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새정치민주연합 김효석 최고위원

"무공천 결정, 선거 유불리 따진 것 아니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0일 6.4지방선거에서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이로써 무공천에 따른 혼란은 해소됐지만 당 일부에서는 국민적 요구인 무공천 철회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갑작스러운 이번 결정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효석 최고위원을 만나 저간의 사정을 들어봤다. 



- 안철수 대표는 그동안 기초선거 무공천을 강하게 밀어붙여왔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이번 철회 결정에 놀란 분들이 많다. 숨겨진 이유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 우선 무공천 '철회'라기보다는 '유보'가 맞다. 무공천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무공천을 약속했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선거 공천을 안 하겠구나 모두가 기대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새누리당이 뒤집어 버린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압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새누리당이 무공천 공약을 철회했다. 한쪽은 공천을 안 하고 다른 쪽은 공천을 하면 민심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그 결과로 약속을 안 지킨 사람들이 어부지리를 얻는 결과도 예상됐다. 새누리당이 국가권력도 독점하고 있고, 의회권력도 독점하고 있는데 지방권력까지 싹쓸이 하는 결과는 막아야 했다. 결국 당원과 국민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계기나 숨겨진 이유는 없었다.

-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기초선거 공천을 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무공천을 강행하면 불리하다는 것도 예상됐던 일이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가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고 말한 것 아닌가?
▲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무공천 공약을 했고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는 실제로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들은 지방선거도 공천을 하지 않겠구나 믿었던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마디 사과도 없이 바꿔버린 것이다.

- 안철수 대표는 본인이 무공천을 선언하면 새누리당도 따라 올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인가?
▲ 그렇다.

- 보수언론들에서는 문재인 의원의 무공천 재검토 발언 이후 갑자기 입장이 바뀌었다며 이번 결정에 친노진영의 압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 이런 시각 자체가 너무 정치공학적으로 보는 것이다. 안 대표가 당내 여러 분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무공천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다. 문재인 의원뿐만이 아니다. 특정한 사람 때문에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은 전혀 맞지가 않는 말이다.

-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언론이 약속을 안 지킨 사람은 욕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려했던 사람만 욕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기초선거 무공천은 새누리당의 핵심공약은 아니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무공천을 명분으로 합당까지 했고, 몇 달간이나 무공천을 주요이슈로 다뤘다.
▲ 무공천은 대선기간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공약이다. 또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실제 무공천을 했다. 무공천이 핵심공약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합당하면서 무공천을 대표적으로 내걸기는 했지만 새정치 정신에 동의해서 한 것이다. 기본 정신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약속을 못 지킨 것은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대표가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까지 했다.


- 무공천 결정과 관련해 여론조사 설문 문구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애초부터 무공천 결정을 철회할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는데.
▲ 처음부터 무공천을 목적으로 한 것 같으면 안 대표가 "나는 지금도 무공천이 소신"이라는 이야기를 안 했을 것이다. 어떤 결과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은 조금도 없었다. 설문 문구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설명한 것이다. 오히려 무공천으로 결정됐다면 안 대표의 체면은 훨씬 더 섰을 것이다. 설문 문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문구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 합당 후 민주당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지역구 출마 금지' '최고위원제 폐지' '정강정책 수정' 등의 개혁안이 사사건건 발목이 잡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민주당과 달라진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대표적인 것이 정강정책이다. 정강정책에서 우리는 안보에 상당히 무게를 뒀고,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기존의 민주당과 비교해 성장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성장 없는 복지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로 가되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경계한다는 부분 등은 민주당이 과거엔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지만 이번에 우리 의견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앞으로 민주당을 얼마나 달라지게 만드느냐는 이런 부분들을 얼마나 실천해나가느냐 하는 문제다.

- 지방선거 공천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런데 기초단체장 평가항목이 광역단체장 후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 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 광역단체장에 대한 심사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이미 다 결정을 한 부분이다. 다만 기초단체의 경우 (무공천 철회 결정으로) 공천을 하게 되니까 새롭게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 그렇다면 7월 재보선에서는 이번에 마련한 공천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것인가?
▲ 그건 또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약속 대 거짓' 프레임 여전히 유효
새누리당 지방권력 싹쓸이는 막아야

- 최근 정청래 의원의 북한 무인기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민감한 시기에 왜 자꾸 자책골을 넣는 것이냐며 답답해하는 분들도 많다. 당 차원에서 종북 논란과 선을 그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정청래 의원의 발언은 결과적으로는 적절치 못했다고 본다. 더구나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이었다. 새누리당에서는 그런 것을 종북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 빌미를 제공해준 꼴이다. 설사 이의제기가 옳다고 할지라도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각자 헌법기관인데 미리 단속을 하거나 징계를 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국회의원 개개인이 심사숙고해서 발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 이후 김한길 대표는 정청래 의원에게 구두 경고를 했다.)


- 새누리당은 자꾸 종북 프레임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흔들고 있는데 종북 프레임을 차단할 전략은 무엇인가?
▲ 그러니까 우리가 거기에 걸려들지 않아야 한다. 한마디로 낚이면 안 된다. 종북 공격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그런 부분들이 먹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도 발언과 행동에 상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이제 새정치민주연합도 기초선거 공천을 실시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한 만큼 부실공천의 우려도 있다.
▲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틀림이 없지만 밤을 새워서라도 심사를 잘 해서 개혁 공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개혁 공천으로 기초단체 정치인들이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든지, 기존 국회의원들이 공천과정에서 기득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든지 이런 부분을 철저히 막도록 하겠다. 늦긴 했지만 공천과정을 개혁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 이번 결정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내세워왔던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이 깨졌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롭게 내세울 선거 전략이 있다면?
▲ 저는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우리는 약속을 지키려고 해왔던 것이고 불가피하게 약속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수많은 약속을 어겼다. 경제민주화부터해서 총리에게 장관 제청권을 다 주겠다든지, 장관들에게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다 넘겨주겠다든지, 또 여야 구분 없이 좋은 인재를 골라서 탕평인사를 하겠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좋은 공약이 많았다.

그런데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포함해서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복지 공약은 재원 때문에 속도조절을 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이 들어가지 않는 공약들은 왜 지키지 않는 것인가? 우리 당은 약속을 지키려 했는데 새누리당이 동참하지 않아 못한 것이다. 그런데 너희랑 나랑 똑같다고 물타기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은 유효하다고 본다.

- 약속 대 거짓의 프레임을 꺼내들 때마다 보수진영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민주당은 왜 세비 30% 삭감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리면 지킬 수 있는 것인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
▲ 제가 기억하기엔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가 꺼낸 이야기지 대선 공약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민주당은 지난 2012년 12월1일 문재인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특별의총을 열고 세비를 30% 삭감하는 정치혁신안을 통과시켰다.)

- 문재인 의원이 최근 '박근혜정부 심판론'를 제기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심판론이 제대로 먹히겠느냐는 비관론도 있다.
▲ 지방선거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 하나는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로 생활정책 아젠다로 승부해야 하고, 또 하나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방선거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에 대한 심판에 대해서 다들 꺼려한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우리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나 국정원 문제라든지, 안보무능이 심각한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야당이 국민들에게 알리고 여기에 대해 견제할 힘을 달라고 읍소해야 된다. 이렇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 것도 이런 부분들을 언론이나 야당들이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무공천 철회 결정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기초선거 몇 석은 더 건질지 몰라도 광역단체장 선거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 무공천 철회 결정을 하면서 선거에 유리할 것인가 불리할 것인가 하는 점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이제 국민들이 느끼기에 "너희들의 마음을 알겠다. 하지만 이렇게 불공정하게 가면 안 되지 않느냐 너희들도 1:1로 제대로 싸워봐라" 이런 요구로 받아들인 것이지 유불리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간에 기호 2번을 달고 당당히 싸울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mi737@ilyosisa.co.kr>


<김효석 최고위원 프로필>

▲ 제11회 행정고시 합격
▲ 중앙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 제16,17,18대 민주당 국회의원
▲ 민주당 원내대표
▲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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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