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이상한 보너스’ 논란

적자났는데…눈치 없이 돈잔치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재계 오너들의 연봉이 화제다. 수억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돈에 서민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유독 말이 많은 '회장님'이 있다.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다. 다른 총수들에 비해 많은 돈을 챙긴 건 아니지만 이상한 '보너스 잔치'를 벌여 뒷말이 무성하다.

보광그룹의 이상한 보너스가 도마에 올랐다. 오너가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에서 거액의 상여금과 성과금을 챙긴 것. 논란의 주인공과 회사는 홍석규 회장과 STS반도체통신이다.

362억 순손실

금융감독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난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STS반도체통신에서 1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대표이사 급여 8억3000만원, 상여금 1억3000만원, 성과금 1억7000만원 등 총 11억3000만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너무 많지 않냐는 지적이다. 회사가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STS반도체통신은 지난해 매출 3270억원을 올렸지만, 18억원의 영업손실과 3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홍 회장은 대표이사로서 급여는 그렇다 치더라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회사에서 수억원의 상여금과 성과금을 챙긴 셈이다.

홍 회장은 7년 전부터 STS반도체통신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전엔 임원 연봉을 공개하지 않아 홍 회장의 보수를 확인할 수 없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STS반도체통신은 2012년에도 적자였다. 매출 3885억원에 영업이익 60억원을 올렸지만, 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STS반도체통신이 사업보고서에 밝힌 윤 회장 보수의 산정 기준 및 방법이다. 급여는 임원 보수 규정(대표이사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역시 상여금과 성과금이다. 상여금은 기본급의 100%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면서 '대표이사가 별도로 정한다'고 돼 있다. 홍 회장이 자신의 상여금을 직접 결정한 것이다. 성과금에 대해서도 '성과 평가를 기준으로 대표이사 결정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STS반도체통신이 거둔 실적은 그나마 계열사들과 거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98년 설립된 STS반도체통신은 집적회로, 플래시메모리카드 등 반도체 제조·판매 업체로 2001년 상장했다. BK LCD(홍콩)가 지분 19.29%(835만5751주)를 소유한 최대주주. 홍 회장은 1.06%(45만9029주)를 보유한 개인 대주주다.

문제는 자생력. STS반도체통신은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이 높은 편이다. 매출의 1/3가량을 '집안'에서 채우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10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STS반도체통신은 지난해 매출 3270억원 가운데 1002억원(31%)을 필리핀법인(968억원), 코아로직(34억원) 등 특수관계자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2012년에도 필리핀법인(1258억원), 코아로직(12억원) 등 특수관계자들은 매출 3885억원 중 1271억원(33%)에 이르는 일감을 STS반도체통신에 퍼줬다.

여기에 사실상 특수관계인 '삼성 매출'도 적지 않다. 1998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STS반도체통신은 독립 이후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몇년간 일감이 줄긴 했어도 양사는 여전히 많은 금액을 거래 중이다. STS반도체통신은 지난해 1435억원을 삼성전자와 거래했다. 2012년에도 1526억원을 삼성전자에서 거뒀다. 거래 대상을 삼성 계열사로 확대하면 금액은 더 커진다.

마이너스 계열서 상여금에 성과금
급여까지 해서 11억3000만원 챙겨
"회장이 자신의 보너스 직접 결정"

보광그룹과 삼성그룹은 사돈기업이다. 홍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의 동생. 자유당 정권 시절 법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고 홍진기씨는 1960∼80년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의 인연으로 삼성 소유의 동양방송 사장과 중앙일보 회장 등을 지냈다. 1967년 장녀 홍 관장을 이 회장에게 출가시켜 삼성가와 사돈을 맺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5억원 이상의 상장사 등기 임원 연봉을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급여와 상여금, 성과급, 퇴직금, 기타 소득 등을 합쳐 연봉이 총 5억원이 되지 않으면 공개할 필요가 없다.

홍 회장은 보광그룹 50개 계열사 중 STS반도체통신(대표이사)을 비롯해 휘닉스홀딩스(회장), 휘닉스소재(이사), 코아로직(이사) 등 4개 상장사에서 모두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STS반도체통신을 제외한 이들 세 회사는 임원들의 연봉이 5억원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홍 회장이 받은 '월급봉투'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사진 평균 보수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휘닉스홀딩스, 휘닉스소재, 코아로직의 지난해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는 각각 2억1600만원, 1억6900만원, 1억7900만원으로 나타났다. 홍 회장도 이 수준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 회사도 지난해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휘닉스홀딩스와 코아로직은 적자를 냈다. 1996년 설립된 광고대행 업체 휘닉스홀딩스는 매출 148억원을 올렸지만, 각각 35억원·38억원의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냈다. 1998년 설립된 반도체 제품 제조업체 코아로직은 매출 302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123억원에 순손실 394억원이 났다. 2000년 설립된 전자부품 제조업체 휘닉스소재는 매출 548억원, 영업이익 20억원, 순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

홍 회장은 이외에 보광(스키장·콘도 운영), 한국문화진흥(상품권 제조·판매), 휘닉스개발투자(부동산 컨설팅) 등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이들 회사는 비상장사라 임원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삼성일감' 의지

서울대 외교학과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외교학 석사 과정을 마친 홍 회장은 1979년 외무고시(13회)에 합격해 대통령비서실과 외무부 등에서 근무하다 1995년부터 보광그룹 경영에 참여, 2004년 회장에 올랐다. 그의 형들(홍석현 중앙일보 회장-홍석조 BGF리테일 회장-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도 1999년 삼성으로부터 분할한 보광그룹 계열사를 나눠 경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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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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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