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재벌기업 몸집 줄이는 노림수

IMF 이후 최대 새판짜기 “이유 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재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계열사를 합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저마다 군살 빼기에 한창이다. 당사자들은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체질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숨겨진 목적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같은 듯 다른 구조조정 속살을 <일요시사>가 들여다 봤다.

재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계열사를 합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군살 빼기 경쟁에 돌입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대 규모의 '새판짜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바람은 재계 맏형 삼성그룹으로부터 불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의 직물·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하고 삼성SNS를 삼성SDS와 합병시켰다. 10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코닝정밀소재 보유 지분 전량을 미국 토닝에 매각했다. 11월에는 삼성에버랜드가 영위하던 건물관리업을 삼성에스원에 양도했고 급식업은 삼성웰스토리를 신설해 분리했다. 12월 삼성생명은 비금융계열인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취득했다.

삼성 발 구조조정
재계 전방위 확산

지난달 31일에는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을 전격 발표했고 이틀 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했다. 삼성증권과 삼성생명도 구조조정을 공식화했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중공업은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조만간 조직통폐합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 부문도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덩치가 가장 커진 건 삼성SDI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자산규모 15조원, 시가총액 10조원, 직원 1만4000여명 규모의 거대 계열사로 재탄생했다.


삼성그룹은 구조조정의 이유로 "실적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며 "미래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삼성그룹의 입장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세 승계구도 정리에 목적이 있다는 것. '이재용 몰아주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애초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계열사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과 건설, 화학을,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이 패션과 광고를 맡는 방식으로 분할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으로 삼성SDI의 영향력이 화학 계열사로까지 확대되면서 예상 구도가 깨졌다.

삼성SDI는 제일모직과 합병을 마치게 되면 삼성석유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종합화학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제일모직이 이들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계열의 정점에 서있는 삼성SDI가 화학 계열사와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밝힌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 방식은 삼성종합화학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석유화학 주식과 1대 2.1331의 비율로 교환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합병을 완료한 삼성종합화학의 지분구조는 삼성물산 36.99%, 삼성테크원 22.56%, 삼성SDI 9.08%, 삼성전기 8.97%, 삼성전자 5.25%, 이부진 사장 4.91% 순이 된다.

계열사 정리 직원들 희망퇴직 '군살 빼기'
"살아남기 구조조정"…숨겨진 진짜 목적은?

삼성SDI는 합병 후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지분 7.18%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을 제외하면 삼성SDI다. 여기에 제일모직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3.1%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와 건설 계열사가 삼성SDI 아래에 모이게 됐다는 얘기가 된다.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지분 0.57%를 보유, 이부진 부회장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삼성그룹에 이어 재계 2위 현대차그룹도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지난해 10월 현대하이스코의 냉연강판 부문을 현대제철로 넘기기로 했다. 이전까지 현대차그룹의 열연 공정은 현대제철에서, 냉연 공정은 현대하이스코에서 나눠 맡아왔다.

냉연 공정이 현대제철로 넘어감으로써 현대차그룹의 철강 업무가 한 곳으로 모인 것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새 순환출자 구조를 완성했다.

지난 1일에는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 통합법인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출범했다. 기존 엔지니어링의 플랜트 사업과 엠코의 건축·토목 사업이 합쳐지며 종합건설사로 재탄생한 것. 그룹 측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에 대해 "일관제철 사업의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게 목표"라고 밝혔으며 엠코와 엔지니어링에 대해서는 "전 세계 플랜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제철과 하이스코 합병을 통해 '현대모비스(20.78%)→현대자동차(33.88%)→기아자동차(21.29%)→현대제철(5.66%)→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새로운 순환출자 구조를 완성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7%를 보유해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본 수혜자는 정의선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합병 전 현대엠코의 지분 25.06%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현대엠코의 지분 34.86%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도 31.88%를 갖고 있다. 합병 전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72.55%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현대건설은 합병법인의 지분 38.62%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며 정 부회장은 11.72% 보유해 2대 주주가 된다.

3대 주주는 현대글로비스로 11.6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글로비스를 장악하고 있는 정 부회장이 사실상 현대엔지니어링 최대주주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룹 승계를 위한 자금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 승계
열쇠는 삼성물산

최근 정의선 부회장이 '실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현대차그룹에서 승계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노션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 40%를 모건스탠리PE와 스탠다드차타드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분율이 80%에서 40%로 떨어지면서 지배력이 줄었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4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 따르면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 취득이 가장 필요하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등 4개 핵심 계열사 가운데 기아차 지분 1.74%만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노릴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16.86%다. 현대모비스 주식가치는 지난 17일 기준 1주당 30만8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6%(1642만7074주)를 확보하려면 약 5조600억원이 필요하다.

물론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물려받는 형태로도 경영권 승계는 가능하다. 하지만 증여세가 문제다. 정몽구 회장은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 6.96%(677만8966주·약 2조원), 현대자동차 지분 5.17%(1139만5859주·약 2조7000억원), 현대제철 지분 11.84%(1380만5299주·약 9600억원)를 가지고 있다. 현행법상 증여세는 약 50%. 모든 지분을 물려받는다고 가정하면 2조8000억원 수준이 든다.

정의선 실탄 확보
이노션, 정성이에?


정의선 부회장이 이노션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정몽구 회장의 장녀 정성이 고문에 대한 경영 승계도 윤곽이 잡혔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기존 이노션 지분구조를 보면 정의선 부회장과 정성이 고문이 각각 40%를, 정몽구 회장이 20%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정몽구 회장은 보유지분 20%를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기탁했고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 중 정성이 고문만이 유일하게 이노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업계는 삼성그룹의 제일기획처럼 이노션도 딸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인 오너기업이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KT와 포스코 같이 신임 수장을 맡은 기업들은 전임자 '색채지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8일 KT는 노사 합의에 따라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명예퇴직 대상자는 약 2만3000여명, 70% 정도가 해당된다. 앞서 황창규 KT 회장은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전체 임원수를 30% 가량 줄이고, 임원급 직책 규모를 50% 이상 축소했다. 기존에 20개에 달하던 사업부문은 9개로 축소·개편했다.

KT가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하기로 한 것은 경쟁사에 비해 무거운 인력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KT 관계자도 "회사가 경영 전반에 걸쳐 위기상황에 처함에 따라 직원들이 고용불안 및 근무여건 악화를 우려해온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노사가 오랜 고민 끝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2의 인생설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시각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이 전임자인 이석채 전 회장이 망친 KT를 대거 퇴직으로 수습하려는 모양새"라며 "임원들 중 '이석채 사람들'을 쳐내더니 이제는 직원들마저 잘라내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창규 회장은 취임 직후 표현명, 김일영, 김홍진 사장을 업무 일선에서 쫓아내고 이 전 회장 체제핵심업무를 담당했던 코퍼레이트센터를 없애고 대신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했다.

또한 스카이라이프와 BC카드 등 7개 계열사 사장들에게 사임을 통보하고 이 전 회장 시절 팽 당했던 인물과 삼성 쪽 인사들로 빈자리를 채워 넣었다.

[삼성·현대차] 경영승계가 배경
[KT·포스코] 전임자 색채 지우기

황창규 회장은 사상 최대 규모의 사기 대출에 연루되어 있는 KT ENS도 버렸다. KT ENS에서 발을 빼는 방법으로 불필요한 잡음을 없앤 것이다. KT ENS는 돈이 묶여있는 시중 은행들의 집단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2일 만기가 도래한 기업어음(CP)을 상환하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사외이사진도 대폭 물갈이 했다. MB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던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여성부 장관 후보에 올랐던 이춘호 EBS 이사장 등이 퇴진하고 이 전 회장의 대학동문인 이현락 세종대 석좌교수와 교수 1년 후배인 송종환 주 파키스탄 대사와 김응한 이사회장이 사외이사직을 내놓았다.

이들을 대신해 김종구 법무법인 여명 고문변호사와 임주환 고려대 전자정보공학과 객원교수,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학장,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박대근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학 장 등 5명이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포스코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탄소강 부문 스테인리스 부문 등 6개 본부를 철강생산·철강사업 등 4개로 통폐합했다. 경영 담당 임원은 68명에서 52명으로 감축했다.

포스코의 구조조정도 전임자 색채지우기 성격이 강하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 직후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성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며 "신사업에 투자를 너무 방만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자 정준양 전 회장이 벌려 놓은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얘기가 된다. 권 회장은 또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중단·매각·통합 등 과감하고 신속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사업 분야는 '철강'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정 전 회장이 재임 시기에 시작한 LED 제조, 토목, 생활폐기물 연료화, 경전철 운영 등 계열사 10여개가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창규·권오준
'똥 치우기'

포스코 계열사 중 포스코P&S의 입지가 급격하게 축소되는 것도 정 전 회장 지우기로 해석된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 있는 포스코P&S 본사를 압수수색해 철강 거래와 관련한 각종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철강제품 가격 담합을 비롯한 이 회사 간부의 비리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P&S는 철강소재와 알루미늄 등의 비철소재를 가동해 국내외로 판매한다. 포스코P&S의 지난해 매출 2조7457억원 중 대부분이 포스코와의 거래에서 발생할 정도로 포스코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포스코가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도 국내외 철강사들의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등 포스코P&S와 비슷한 업무를 담당한다. 검찰 수사가 그룹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포스코가 자산규모가 훨씬 큰 대우인터내셔널에 비교적 작은 포스코P&S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선 긋기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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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