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스코어’ 지켜줄 체크리스트 5

벼락치기 연습은 독약 “평소에 꾸준히 노력하라”

골프와 노력의 공통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기본을 살피는 게 가장 느린 것 같지만 빠른 방법이다. 프로골퍼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올 봄 라운드 때 스코어를 지켜줄 스윙과 코스공략의 비결을 알아봤다.

시간 많다면 기술을 잊어라
‘멀리’라는 단어 대신 ‘안전’
볼 띄우려면 아래로 내리쳐야
충분한 연습으로 기본기 닦아야

▲리듬만 생각하라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스윙기술은 잊어버리는 게 좋다. 사실 스윙의 기술적인 요소는 몸의 움직임에 맡겨두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부분이 많다. 진짜 중요한 건 리듬이다. 리듬과 속도만 맞추면 테이크 어웨이-백스윙-스윙 톱-방향전환-다운스윙-임팩트-폴로스루-피니시로 이어지는 스윙의 각 단계가 일체감 있게 이뤄진다.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의 대명사 어니 엘스(남아공)는 “가끔씩 스윙의 기술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리듬과 속도만 연습하곤 한다. 드라이버처럼 긴 클럽일수록 더욱 그렇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이런 연습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티샷은 안전 위주로
페어웨이를 지키는 일은 프로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10배는 더 중요하다. 프로들은 티샷을 잘못해도 만회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아마추어라면 티샷을 하기 전 ‘멀리’라는 단어 대신 ‘안전’이라는 말에 초점을 맞추자. OB(아웃오브바운즈)나 해저드, 벙커 등을 피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자. 장애물을 피하는 방법은 방향성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80% 정도의 힘으로 스윙을 하자. 클럽 선택에서도 위험지역을 피할 수 있다면 드라이버만 고집할 필요 없이 페어웨이우드나 하이브리드클럽, 아이언을 선택하도록 하는 게 좋다. 티샷은 장타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샷에서 얼마나 자주 그린에 올릴 수 있게 하는지 보여주는 샷이다.

▲아이언샷은 다운블로로 내리쳐라
아이언샷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마추어들은 대부분 볼을 공중으로 퍼 올리려 한다. 그러나 볼을 띄우려면 정반대로 해야 한다. 즉 아이언의 종류에 상관없이 볼을 다운블로로 내리쳐야 한다는 얘기다.
보통 아이언은 웨지나 쇼트아이언처럼 로프트가 크지 않기 때문에 퍼 올리려는 동작이 나오기 쉽다. 하지만 로프트에 의해 볼이 떠오르게 돼 있는 클럽의 구조를 믿고 하향타격을 해야 볼이 원하는 궤적으로 날아간다. 임팩트를 통과할 때 가능한 한 오랫동안 가슴이 지면을 향하도록 한다는 생각이 도움이 된다.

▲쇼트아이언은 80% 미만의 힘으로
웨지와 쇼트아이언샷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와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다. 일관성은 컨트롤이 가능한 스윙을 할 때 기대할 수 있다. 쇼트아이언 능력이 뛰어난 선수인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나는 9번 아이언으로 150야드를 보낼 수 있지만 그보다는 8번 아이언을 선택하고 80%의 파워로 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조언한다. 풀스윙으로는 정타(正打) 확률이 희박한 반면, 번호 하나 긴 클럽으로 부드러운 스윙을 하면 볼을 스위트스폿에 맞히기가 쉽다는 설명이다.

▲퍼트는 어깨로, 후방 스트로크를 짧게
드라이버도 1타, 1m 퍼트도 1타다. 짧은 거리 퍼트는 벼락치기 연습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분야다.
은퇴한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짧은 퍼트를 실수하는 원인은 손과 팔만 이용해 살짝 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퍼트 스트로크는 짧지만 손과 팔이 아닌 어깨의 움직임을 이용해 소위 ‘시계추 스트로크’를 해줘야 퍼터 헤드가 올바른 궤도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왼손 지존 필 미컬슨(미국)은 “후방 스트로크와 전방 스트로크의 크기를 1대3으로 한다”는 비결을 공개했다. 후방 스트로크를 크게 하면 헤드를 컨트롤하기가 어렵고 전방 스트로크 도중 퍼터를 의식적으로 감속시켜야 해 궤도와 거리 감각의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골프채를 잡지 않다가 라운드 직전 벼락치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라운드 하루 전날 연습장에 가서 근육이 지치도록 연습하는 사람, 골프장에 와서 장시간 퍼팅 연습을 하는 사람, 심지어 라운드 직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땀에 젖도록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사람 등이 바로 벼락치기의 전형들이다.
라운드 직전의 연습은 근육이 지치고 숨이 찰 정도만 아니면 효험이 있다. 골고루 클럽의 손맛을 익히고 평소 스윙궤도를 재현한 뒤 적당한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첫 홀에서의 드라이버 공포도 사라지고 서너 홀이 지나야 몸이 풀리는 현상도 사라진다. 첫 홀부터 깔끔하게 출발해 가벼운 푸트워크로 라운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비법이 바로 라운드 직전의 적당한 연습이다.
그러나 만인에게 라운드 직전의 연습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라운드 직전 연습의 효험은 최소한 1주일에 두세 번 연습하는 골퍼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라운드 직후 골프백을 차 트렁크나 베란다에 넣어두었다가 라운드 당일 부랴부랴 챙겨 필드로 향하는 사람에겐 직전 연습은 오히려 독약이다.
연습장에선 그럭저럭 맞는 것 같지만 필드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연습장에선 그동안 연습을 못한 탓에 그냥 맞히기나 하겠다는 마음으로 스윙을 하기 때문에 의외로 잘 맞지만 필드에선 욕심이 도져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린다. 특히 안 하던 연습을 했으니 그 대가를 바라는 심리가 발동, 평소의 리듬을 빼앗아버린다.
벼락치기 연습을 해서 망쳤다는 얘기는 자주 듣지만 재미를 봤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학창시절 당일치기나 시간치기 등의 벼락공부로 몇 문제를 운 좋게 맞힌 기억을 갖고 있겠지만 벼락공부로 외운 지식은 교실 문을 나서자마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벼락치기 연습을 하는 사람은 필드에 서는 즉시 머리는 백지로 변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퍼팅이 난조에 빠진 한 골퍼가 전반전을 끝낸 뒤 열심히 퍼팅연습을 하자 캐디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골프에서 벼락공부는 안 통하는데….”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일 것이다. 그린의 성질을 익히고 거리감이나 방향감각을 손에 익히기 위해 잠시 퍼팅연습을 하는 것은 좋지만 평소 게을리 했던 연습을 한꺼번에 해치우려고 덤비는 것은 오히려 그날의 골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라운드 하루 전날, 또는 한두 시간 전에 연습을 하고도 게임을 잘 이끌어 가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평소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게임 직전 연습을 하더라도 리듬이 깨지거나 근육이 지칠 우려가 없다. 평소대로 한 연습이니 대가를 바라는 욕심도 없다. 게임이 잘 풀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갈증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물은 한두 모금이면 족하다. 한 양동이의 물을 욕심내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은 한 바가지도 안 된다. 많은 골퍼들이 게임을 눈앞에 두고 그 동안 게을리 했던 연습량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듯 난리법석을 떠는데 그 짧은 시간에 받아들일 수 있는 연습량은 극히 제한적이다. 소나기는 스며들지 않고 흘러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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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