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세월호 고의침몰 의혹

잘 짜인 각본대로 가라앉았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건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청해진해운 측이 여객선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만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를 방기한 정부당국의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 해경의 구조로 먼저 탈출한 선장 등 승무원 중 일부가 승객들의 탈출을 고의로 지연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불구덩이 같은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YTN>은 세월호 침몰 사건의 배경을 놓고, '고의 침몰' 의혹을 제기했다. <YTN>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의 전신인 온바다해운은 지난 2001년에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여객선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즉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같은 목적으로 여객선 침몰을 유도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보험금이 목적?

이날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온바다해운은 시중에서 매긴 선박가격보다 높은 사고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1년 1월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온바다해운 소속 여객선 '데모크라시 2호'는 인천 옹진군 대청도 근해에서 화염에 휩싸였다.

이때 데모크라시 2호에는 승객 69명과 승무원 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해군함정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배 안에 있던 승객 등 76명을 전원 구조했다. 최초 화재 발생장소는 선박 기관실, 사고 발생 2시간이 채 못돼 여객선은 바다 밑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경찰 조사 결과 데모크라시 2호의 구명장비는 사고 순간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십 개의 구명벌 중 단 1대만 펴졌던 이번 세월호 참사와 동일하다. 당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온바다해운 측에 7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으로 남은 점은 승무원과 해군까지 총동원돼 화재 진압 작전을 폈음에도 선박의 불을 끄지 못했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원인은 불씨가 연료통에 옮겨 붙어 불길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누군가에 의한 '고의 방화' 의혹은 끝내 규명되지 않았다.

이른바 '데모크라시 2호 사건'은 다행히 배에 타고 있던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정모 순경(당시 28세)의 기민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정 순경은 기관실에서 연기가 새나오는 것을  수상쩍게 여기다가 객실 내로 검은 연기가 밀려들자 승객과 승무원을 출구 쪽으로 우선 대피시키고, 관계당국에 빠른 구조요청을 했다. 특히 정 순경은 배에 남은 75명을 모두 구조선에 피신시키고, 자신은 끝까지 남아 마지막에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순경이 없었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지 모르는 데모크라시 2호 사건. 그런데 불과 두 달 뒤인 3월 초, 전남 여수항에 정박해 있던 온바다해운 소속 '데모크라시 3호'는 원인 모를 화재로 침몰했다. 그날 데모크라시 3호에는 승객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출항 중이었다면 끔찍한 재앙이 우려됐던 상황이다. 한 여객선 선장은 "화장실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는데 사고 원인을 못 찾았고 당직자는 기관사였다"고 말했다.

수상한 선장과 선원들
일부러 승객탈출 지연?

이처럼 유야무야된 '데모크라시 3호 사건'으로 온바다해운 측이 챙긴 보험금은 28억원, 앞서 벌어진 '2호 사건'으로 벌어들인 보험금은 23억원이다. 이들 여객선 모두는 화재에 취약한 강화섬유플라스틱 선체인데다 중고선박이라 책정된 보험가가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온바다해운 측은 예상가보다 2~3배에 달하는 보상금을 챙겼는데 관련한 내막을 놓고 보험금을 노린 고의 침몰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고 <YTN>은 보도했다.

실제로 온바다해운은 지난 2006년 경영난을 이유로 자산과 직원이 청해진해운에 흡수됐는데 청해진해운과 관계된 세모해운 등의 선박은 그간 잦은 고장과 사고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사측은 안전상 위험에도 낡은 선박을 돌려 막는 수법으로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세모해운·온바다해운·청해진해운으로 이어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련한 재산 증식 과정에 선박사고 보험금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세월호 역시 사고 전 114억원 상당의 선체보험을 들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사측이 선원들에게 입막음을 시켰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부)는 세월호 침몰을 앞두고 선원들이 사측과 통화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지난 30일 알렸다. 합수부는 침몰 당일 오전 9시3분께 청해진해운 측이 선장에게 전화를 걸어 약 30초간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는 세월호가 해경 측에 구조요청을 한 직후 이뤄진 통화다. 또 선장의 통화보다 2분 앞선 9시1분께는 세월호에 있던 객실 매니저가 사측에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즉 긴박한 상황에서 승무원이 회사에 먼저 '보고'를 하고, 회사가 다시 선장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9시41분까지 청해진해운 관계자는 세월호 일등항해사와 5차례에 걸쳐 통화를 했는데 발신번호는 모두 청해진해운으로 밝혀져 현장 대응을 지시한 배후가 청해진해운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또 청해진해운 최고경영자가 사실상 승객의 퇴선을 막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선장은 운행 중 휴대전화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현장 지휘에 한계를 보였다. 때문에 사고 직후 사측이 항해사 등을 이용해 선장을 조종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들의 통화는 퇴선명령 등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사고 후 보험금을 타낼 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공모였을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배를 빠져나온 선장과 항해사, 조타수 등은 한목소리로 세월호의 복원력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죽을 걸 알면서도

<한겨레>에 따르면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은 최초 신고부터 탈출까지 약 40분의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승객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고 조타실에 모여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원력이 좋지 않아 배가 가라앉을 걸 뻔히 알면서도 입을 맞추느라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또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구조정 1척이 먼저 현장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승객으로 위장해 빠져나가려 한 것이다. 방송시스템도 정상 작동됐지만 "방송이 불가하다"며 거짓말을 했다. 이를 종합하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다른 승객들에게는 고의로 탈출 안내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추론되고 있다.

현재 수사본부는 생환한 승무원들에게 전담 검사를 붙여 고강도 밀착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양심이 있다면 '고의 침몰' 의혹과 '고의 탈출 지연' 의혹에 대해 진실을 말할 것을 기다려 본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준석 선장 미스터리 "여자 끼고 술판?"


최근 이준석 선장이 구조되는 영상이 언론에 공개된 가운데 그의 당일 행적에 의문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자를 끼고 술판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영상 속 이 선장은 속옷차림이다.

그는 최초 당일 행적을 묻는 질문에 "담배를 피러 갔다"고 진술했지만 추궁이 이어지자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이 선장 등 승무원들이 구출 직전까지 함께 있던 조타실에는 중년의 한국 여성과 필리핀 여가수 등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조타실은 '관계자 외 통제구역'이며, 두 여성은 선장이 구조된 직후 경비정에 의해 구출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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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