봉을 반납했다. 

이건희 회장
무보수 첫 시작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보수 전액을 포기했다. SK그룹은 지난 7일 최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 301억원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고 SK C&C 퇴직금 수령도 포기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C&C 등 4개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급여 94억원, 2012년분 성과급 207억원 등 총 30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SK그룹 측은 "지난달 초 회장님이 지난해 받은 보수 전액을 좋은 일에 써야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며 "그룹 차원에서 실무진이 처리 방식과 사용처 등을 놓고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 측은 이어 "회장님은 올해 초 대법원 유죄 판결 이후 보수의 처리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보수공개가 이뤄지자 무척 아쉬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올해부터 SK(주)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의 비상근 회장으로 재직하되 보수는 전혀 받지 않는 집행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수뿐 아니라 작년 실적을 토대로 한 성과급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SK C&C에서도 임원직 사임과 함께 퇴직금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역시 포기하기로 했다. 최 회장의 SK C&C 임원 재직기간은 15년, 퇴직금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배임 등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경영참여를 하지 못했는데도 고액의 보수를 받자 사회적 비판이 일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비판 여론 잠재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생색내기라는 것. 일각에서는 똑같이 사법 처리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비교를 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한화건설을 비롯한 계열사로부터 33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지만 200억원을 반납했다. 나머지 131억원2000만원은 상여금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한화건설에서 52억5200만원, 한화케미칼에서 26억1200만원, ㈜한화에서 22억52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았으며 한화L&C와 한화갤러리아에서도 각각 15억200만원의 상여금을 수령했다.

계열사별 반납 급여는 한화케미칼 49억7300만원, ㈜한화 49억7200만원, 한화건설 34억1400만원, 한화L&C와 한화갤러리아가 각각 33억2400만원이다.

같은 듯 다른 연봉 포기 내막은?
월급 없어도 배당금으로 '떵떵'

한화그룹 측은 "김 회장이 2012년 8월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된 뒤 병원에 입원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만큼 구속 이후 받았던 급여 전액을 반납했다"고 전했다. 반납액 200억원은 김 회장이 법정 구속된 2012년 이후로 정상적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기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모두 반환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 회장 역시 올해부터 계열사 7곳의 등기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김 회장은 경영 복귀 전까지 급여나 상여금 일체를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경영난이 심했던 GS건설로부터 거액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된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고액 연봉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보수를 포기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경영난이 심했던 GS건설로부터 거액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됐다. 지난 3월 공개된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 명단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해 GS건설로부터 급여 15억9500만원에 상여금 1억3200만원을 포함, 17억2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허 회장의 동생인 허명수 부회장도 급여 5억7900만원에 상여금 5600만원으로 6억3500만원을 받았다.

반면 GS건설은 지난해 935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입는 등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GS건설은 지난달 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인운하 사업과 관련한 담합이 드러나 70억79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금융위원회에 플랜트 부문의 대규모 손실과 기업어음(CP) 발행 사실을 숨긴 채 회사채를 발행한 것이 적발돼 2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허 회장이 올해 보수를 포기함에 따라 허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임병용 사장도 올해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GS건설 사내 등기임원 3명 모두 무보수를 선언한 것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6월 고액 연봉 논란이 불거지면서 퇴임했다가 보수를 전액 포기하고 지난 4월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회장직에 복귀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의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를 보면 조 회장은 지난해 총 보수는 '0원'이다.

퇴직소득과 성과급을 포기한 것. 금융지주에서 받을 예정이던 근로소득 2억1384만원과 퇴직소득 9억원, 메리츠화재에서 받기로 한 퇴직소득 33억3230만원과 근로소득 12억595만원 모두를 받지 않았다. 다 합치면 총 56억5209만원이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주머니를 연 회장들도 있다. 한진해운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취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이 흑자가 날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기로 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임시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취임사를 통해 "한진그룹의 인전·물적 자원을 최대한 지원해 한진해운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초일류 해운 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쏟겠다"며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기본급 30%를 자진 반납했다. 황 회장은 지난 1월 KT 분당 사옥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현재 KT는 핵심인 통신사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된 데다 비통신 분야의 가시적 성과 부재,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으로 인해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사활을 걸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준·황창규
기본급 30% 반납

황 회장은 이를 위해 자신의 기본급 30%를 반납하고, 장기성과급 역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의 올해 연봉은 2012년도 KT 회장 대비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T 임원들 역시 기본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KT는 지난해 4분기 6조214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기 대비 8.4% 상승했으나 영업손실 149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2012년 4분기 당기 순이익 적자, 2009년 4분기 영업이익 적자에 이어 3번째 적자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기본급 30%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이 지난 3월 취임 후 처음 열린 임원회의에서 이같이 밝히자 윤동준 경영인프라 본부장은 "회사가 어려운 경영 여건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임원들도 자율적으로 급여 반납에 동참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에 임원 전원은 자율적으로 기본급의 10∼25%를 반납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줄어들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61조8646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2.7% 줄었고, 영업이익은 2조9961억원을 기록해 1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3550억원으로 43.2% 줄었다. 부채비율은 2008년 65.7%에서 지난해 84.6%로 18.9%포인트 높아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주력 계열사 현대상선의 경영난을 고려해 올해 연봉을 30% 정도 줄이기로 했다. 현 회장은 등기임원으로 활동 중인 3개 계열사에서 총 2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 회장은 현대상선에서 8억8000만원,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에서 각각 8억1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지난해 현대그룹은 총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58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재벌 회장들
주수입원은?

금호산업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맡았음에도 연봉은 '1원'에 불과하다. 박 회장은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금호그룹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실패할 경우 등기이사 사임은 물론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는 위험성이 있다.

재벌 회장들이 연봉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곳간은 넉넉하다. 연봉이 아닌 배당금이 주수입원이기 때문이다. 4년째 연봉이 '0원'인 이건희 회장은 배당금만으로도 재계 총수 가운데 소득 '1위'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대주주 일가와 주식을 보유한 임원 등 2742명 가운데 이 회장은 배당금이 1078억6400만원으로 지난해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714억원), 삼성생명(352억원), 삼성물산(11억원) 등이다.

고액연봉 논란에 수백억 포기
경영난 등기임원도 봉급 반납


301억원의 연봉으로 랭킹 1위에 올랐던 최태원 회장은 배당금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최 회장은 SK(주), SK케이칼, SK C&C, SK하이닉스 등 4개 계열사로부터 285억7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전년보다 20% 늘어난 금액이다. 배당금의 99%는 SK C&C에서 나왔다. SK C&C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최상위 지배회사다. SK C&C의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1250원에서 올해 1500원으로 상승했다.

김승연 회장은 67억9000만원의 비교적 적은 배당금을 받았지만 200억원의 연봉을 제외하고 남은 131억2000만원의 연봉을 합쳐 연간 수입 6위를 기록했다.

허창수 회장은 2012년에 비해 반토막이 나긴 했지만 올해 6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허 회장이 대주주인 GS건설이 실적 부진에 따라 배당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
잠재우기

조양호 회장은 배당금 3억원을 받아 10대 그룹 총수 중 꼴찌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등 한진 주요 계열사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조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사에서 총 58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27억3545만원, 한국공항이 19억8175만원, ㈜한진이 10억8175만원 등이다.

조 회장은 이들 회사 외에 한진해운홀딩스, 한진정보통신, 정석기업, 한진칼, 한진관광, 토파스여행정보 등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의 등기이사도 맡고 있어 실제 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연봉지급액이 5억원을 넘지 않거나 기업규모가 연봉공개 기준에 미치지 못해 조 회장의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는 와중에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낸 현대유엔아이에서 적립금까지 끌어다 1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현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도 유엔아이에서 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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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