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기사회생한 남재준

버틴 원장님…정권 약점 쥐고 있나?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남재준 국정원장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아직까지는 유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해임론이 고개를 들지 알 수 없다.

이미 야권에서는 특검 카드를 꺼내드는 등 총력전을 선언한 상황이다. 반면 여권에서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주류·비주류 간 온도차가 감지된다. 얽히고설킨 정치권의 이해관계는 또 다른 '대형사건'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괴물'이 된 국정원이 있다. 정가에서는 "국정원을 무너뜨리려면 청와대를 먼저 무너뜨려야 할 것"이라는 뼈 있는 말이 나온다. 이렇듯 박근혜정부의 '중추'는 지금도 꼿꼿하다.

국정원의 간첩사건 증거조작 수사결 과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다. 지난 1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사과
남재준 꼿꼿

비록 공개석상은 아니었지만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다. 이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4번째 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윤창중 성추문 사태, 기초연금 공약후퇴 논란 당시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태풍의 한 가운데 인물이 살아남은 사례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유일하다. 앞서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마찰이 있었을 때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또 윤창중 성추문 사태 때는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옷을 벗었다. 아울러 기초연금 공약후퇴 논란 때는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면서 물러났다.

이들 모두는 '청와대의 의지와 동떨어진 행동으로 권력에서 멀어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남 원장만큼은 예외적으로 면죄부가 떨어졌다.

지난달 10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검찰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실제 수사 결과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국정원이 간첩 행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중국 공문서를 위조하는 등 범법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탄로 난 것이다.

검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 후 서천호 국정원 제2차장은 사표를 제출했고 청와대는 지체 없이 사표를 수리했다. 그리고 다음날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법원 선고가 있기 전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청와대가 서둘러 사과하고 적절한 선에서 책임을 따지는 게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자신의 임기 내에 일어난 일인 만큼 먼발치에서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관측됐다.

청와대 차원
사표 반려한 듯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 요구된 '남재준 해임'은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거듭된 실책에도 박 대통령은 남 원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측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자 남 원장도 거침없었다. 그는 이날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A4 용지 1장 남짓한 대국민사과문을 들고 국정원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 발언보다 1시간 앞선 시각, 남 원장은 "증거서류조작 혐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국정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남 원장이 썼던 '뼈를 깎는 개혁', '환골탈태' 등의 표현을 박 대통령도 똑같이 사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의전 구조상 표현이 중첩된 것을 미뤄봤을 때 청와대와 국정원의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내부적으로 남 원장의 유임을 결정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이 남 원장에게 전달됐고, 이를 확인한 남 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왜 정치적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남 원장을 감싸고도는 것일까.

남 원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전사'라고 부른다. 국정원장에 취임한 후 "나는 전사가 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한 그다. 남 원장은 쉽사리 남들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아부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오히려 남 원장은 청렴하고 강직한 군인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나친 원칙주의 탓에 주위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소문이 적지 않다. 주변에 적도 많다고 한다. 참여정부 시절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던 그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돌리면서 종국에는 계급장을 떼야했다.

지난 2004년 있었던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남 원장은 육군 장성 진급비리 괴문서 사건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자 전역지원서 제출로 맞섰다. 직을 걸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것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남 원장의 사표를 반려했다.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실상 면죄부…경질론 선긋기
청와대-국정원 기자회견 앞서 사전 교감설 '솔솔'

그러나 남 원장은 노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군 수뇌부들을 초청한 골프대회에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사석에서 참여정부의 국방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국방부 문민화와 군 검찰 독립 등의 사안을 성토한 이른바 '정중부의 난'에 남 원장이 연루되기도 했다. 물론 남 원장은 해명 과정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남 원장은 육군 장성 진급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책임을 진다"며 군을 떠났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자괴감을 갖는다"던 그였다. 이로부터 10년 뒤 남 원장은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남 원장의 선택은 10년 전 과거와 달랐다. 지금 그는 전방위 사퇴압박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남 원장의 '노욕'인 것일까.

정권 지킨 공신
토사구팽 어려워

복수 관계자는 남 원장이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남 원장은 증거조작 파문이 불거졌을 때부터 거취 문제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수사결과 발표 직후에도 청와대 쪽에 사의 표명을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남 원장을 재신임했다.

남 원장의 유임 배경을 놓고 여러 가지 설이 불거졌다. 가장 유력한 설은 '공신설'이다. "정권에 큰 공을 세웠는데 어떻게 취임 2년 차에 토사구팽을 할 수 있겠냐"는 설명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남 원장이 (과도 있지만) 그동안 공도 많았다"며 "임기를 잘 마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 원장은 박근혜정부가 중대한 기로에 설 때마다 파격 행보로 청와대를 도왔다.

일례로 국정원은 지난해 국가기밀문서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언론과 정치권에 공개했다. 당시 여권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로 수세에 몰려 있었다. 이를 남 원장이 NLL 국면으로 단박에 전환한 것이다.

또 남 원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진행과정에서 부하 직원에게 진술 거부를 지시하거나 출석에 불응토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정상적인 수사를 방해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뒷조사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다. 정보를 수집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였지만 국정원이 외곽에서 지원했다는 게 정설이다. 박근혜정부의 눈엣가시였던 채 전 총장을 쫓아낸 1등공신이 남 원장인 것이다.

더불어 남 원장은 이석기 진보당 의원이 연루된 이른바 RO 사건으로 공안몰이에 성공했다. 만약 이번 유우성 사건까지 랑데부가 됐다면 야권의 지방선거 패배는 한층 가시화될 터였다. 증거조작 파문은 남 원장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였겠지만 그간 국정원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돼 왔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였다.

관련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정보에 의존한 통치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직 청와대 출신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보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보고받은 정보에 좌지우지 될 때 공무원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정상적인 업무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입장에서 정보를 쥐고 있으면 공무원들을 다루기 쉽다. 정적이 되면 언제든 치명적인 정보로 상대를 쳐낼 수 있는 까닭이다. 채 전 총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무원들은 '윗선'의 눈치를 보게 된다. 또 정보의 맛을 본 대통령은 조직 장악에 필요한 정보를 갈구하게 된다. 이럴 때 가장 신뢰받는 기관이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이란 것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워낙 의심이 많은 스타일이다보니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VIP(대통령)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남 원장을 해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오랜 청와대 생활로 '정보가 갖고 있는 힘'을 알고 있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 핵심 권력기관을 믿지 못할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때문에 오히려 국정원 측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남 원장과 자칫 틀어졌을 경우 남 원장이 노 대통령을 대화록 공개로 공격했던 것처럼 박 대통령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둘의 관계는 원만한 것으로 보인다. 한 국정원 관계자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 원 장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은 충성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드가 달랐던 '노통'과는 달리 '박통'과는 합이 잘 맞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지방선거 앞두고
공안사건 터질까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 공안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남 원장의 유임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아직 정확한 실체는 나오지 않았지만 RO 사건에 버금가는 파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 사정기관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과 기무사가 국정원을 돕는 형태로 수사팀을 꾸려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확인했다. 피의사실이 공표되면 또 한 번의 '공안 광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책임자인 남 원장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한 이유다.

지난 한 해 동안 남 원장은 정치권을 들었다 놨다 했다. 여의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올 초 기자와 만나 "정치를 남재준이 다 했다"고 했을 정도다. '남재준 해임론'도 한 주 사이 쏙 들어갔다. 키를 쥐고 있는 국회 상임위 개최도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정부의 호위무사인 남 원장. 호위무사의 죽음은 곧 '높은 분'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야권은 어찌 보면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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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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