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없는 ‘라면 전쟁’ 막후

비비고 비비고 ‘매운맛 고지전’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하얀 국물 라면의 전성기가 저물고 국물 없는 라면의 전성기가 찾아왔다. 국내 라면시장 판이 움직이면서 비빔라면 춘추전국시대가 왔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비빔라면시장이 화끈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국내 라면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농심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국물 없는 라면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비빔라면 마케팅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화끈하게 매운맛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은 짜파게티, 불닭볶음면 등 국물 없는 라면을 구입하는 데 지갑을 열었다. ‘꼬꼬면’으로 하얀 라면 전성기를 열었던 팔도는 ‘비빔면’으로, ‘나가사끼 짬뽕’ 이후 주춤했던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다시 올라설 분위기다.

더 얼큰하게∼

유통업계에 따르면 라면시장 1위는 농심, 2위는 오뚜기, 3위는 삼양식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비빔라면 전성시대가 오면서 농심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물론 라면전체 시장은 농심이 꽉 잡고 있지만, 비빔라면 시장에서만큼은 식품업체들의 춘추전국시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빔라면 시장 규모는 약 725억원에 달했다. 마트에서도 비벼 먹는 라면 매출이 대폭 상승했다. 롯데마트의 라면시장 조사에서 비빔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3.5배 늘어난 반면 국물 있는 봉지라면의 매출은 21.3% 감소했다. 특히 비빔라면이 전체 봉지라면 매출에서 지난해보다 3% 상승해 8.4%를 차지했다.

오뚜기와 삼양식품 두 업체 사이에서는 비빔라면을 두고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뚜기(14.2%)와 삼양식품(13.8%)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0.4%에 불과하다. 비빔라면 시장에서는 ‘꼬꼬면’으로 유명한 팔도 역시 오뚜기와 삼양식품에 뒤지지 않는다.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3곳 업체는 비빔라면 시장 1위를 차지하기 위해 국물 없는 라면 사업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시중에 나온 제품 중에 가장 매운 라면으로 꼽힌다. 사실상 불닭볶음면은 출시됐던 당시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다. 청양고추의 매운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매운맛이 인기를 끌면서 삼양은 불닭볶음면으로 라면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불닭볶음면은 편의점에서 농심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국물 없는 라면이 편의점에서 국물 있는 라면을 제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인터넷에서 불닭볶음면이 판매정지를 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알고 보니 할인점과 편의점 등에서 불닭볶음면의 재고가 너무 빨리 소진돼 벌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올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판매목표는 월 1000만개다.

지난해 12월에는 팔도가 ‘불낙볶음면’을 출시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지나치게 유사한 제품명과 디자인 때문이다. 당시 삼양식품은 팔도에 소송을 하겠다며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팔도는 삼양 불닭볶음면 디자인에는 불꽃 안에 ‘화끈한 매운맛’으로 표기됐지만 불낙볶음면에는 ‘불맛’으로 쓴 점이 다르다며 교묘하게 표절논란을 피해갔다. 그러나 팔도는 삼양의 불닭볶음면 인기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삼양·오뚜기·팔도 비빔라면 경쟁
라면시장 독점 농심 아성에 도전장

여름이 다가오면서 비빔면 전쟁도 일어날 조짐이다. 비빔면 시장에서는 팔도가 점유율 65%를 차지하며 독점하고 있다. 팔도는 ‘팔도 비빔면’ 외에도 지난 8일 ‘팔도 쫄비빔면’을 출시했다. 여름 시즌 1위 굳히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팔도의 비빔면 시장을 뺏기 위한 타 업체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팔도에 이어 비빔면 시장은 오뚜기 비빔면이 차지하고 있다. 오뚜기는 ‘메밀비빔면’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국물 없는 라면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던 농심은 비빔면 ‘하모니’의 광고모델로 최근 종영한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94> 주연배우들을 선정해 10∼20대를 겨냥했다. 농심의 올해 하모니 판매목표는 월 200만∼300만개다. 2월에는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더한 ‘뉴 찰비빔면’도 리뉴얼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토마토 비비올레’를 선보였다. 비빔면의 매운맛 경쟁이 치열해지자 토마토의 상큼함으로 차별화를 둔 것으로 보인다. 라볶이 시장에서는 오뚜기의 ‘콕콕콕 라면볶이’가 선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팔도가 ‘도시락 라볶이’를 출시했다.

자신만의 기호에 맞게 조리법으 바꿔 즐기는 소비자 ‘모디슈머’ 열풍으로 짜장 라면 시장도 치열하다. 지난 14일에는 블랙데이를 겨냥한 라면업체들의 짜장면 전쟁이 벌어졌다. 블랙데이는 연인이 없는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는 날이다.

짜장면 시장에서 ‘짜파게티’로 1위를 지키고 있는 농심은 블랙데이에 ‘짜파데이’ 이벤트를 진행했다. ‘솔로부대 응원 메시지 남기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시식 인증샷 남기기’ 등의 이미지를 올리면 추첨을 통해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증정했다. 삼양식품도 이날 ‘블랙데이’를 맞아 ‘∼로니’ 고백이벤트를 벌였다. ‘짜짜로니’는 농심 ‘짜파게티’의 라이벌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농심과 삼양의 짜장 라면 맛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팔도도 블랙데이 이벤트로 ‘일품짜장면’ 판매에 열을 올렸다. ‘일품짜장면’ 2개가 들어있는 철가방 세트를 들고 경기지역 중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한 달 동안 판매하고 있다.

맛·색깔이 무기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2011년 이후 하얀 국물 라면 인기가 시들었듯 국물 없는 라면도 올해 안에 성장이 멈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은 국물 없는 비빔라면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하얀 라면이 반짝 인기에 그쳤듯이 국물 없는 라면도 전통 라면처럼 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라면업계는 지금…모디슈머 열풍

새로운 소비자 유형의 모디슈머 등장은 비빔라면 전성기를 열어주었다. 모디슈머는 modify(수정하다, 바꾸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다.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소비자가 제품을 만들어 소비하는 사람을 뜻한다.

비빔라면이 주목받게 된 것은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짜파구리'가 등장하면서 부터다. 이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모디슈머가 만들어낸 ‘짜파구리’가 유명했다. 그런데 TV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방송인 김성주가 ‘짜파구리’를 만들었고, 이 음식을 가수 윤민수 아들 윤후가 맛있게 먹었다. 이 방송은 라면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지난해 농심은 짜파게티와 너구리로 역대 최고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2000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면서 전년보다 26% 성장했다.


TV프로그램 ‘해피투게더’의 ‘야간매점’도 모디슈머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비빔면에 골뱅이를 더한 일명 ‘골빔면’을 선보였다. 모디슈머들은 오징어짬뽕과 짜파게티를 함께 만든 ‘오빠게티’, 불닭볶음면과 삼각김밥,치즈를 섞어 먹는 ‘불삼치’ 등을 만들어냈다. 업체들은 모디슈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과 짜자로니를 섞은 ‘불짜로니’를 소개했고, 팔도는 불낙볶음면과 일품짜장면을 활용한 ‘불짜장’을 알려주는 등 모디슈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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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